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크로스 더 투니버스 트리플 4
임국영 지음 / 자음과모음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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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잊혔던 내가 사랑했던 그 시절...


"익숙한 일상 속에서 숨은 서사를 자신만의 호흡으로 생동감 있게 보여준다"라는 찬사를 받으며 2017년 『창작과비평』 신인문학상을 수상한 임국영 작가의 첫 소설집이 자음과모음 트리플 시리즈로 돌아왔다.


"밀레니엄 바이러스 Y2K에 대한 공포가 전 세계를 뒤덮었고, 한국에서는 같은 이름의 다국적 비주얼 록밴드가 버젓이 활동했다."


1999년이 지나면 전 세계 컴퓨터가 2000년을 인식하지 못해 1000년으로 다운된다는 둥 내가 입금한 돈이 '0'이 된다는 둥 흉흉한 소문들이 돌았던 그 시절이 떠올라 웃음이 났다. 


초등학생 때 우리의 핫플레이스는 학교 앞 오락실과 문방구 앞 100원 게임기. 항상 아이들이 모여 있었고, 왕을 깨는 아이는 부러움이 가득 섞인 찬사를 받았다. 그 시절 우리 집에 '재믹스'가 있었는데 오빠 친구들이 잔뜩 와서 서로 질서 있게 한게임씩 하는걸 흐뭇한 표정으로 바라보기도 했고, 페르시아 왕자나 팩맨, 테트리스를 하면서 집에서 컴퓨터를 통해 게임을 할 수 있다는 것에 꽤나 감동하기도 했다.


나는 이 책의 표제작인 #어크로스더투니버스 를 읽으며 그 시절 수진과 만경을 합친 사람이 나였을지 모른다는 상상을 하며 즐겁게 책을 읽었다. 이들의 이야기는 짧게 끝났지만 중간에 더 많은 이야기를 상상하며 프로그램이 끝날 무렵 "주인공과 그의 친구들이 살아가는 세계에서 홀로 퇴장하거나 추방당하는 기분"이 들기도 했고, 일요일 아침 만화를 기다리며 TV 앞에 이불을 펴고 잠들었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혼자서 '응답하라 시리즈'를 찍으며 추억팔이를 하다가 책 앞의 작가 사진을 봤는데 아무리 봐도 너무 앳된 분이 이런 느낌을 어찌 알까 궁금하기도 하다. 시간 여행자인가? ㅋㅋㅋ

즐겁고 유쾌한 기분이 드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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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의 폭력 - 고대 그리스부터 n번방까지 타락한 감각의 역사
유서연 지음 / 동녘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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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는 더 이상 카메라 뒤에 서 있는 전지전능한 자, 카메라 앞의 여성을 비롯한 타자들을 착취하고 관음증적 눈으로 훑으며 지배하는 자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이 시대의 여성 광인은 결국 관조적이고 탈신체화된 지성적 시각에서 비롯되는 관음증적 시각이 아니라 다른 감각들, 특히 촉각과 통감각적으로 연결된 새로운 시각을 통해  카메라를 다시 들어야 한다." <새로운 시각은 가능한가> 중에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보는 기술'의 그늘... 바로 '보는 폭력'이다. 얼마 전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N번방이 조용히 잊혀져갔다. 텔레그램 '박사방' 운영자인 조주빈은 현재까지 형사처벌 전력이 없고, 일부 피해자와 합의한 점을 반영해 3년 감형된 42년형을 선고 받았다. 해외 사례를 보면 900년씩 받는 사람들도 있는데, 그래서 웰컴투비디오의 손정우가 그렇게 가지 않으려고 했겠지. 고작 1년 6개월... 지나가던 개가 웃겠다.


디지털 기술의 진화 속도는 눈부시나 법은 여전히 '사후 대책'에 급급한 실정이다. 그마저도 위의 사례에서 본다면 한참 뒤처진 처사가 아닐 수 없다. 



"프로이트는 <<성욕에 관한 세 편의 에세이>>의 제1장 <성적이상>에서 관음증과 노출증은 종이 한 장 차이임을 역설한다. 그에 따르면 보는 즐거움이 성 목적으로 바뀌는 경우는 노출증 환자들에게서 특히 두드러진다. 예전 한국의 여중ㆍ여고 앞에 출몰하곤 했던 '바바리맨'들의 노출증적 도착은 '나의 것을 보여주었으니, 너의 성기도 보여다오' 식의 호혜적 '봄'의 관념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이러한 경향은 최근 각종 SNS를 통해 과시적으로 자신의 일상을 노출하고, 이를 절시증적 욕망을 가진 불특정 다수가 보고 소비하며 '좋아요'를 눌러주는 현상에서 심화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관음증의 탄생> 중에서



저자는 각종 언론매체를 장식하는 디지털 성폭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강력한 법 처벌과 어릴 때부터 이루어지는 성인지 감수성 교육, 디지털 기기 사용자의 윤리의식 정립 등이 병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동시에 저변에 깔려있는 '여성의 시각적 대상화와 시각중심주의의 광기'라는 매우 오래된 문제의 근원을 서양 철학의 역사와 그것이 배태한 관조와 관음증의 역사 속에서 추적한다.

망원경·카메라·영화의 탄생으로 이어지는 렌즈의 발달, 그리고 이것들이 여성 혐오와 결합되어 어떻게 '모든 것을 보고 싶어 하는 광기'로 나아가는지 보여준다. 


"철학은 평면거울을 통해 세계의 빛을 비추고, 그러한 시각 이미지를 통해 세계를 설명하려 한다. 그러나 이러한 세계는 남성 주체가 거울을 통해 자신을 반사하고 시각적으로 나르시시즘적인 자기동일성을 재확인하며 구축한 남근시각중심적인 세계이다. 여기서 여성은 자기 자신을 시각적으로 재현할 도구가 없기 때문에 나르시시즘적인 남성 주체와 자기를 동일시하며, 그러한 '남성적 반사구조'속에 갇히게 된다."p.207



이 책은 읽으면 읽을수록 화가 나지만 분노와는 다른 시각으로 나를 이끈다. 저자는 객관적이고 깔끔한 문체를 통해 자신의 생각을 밝히고 현재의 상황과 괴리를 조목조목 비판한다. 사실 남자들이 읽고 불편했으면 좋겠지만 읽지 않을 것이란 걸 안다. 대신 강자들의 먹잇감(참 싫은 표현이지만)이 되지 않기 위해 여자들이 읽고 말하고 선언해야 한다. #MeToo 와 #디지털성범죄아웃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추적단불꽃 의 활약들이 점점 세상을 불편하게 할 것이다. #당신을이어말한다 #이길보라 감독의 외침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자 연장선이고, 이제 시작이다.


"새로운 세대의 여성들은 가부장제에 포섭될 수 없는 태생적으로 '저주받은 여성'들이며, 조직을 움직이는 남성들과의 공모 아래 명예남성의 자리에 안착하기보다는 차라리 수치심을 모르는 광인이 되고자 한다. 그들은 나 하나 참으면 이 가족이, 이 조직이, 이 사회가 정상적으로 돌아갈 수 있으리라는 가부장제 아래 여성의 미덕 따위는 벗어던진 지 오래다." <렌즈를 깨는 여성 광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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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서울 - 수많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로컬 에세이 프로젝트 1
콰야 외 지음 / 방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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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서울(로컬 에세이 프로젝트 1) 




이 책에는 서울의 동네들이 담겨있는데, 내가 몇 년간 구석구석 돌아다녔던 당인동과 연희동, 도화동이 나와 그때의 생각을 떠올리며 친근한 마음이 들었다. 동네 주민들만 알던 당인리 발전소 앞 벗꽃길은 언제부터인가 SNS의 성지가 되었고, 카페와 음식점이 들어서면서 그 골목은 트렌디한 곳이 되었다. 그리고 그렇게 조금씩 달라지는 동네의 모습들을 작가들이 놓칠 리 없었다. 


콰야 작가는 당인동을 통해 '로컬'이란 단어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고도 했고, 김상민 작가는 성수동을 "짙은 생활감이 거리 곳곳에 묻은 힙 플레이스" 라고 소개했다. 여행자메이는 봉천동을 '미생의 여행지'라며 "그 춥던 겨울이야말로 가장 아름답던 여행의 순간"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이곳은 나에게 '어떤 의미'로 기억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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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이어 말한다 - 잃어버린 말을 되찾고 새로운 물결을 만드는 글쓰기, 말하기, 연대하기
이길보라 지음 / 동아시아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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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우리는 계속해서 말할 것이다

우리의 발화가 새로운 세계를 가리킨다면

서로의 말이 이어져 새로운 물결을 만든다면



『당신을 이어 말한다』는 장애인권, 페미니즘, 임신중지, 성폭력, 불법촬영물, 베트남전쟁 등 뜨겁고 논쟁적인 문제들에 대해 그간 여러 매체를 통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온 이길보라 감독의 글을 엮은 사회비평집이다. 



이 책을 보는 내내 뭔가 어정쩡한 자세로 앉아있는 것처럼 불편했다. 살아오면서 내가 만나기 쉽지 않았던 주제들이었고, 또 그렇기에 관심을 갖고 찾아볼 만한 것들이 아니어서 어떻게 공감을 해야 할 것인가 고민했다. 여성이고 사회의 약자라서 무조건 연대를 해야 할 문제는 아닌 것 같고, 비장애인이 장애인을 이해하려고 노력한다는 자체가 노력으로만 될 것 같지도 않았다. 오히려 외국인을 만난다면 그 나라의 문화나 생활습관들을 공부할 수 있기에 찾아보고 읽어보려는 노력은 할 수 있겠다만 장애인에 대해서는 글쎄... 사실 잘 모르겠다는 것이 솔직한 나의 답변이다. 


다만 그동안 다수의 목소리에 묻혀, 소위 정상적인(!) 사회에 반하는 민감한 주제들을 피하지 않고 목소리를 내고 글쓰기를 이어가는 용기에는 응원의 박수를 보내고 싶다. 

저자는 자신이 앞장섰기에 또 다른 누군가가 이어 말하기를 바란다고, 그렇게 새로운 물결을 만들어가자고 말한다.


이 책을 보는 누군가는 용기를 가질 수 있기를, 혼자가 아니라는 것에 위안을 받기를,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에 희망을 얻기를, 그리고 누군가는 불편해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없던 길을 만드는 사람들,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 무언가를 선언하는 사람들, 발화되지 않은 것을 발화하는 일, 선언하는 행위로서 말해지지 않은 것을 실재하게 하는 일. 누군가는 허공에 대고 외치는 것이라 폄하하겠지만 우리는 안다. 말을 하기 전과 하고 난 후는 분명히 다르다는 걸. 선언하고 호명하면 누군가가 말한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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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한남매 과학 탐험대 1 : 우주 흔한남매 과학 탐험대 1
김덕영 그림, 이재국.이현진 글, 흔한컴퍼니 감수, 정현철 외 기획, 흔한남매 원작 / 주니어김영사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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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나는 #흔한남매가 싫다!

우리집 아이들과 관련된 물건 중 흔한남매 아닌 것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ㅠㅠ

그러면서도 아이들에게 유튜버를 하려면 모름지기 흔한남매처럼 되어야 한다는 교육을 ㅋㅋㅋ


흔한남매가 이번에는 초등 과학서로 돌아왔다.


장난꾸러기 흔한남매와 함께하는 과학 첫걸음

<흔한남매 과학 탐험대> 1편 우주.


동네 숲속에서 우연히 발견한 의문의 연구소에서 으뜸이와 에이미는 어떤 활약을 하게 될까?


초등 과학 교과서의 내용을 철저하게 분석해 교육과정에 맞는 내용과 더불어 최신 연구, 관련 정보까지 더했다.


캐릭터는 흔한남매지만 KAIST 총장님이 추천사를 쓰셨고, 카이스트 과학영재교육원의 연구진이 기획과 감수까지 했다니 단순한 학습 만화가 아니었군!


이제 1권이 나온건데 순삭하더니 2권은 언제 사줄꺼냐며 벌써부터 나를 조르고 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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