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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피카소 할애비다 - 최영준 수묵화 에세이
최영준 지음 / 김영사 / 2021년 2월
평점 :

<유머일번지>에 출연한 코미디언, <한국을 빛낸 100명의 위인들>을 발표한 가수, <이수일과 심순애>를 떠올리면 생각나는 목소리의 주인공인 변사 최영준님이 이번에는 화가이자 작가로 수묵화 에세이를 내셨군.
책 띠지의 얼굴을 보고 어디서 낯이 익다 했더니... 어릴 때 즐겨보던 <유머일번지>, KBS <6시 내고향>에 출연하며 만능 재주꾼 타이틀을 갖고 계셨던 그분에 대한 기억이 희미하게 떠오른다.
아파트 지하주차장 바닥에서 '그림'이 보였다는 저자는 피카소의 말을 모티브로 '단순하게, 쉽게, 어린아이처럼' 그림을 그리기 시작해 석 달간 300점의 수묵화를 그려냈고, 김영사에 책을 내달라고 통 큰 딜(!)을 한다.
책에 담겨있는 수묵화와 짧은 에세이가 투박하면서도 조화롭다.
그림에 낙관이 두 개가 찍혀 있어서 무슨 의미일까? 했더니 그림은 최영준님이 그리고 글은 묵개 서상욱 선생님이 붙였기에 그렇다는데 마치 한 사람이 완성한 것처럼 절묘하다.
"한 번도 붓을 잡아본 적도, 작심하고 그림을 그려본 적도 없던 그는 엄청난 집중력과 천재적인 발상으로 다양한 형상들을 만들었다. 나는 거기에 문자로 제목을 붙였을 뿐이다. 순간에 드는 나의 직관과 그의 통찰이 맞부딪치는 대결이 장면마다 벌어졌다. 멈칫하면 진다. 이 기발한 광대와의 대결은 지면 질수록 즐거운 신기한 진검승부였다." <축사> 중에서
수식어가 잔뜩 달린 화려한 작품보다 담백한 그림 한 점, 짤막한 한 문장이 더 와닿을 때가 있다.
책에 담긴 그림과 에세이를 번갈아 보며 그 어떤 교육을 받은 것보다 '역시 인생의 연륜은 따라갈 수 없구나' 하는 깨달음이 든다.
이 책은 나에게 그런 울림을 준다.
세상은 즐거움과 평화, 슬픔과 소란스러움이 있는 곳이다
내 마음에 따라 세상이 즐거운 보금자리가 될 수 있고
슬픔과 괴로움이 가득한 고통의 늪이 될 수 있다
걱정 마라
우리는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할 자유가 있다
___<걱정 마라> 중에서
내가 아비 되어보니 아비 심정 알겠네
한없이 주고픈데 줄 것이 하나 없어
아들아 미안하다 개뿔도 없다
자, 받아라
자수성가 기회를 물려주마
___<나를 위해 거름이 되었던 당신, 아버지> 중에서
당신의 바닥은 나의 천장입니다
층간 간격을 줄입시다
흙수저 올림
___<공생>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