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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과 도넛 - 존경과 혐오의 공권력 미국경찰을 말하다
최성규 지음 / 동아시아 / 2021년 1월
평점 :
일시품절
현직 경찰서장의 미국 경찰 종합보고서
영화에서 보면 미국 경찰들이 범죄자와 마주쳤을 땐 신속하게 총을 꺼내 들고, 무자비하게 제압하는 경우를 종종 목격한다.
그리고 황량한 길의 중간쯤 되는 주유소의 허름하고 기름에 찌든 패스트푸드점에서 커피와 도넛을 먹으며 이웃 주민과 친근한 대화를 나눈다.
이 영화의 한 컷에 미국 경찰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
현직 경찰서장인 저자는 30년간 경찰조직에 몸담으며 칠레 경찰간부대에서 수학했고, 미시간대 로스쿨에서 법학석사를 취득했다. 또 시카고 총영사관 경찰영사로 임명되며 우리에게 영향을 주는 미국 경찰에 대한 다양한 현장경험과 자료 조사를 통해 이 책을 썼다.
우리나라는 경찰청을 중심으로 나라 전체의 경찰이 하나의 조직으로 움직이지만, 땅이 넓은 미국은 주마다 각자의 헌법과 군대를 보유한 연방국가답게 각기 다른 자치경찰 조직이 무려 1만 8,000여 개가 된다.
주방위군 느낌의 경찰들이라 월급도 각 주마다 다르고, 만약 다른 주로 이사를 가야 한다면 이곳은 사표를 내고 다른 주에 다시 입사원서(!)를 내야 한다.
순찰차로 출퇴근이 가능하기 때문에 순찰차를 주는 경찰서를 더 선호하고, 경찰이 아파트에 살게 될 경우 아파트의 치안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아파트의 잦은 일들을 돌봐주고 주차장에 순찰차를 세우는 조건으로 경찰디스카운트(!)를 해준다는 사실이 흥미로웠다.
또 식당들도 경찰들이 자주 왔다 갔다 하면 보안에 유리하기 때문에 경찰에게만 커피와 도넛을 무료로 지급하기도 하고, 건물 1층에 경찰 휴게실을 만들어 경찰들이 발길이 잦아질 경우 보안이 개선된다는 이점을 이용해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상황을 조성한다.
2021년에는 우리나라도 경찰법 개정으로 자치경찰제를 도입한다고 하는데 중앙집권이던 경찰조직에는 큰 도전이 아닐 수 없다.
미국 경찰은 75%가 10인 이하 소규모 경찰서이고 이들은 지역공동체와의 연대감을 통해 치안을 유지한다고 하는데 우리나라에서 자치경찰제를 시행한다면 지역과 어떤 활동을 이어갈지 기대 반 걱정 반이다.
이 책은 아무래도 일반인들보다는 경찰과 관련된 사람들이 읽게 될 확률이 높지만, 내가 사는 사회와 관련된 일인 만큼 관심 있는 분들이라면 읽어보시길... 생각보다 재미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