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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
무라카미 류 지음, 양억관 옮김 / 작가정신 / 2021년 4월
평점 :
절판

비틀스와 롤링 스톤스가 최고의 전성시대를 구가하고 히피 문화가 꽃을 피우던 1969년을 배경으로 무라카미 류의 자전적 소설이 시작된다.
"즐겁게 살지 않는 것은 죄다!"
혈기왕성하고 질풍노도의 시기인 열일곱.
어디로 튈지 모르는 고3 '겐'은 타고난 영악함과 엉뚱함을 무기로 잘생긴 모범생 아다마를 포섭하고, 예쁜 여학생에게 잘 보이기 위해 친구들을 선동해 바리케이트 혁명을 주도한다. 페스티벌을 한답시고 말도 안 되는 연출을 하고, 노이로제 걸린 닭을 풀어놓기도 한다.
유쾌하고 엉뚱한 그들의 무용담을 들으며 우리의 '말죽거리 잔혹사'가 떠오르기도 했는데, 미국판이 출간되었을 당시 '제2의 호밀밭의 파수꾼'이라는 호평을 받기도 했다고 한다.
다소 자극적일 수 있는 '69'라는 제목을 1969년 자신의 청춘 이야기에 붙이고, 입시를 지상 최대 목표로 삼는 암울한 시대, 학생들에게 서슴없이 뺨을 갈기는 선생에게 배우며 후진 세상에 대한 복수를 꿈꾸기도 하고, 비틀스의 음악을 들으며 랭보의 시를 읊는 낭만을 장착한 세대였다는 것을 떠올려본다.
지금 그 세대들은 꼰대를 넘어 할배일텐데, 우리 부모님 세대의 학원쾌담을 읽자니 마치 TV에서 모자이크되지 않은 담배피는 모습을 본 것 같은 어색함과 동시에 자유로움을 느낄 수 있었고, 나의 열일곱에도 그런 패기는 없었던 것 같은데 대리만족을 한 것 같아 신이 났다.
역시 무라카미 류 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