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구나무 아래에서 - 한의로 대를 잇는 아버지와 아들의 동의보감
전재규 지음 / 산지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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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로 대를 잇는 아버지와 아들의 동의보감


"아버지, 이제 고생 끝나셨어요. 편히 쉬세요."



묵묵히 한의학의 길을 걷는 아버지 뒤에서 때로는 마음을 졸이기도 하고 그 든든한 버팀목에 기대기도 하며 아버지의 뒤를 이어 한의사가 된 아들.


먹고 살기도 힘들었던 시절 16세의 아버지는 당시 지역에서 유명했던 권약국 집에 머슴살이로 들어가 약방 업무를 보며 한의학의 길을 걷기 시작한다. 경험으로, 독학으로 주경야독하며 배운 의술을 환자를 위해 아낌없이 쏟아부으셨던 아버지.



"재규야, 네가 아버지 뒤를 이어서 살구나무 숲 한번 만들어봐라. 군수나 시장을 해야만 성공하는 게 아니다. 아버지처럼 좋은 의원 되어서 사람 많이 살리면 나는 좋겠다."



남강 선생님의 이런 말에 아버지는 겸손하게 손을 저으셨지만 내심 흐뭇하셨을 터...  성실한 아버지를 보고 자란 아들은 자기만의 방식을 더해 미래를 꿈꾸는 한의사로 성장한다.



"육군자와 향사육군자는 어떻게 되냐?"

순간 1초 정도 머뭇거렸다. 

바로 아버지의 호통이 떨어졌다.

"기본 처방 50개 정도는 물으면 바로 나와야 해. 머릿속에서 생각하고 나오는 건 아직 네 것이 아니다."

나는 아버지의 경험과 혜안에 감탄을 거듭했다. 학생 때는 이론으로만 공부하고, 무작정 외우기만 했다. 하지만 한의대 졸업 후 환자들을 실제 보면서 이론대로 잘 되지 않는 상황이 너무 많았다. 아버지의 말씀으로 비로소 이유가 선명해졌다. 특히 육미지황탕에 관한 설명은 입을 다물어지지 않을 정도였다.



읽으면서 가슴이 먹먹해지는 부분이 많았다. 

요즘 시대의 허준이지만 주변의 시기와 질투에 시련도 겪고, 결국 암을 이기지 못하고 돌아가셨지만 그분의 숭고한 정신은 아들에게 잘 물려주고 떠나신 것 같다.


물질만능주의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많은 울림을 전해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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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크 어게인 - 모르는 것을 아는 힘
애덤 그랜트 지음, 이경식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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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찰이 필요한 시대, '다시 생각하기'가 답이다!



"다시 생각하기는 오래된 문제에 새로운 해결책을 마련하는데, 새로운 문제에 오래된 해결책을 다시 찾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다시 생각하기는 당신 주변에 있는 사람들에게서 더 많은 것을 배우고 인생을 살아가면서 후회를 보다 적게 하는 지름길이다. 자신이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도구들 가운데 어떤 것, 그리고 자기 정체성의 가장 소중한 것들 가운데 어떤 것을 버릴 시점을 아는 것, 이것이 바로 지혜이다." -p.29


책날개에 애덤 그랜트의 사진이 있는데 장난기 가득한 얼굴이지만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오리지널스>의 저자이자 펜실베니아대학교 와튼스쿨 최연소 종신 교수로 조직심리학을 통해 보통 사람들의 경직된 사고, 왜곡된 개념, 견고한 편견들을 왜 깨부수고 다시 생각해야 하는지에 관해 설명한다.


똑똑한 사람일수록 자신이 믿어왔던 지식이나 신념들에 대해 다른 사고를 하기 꺼려하고, 자신의 정체성을 뒤흔드는 일이라고 생각해 변화를 두려워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사실은 더 많은 실수를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다양한 사례를 통해 설명한다.


특히 블랙베리의 몰락과 픽사의 흥행을 설명한 부분이 흥미로웠는데 블랙베리의 천재 CEO는 자신의 성공에 도취되어 주변의 이야기를 소홀히 여겼고 세상의 변화를 인정하려 들지 않았지만, 픽사의 브래드 감독은 오히려 주변에 쓴 소리꾼들로 팀을 구성해 그들의 불만을 경청하며 현재의 성공에 안주하지 않기 위해 '다르게 생각하기'를 실천했고, 여전히 잘나가고 있다는 이야기를 읽으며 싱싱한 물고기를 배달하기 위해 물고기 통에 천적을 넣어 생존율을 높였다는 이야기가 문득 떠올랐다.


'다르게 생각하기'와 '의심하기'를 자신에게 적용한다면 '확증 편향'에 빠지지 않고 스스로를 개선할 수 있다는 믿음을 전한다. 



결국 우리에게 책이 필요한 이유도 이와 같지 않을까?

나만 잘났다는 편협한 생각이 아니라 책을 통해 '지식'을 넘어 '지혜'를 고민하게 만들기 때문에 정보에 대한 호기심과 꾸준한 배움을 이어간다면 '진짜 지혜'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책의 두께가 꽤 되는데도 신이 난 교수의 강의를 듣는 것처럼 흥미롭고 즐거운 시간이었다. 



"사람들은 대부분 자기가 가진 지식과 전문성에 긍지를 느끼며 자신의 믿음과 의견을 고수하는 데 자부심을 가진다. 자기 생각에 확신을 가질 때 보상을 받는 안정된 세상에서라면 이런 접근이 일리가 있다. 그러나 문제는 우리가 사는 지금 세상은 눈이 핑핑 돌 정도로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이라는 데 있다. 이런 세상에서는 생각하는 데 보내는 시간만큼이나 많은 시간을 다시 생각하기에 써야 한다." -p.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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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
무라카미 류 지음, 양억관 옮김 / 작가정신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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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비틀스와 롤링 스톤스가 최고의 전성시대를 구가하고 히피 문화가 꽃을 피우던 1969년을 배경으로 무라카미 류의 자전적 소설이 시작된다.


"즐겁게 살지 않는 것은 죄다!"


혈기왕성하고 질풍노도의 시기인 열일곱.

어디로 튈지 모르는 고3 '겐'은 타고난 영악함과 엉뚱함을 무기로 잘생긴 모범생 아다마를 포섭하고, 예쁜 여학생에게 잘 보이기 위해 친구들을 선동해 바리케이트 혁명을 주도한다. 페스티벌을 한답시고 말도 안 되는 연출을 하고, 노이로제 걸린 닭을 풀어놓기도 한다.


유쾌하고 엉뚱한 그들의 무용담을 들으며 우리의 '말죽거리 잔혹사'가 떠오르기도 했는데, 미국판이 출간되었을 당시 '제2의 호밀밭의 파수꾼'이라는 호평을 받기도 했다고 한다.


다소 자극적일 수 있는 '69'라는 제목을 1969년 자신의 청춘 이야기에 붙이고, 입시를 지상 최대 목표로 삼는 암울한 시대, 학생들에게 서슴없이 뺨을 갈기는 선생에게 배우며 후진 세상에 대한 복수를 꿈꾸기도 하고, 비틀스의 음악을 들으며 랭보의 시를 읊는 낭만을 장착한 세대였다는 것을 떠올려본다.


지금 그 세대들은 꼰대를 넘어 할배일텐데, 우리 부모님 세대의 학원쾌담을 읽자니 마치 TV에서 모자이크되지 않은 담배피는 모습을 본 것 같은 어색함과 동시에 자유로움을 느낄 수 있었고, 나의 열일곱에도 그런 패기는 없었던 것 같은데 대리만족을 한 것 같아 신이 났다.


역시 무라카미 류 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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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를 거두세요 - 소나무 스님의 슝늉처럼 '속 편한' 이야기
광우 지음 / 쌤앤파커스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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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우 스님이 들려주는 마음돌봄 이야기



BTN 불교TV 최고 인기 프로그램인〈광우 스님의 소나무> 진행자이자 유뷰브, 강연 등을 통해 고민 많은 사람들에게 행복을 전하는 '소나무(소중한 나, 무량한 행복) 스님'이 들려주는 지혜로운 이야기.



뾰족한 가시가 나와 남을 찌르지 않도록

마음을 살피고 스스로 알아차리는 연습



삶은 끊임없이 숙제를 내주는 선생님 같습니다.

"어머, 숙제 끝냈니? 그럼 이것도 한번 풀어보렴."

지쳐 쓰러질 때에도 삶은 끊임없이 문제를 들이밉니다. 

내 삶이 다할 때까지 문제는 결코 끊이지 않습니다. 그러니 문제가 있다는 것은 내가 살아있다는 증거입니다.



이 책에는 여러 편의 재미와 감동을 주는 이야기들과 예쁜 일러스트들, 그리고 스님이 전해주시는 여러 명상법이 담겨 있어서 읽다 보면 마음이 따뜻해지고 기분이 편안해진다. 


'앵'하고 태어나 '휙'하고 살다가 '억'하고 죽지 않도록 (p.59) 하루하루 그저 그렇게 흘러가는 시간들을 소중히 여기며 살아야겠다고 다시 한번 다짐해본다.



어쩌면 우리는 자신도 모르게

너무 힘을 주고 사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조금은 흔들려도 괜찮더군요.

중심만 잡으면 조금 흔들려도 괜찮습니다.


다들 알고 계시죠?

운명(運命)의 '운'자가 '움직일 운'이라는 것을.




띠지에 광우 스님 사진이 있는데 참으로 귀여우시다. 책 안에 싸인까지 해주셨는데 동글동글 글씨도 어쩜~ 보고만 있어도 기분이 좋아진다. 열아홉 나이에 해인사로 출가해 법랍 23년차라고 하시는데... 마음을 편하게 가지셔서 그런가 굉장히 동안이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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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처드 도킨스의 영혼이 숨 쉬는 과학 - 열정적인 합리주의자의 이성 예찬
리처드 도킨스 지음, 김명주 옮김 / 김영사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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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적 유전자》로 주목받기 시작했고, 《만들어진 신》으로 과학계와 종교계에 뜨거운 논쟁을 몰고 왔던 리처드 도킨스.

영국의 진화생물학자이자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과학 저술가인 그의 두 번째 에세이집 《영혼이 숨 쉬는 과학》이 출간됐다.


★★★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

“도킨스의 팬이라면 반드시 소장해야 할 책.”_〈커쿠스 리뷰〉




이 책에는 지난 30년간 썼던 다양한 분야의 글에서 41편을 간추렸는데, 복잡한 진화론에서부터 과학자의 가치관, 종교, 미래 예측, 개인적인 삶까지 폭넓게 담겨있다.


"정보의 업데이트는 각주와 후기로 한정했다. 이런 짤막한 보충과 감상을 본문과 함께 읽으면 오늘날의 나와 원래 원고의 저자가 주고받는 대화처럼 느껴질 것이다. 그런 방식의 독해를 돕기 위해, 주석은 학술서의 각주나 미주의 관례보다 큰 문자로 설정했다."


서문에서 밝힌 것처럼 특히 '각주'와 '후기'가 글마다 큼지막하게 붙어 있는데, 30년이라는 시간을 두고 쓰여졌지만 크게 옛날이야기라는 느낌이 들지 않았고(그런 이야기들로 엄선했겠지만) 읽으면서 도킨스의 머리에 담고 있는 지식의 무게가 얼마나 될까? 진심으로 궁금해진다. 


그동안 독설가 도킨스를 떠올렸던 사람이라면 이 책에 담긴 과학철학과 진화, 미래의 진보, 시사와 이슈, 복잡하고 장엄한 지질학적 자연계에 대한 관찰, 시대에 대한 패러디와 풍자까지 다양한 글을 통해 좀 더 인간적이면서도 친근한 도킨스 박사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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