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를 위한 변론 - 미래 세대와 자연의 권리를 위하여
강금실 지음 / 김영사 / 2021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리가 사는 시대는 지질학적으로 신생대 제4기의 마지막 시기인 홀로세에 속한다. 그러나 인간의 과도한 영향력으로 홀로세를 이미 벗어났다고 보는 학자들은 지금 시대를 '인류세'라고 바꿔 불러야 한다고 주장한다. 인류가 진보된 과학 기술과 산업혁명을 이끄는 동안 소외된 지구. 거대한 전염병 앞에 허둥지둥거리다 기후 위기의 코앞까지 와있다.







‘깊은 생태학’과 ‘자연과의 조화’속에서 지속가능한 패러다임을 실천할 수 있을 것인가...


이 책에서 인상깊은 부분은 '지구법학'이다.

우리나라의 첫 여성 법무부 장관으로 법률가이자 행정가인 저자는 새로운 문명의 거버넌스를 위해 인간 중심적 세계관을 지구 중심적으로 바꿔서 우리 존재의 근거를 보호하기 위한 시도로 '지구법학'이라는 새로운 법체계를 제시하며 법의 중요성을 환기시킨다. 


'존재할 권리' '서식할 권리' '지구의 진화에 참여할 권리'를 핵심으로 한 열 가지 권리를 중심으로 산, 바다, 곤충, 나무 등 각자의 역할에 따라 권리가 있다는 주장이다.


"우리의 근대국가 사회는 권리 위해 세워져 있다. 권리가 없으면 보호받지 못한다. 그래서 계속 권리주체를 확대해왔다. 지구법학의 핵심 주제는 이 법체계를 넓히자는 것이다. 인간 중심적 세계관을 지구 중심적으로 바꿔서 우리 존재의 근거를 보호하자는 데 있다."



책에서 제시하는 주제는 심오하고 철학적이며 문장은 명쾌하고 간결하다. 쉽게 읽히는 책은 아니지만 읽으면서 자연에 대한 기존에 가졌던 생각을 확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지구에 살고 있는 다른 모든 주체의 숨소리와 목소리에 귀 기울이면서 그들을 복수 주체 공동체의 세상으로 초대하는 것은 매우 경이롭고 기대되는 미래상이다. 영토 확장이나 사회 계급으 꼭대기로 올라가려는 성취욕으로부터 벗어나, 낯설지만 신선한 다른 주체들과의 만남을 통해 더 깊고 풍요롭고 성숙한 성장으로 나아가는 것. 우리가 쌓아온 과학 기술의 역량과 다원사회를 향한 인식의 발전이 그것을 가능하게 하고 촉진할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만 모른다, 내가 잘하고 있다는 걸 - 나의 자존감을 보살피는 심리학
슈테파니 슈탈 지음, 김시형 옮김 / 갈매나무 / 2021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를 온전히 사랑하며 살기 위한 현실적인 심리 안내서



사회적인 동물이지만 그 사이에서 나를 잊으면 안 된다. 끊임없이 남과 비교하고 비교당하며 사는 삶의 연결 고리를 이제는 가차없이 끊어버려야 한다. 그래야 내가 살지...


나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나답게 사는 삶은 어떤 것일까? 


이 책에는 독일 심리 전문가이자 치료사로 활발하게 활동하는 저자가 자신이 실제 상담했던 사례들을 통해 낮은 자존감으로 힘들어하는 이들에게 부드러운 위로의 말과 더불어 실천을 통해 달라질 수 있다는 믿음을 준다. 


"자존감이 높은 사람과 자존감이 낮은 사람은 무엇이 다른가? 이 질문의 답은 놀랄 만큼 단순하다. 자존감이 높은 사람은 자기 약점을 포함하여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수용한다. 반대로 자신에 대한 불안, 즉 '자기불안'으로 인해 자존감이 낮은 사람은 자신의 약점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그 약점을 너무 중대하게 취급하며, 자신 말고는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하는 약점을 자꾸 끄집어낸다."


나는 마지막 부분의 말이 특히 와닿는다. 

사실 남들은 내가 생각하는 것만큼 나에게 관심이 없다. 자존감이 낮은 사람들은 끊임없이 자신을 학대한다. 그러면서 그것이 '완벽주의'인 것마냥 포장한다. 항상 나 스스로를 칭찬해주고 장점을 찾는 노력이 필요한데 이것을 습관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훈련이 필요하고, 이 책이 그런 나를 다독이는 데 큰 도움을 줄 것이라 믿는다.


자기가 너무 잘났다고 표현하는 사람들도 사실 생각의 저변에 깔린 낮은 자존감을 포장하기 위한 과대 행동일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것도 어찌 보면 다 남과 비교하기 때문에 오히려 자신을 혹사하는 경우라는 것이 안타깝다. 

혹시 나도 그러고 있지는 않을까?' 다시 한번 나를 되돌아본다.


내 삶에 무례해지지 않도록 나를 더 아끼고 사랑해주자.

오늘도 쓰담쓰담~~


#도서협찬 #갈매나무출판사 #나만모른다내가잘하고있다는걸 #슈테파니슈탈 #심리에세이 #심리치유서 #selfesteem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머물고 싶은 순간을 팝니다
정은아 지음 / 쌤앤파커스 / 2021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람들의 발길을 이끄는 '그곳'의 비밀은?


지속 가능한 일상이 그리워지는 지금, 우리가 원하는 공간은 어떤 곳일까?


요즘 들어 더 느끼는 건데... 코로나 이후 확실히 알았다. 내가 엄청난 집순이라는 것을 ㅋㅋㅋ 아무 일정이 없는 날은 무슨 의식을 거행하듯 정말 집 밖으로 한 발자국도 떼지 않는다. 집에서 할 일이 너무나 많고, 그렇다고 열심히 해대는(?) 것은 아니지만 그냥 아늑한 집에 콕 박혀 있다는 것만으로도 휴식이 된다. 그런데 이 책의 다양한 공간은 궁금했다. 


SNS를 통해 단순히 소비되는 공간이 아닌 자기만의 개성이 확실한 공간. 물론 이런 곳은 이미 SNS의 성지겠지만 그냥 가서 "예쁘다~" 하고 느끼는 것보다는 알고 가야 왠지 공간에 대한 예의가 있다고나 해야 할까.


이 책을 만들기 위해 많은 시간이 들었겠지만, 다양한 사진들 덕분에 읽는 것은 즐겁고 흥미로운 여행의 느낌이었다. 

저 곳이 나의 매장이라는 몹쓸 상상을 하며 코로나 이후 변신할 공간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오프라인 공간을 운영하는 사람들은 다시 출발점에 서 있는 셈입니다. 오프라인 공간을 만들고 운영하는 데 있어 도움이 되는 다정한 가이드이자 선명한 로드맵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내가 늙어버린 여름 - 늙음에 대한 시적이고 우아한, 타협적이지 않은 자기 성찰
이자벨 드 쿠르티브롱 지음, 양영란 옮김 / 김영사 / 2021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갑작스럽게, 그 여름에 늙음을 보았다. 제일 먼저 나 자신의 늙음을. 그리고 주변 곳곳에 널려 있는 다른 사람들의 늙음을."


20~30대에 병원에 가면 병의 원인이 주로 스트레스 때문이라고 했다. 그런데 40이 넘어서 생전 처음 경험하는 몸의 이상을 발견하고는 놀라서 병원을 찾았더니 의사쌤은 "노화의 자연스러운 현상이죠~" 하며 대수롭지 않다는 진단을 내린다.

'오 마이 갓! 이게 무슨...!'


이 책의 이자벨 작가님도 나와 같은 경험을 마주하고는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하군.ㅎㅎ

며칠 전 시한부 인생이 담긴 에세이를 읽었기에 자연스럽게 늙는다는 것이 누군가의 간절한 소망일수도 있겠다 싶어 마음을 다잡아본다. 어차피 늙는 것이라면 이왕이면 유쾌한 할머니가 되는 것도 나쁘지 않잖아!


"몸이 단언하듯 명백한 사실을 들이밀기 전까지는 단 한 번도 노화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나는 늘 신체적, 심리적 난관을 성공적으로 극복해왔다고 자부했으며, 내 인생의 길잡이가 되어준 독립심과 자유로운 정신을 자랑스럽게 여겼다. 독립적이고 자유로운 방식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는 어떻게 존재해야 하는지조차 알지 못했고, 그렇게 할 수도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이 새로운 상황과 대면해야 했다. 이 현실과 맞닥뜨리기 위해서는 다른 수단을 찾아내야 할 터였다. 다른 방식으로 존재하는 법을 익히기 위해서는 다른 지표가 필요했다."


하버드대학, 웰즐리대학, MIT를 호령하던 시크 만렙 교수님,

프랑스에서 태어나고 미국에서 자라며 미국의 반문화와 페미니즘 열풍을 마주하면서 전면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냈던 히피, 누구보다 열심히, 누구보다 자유롭게 살던 그녀였기에, 무방비하게 마주한 홀로 늙어버린 자신의 삶이 낯설다. 그러나 서투른 조언 따위는 하지 않는다. 현재 진행형인 삶의 회고록이자 솔직하게 써 내려간 중간 정리 보고서 같은 느낌.


몸은 늙고 있지만 아직 굳건하다는 외침이 들린다.

나도 같은 고민을 하면서 늙어가겠지.


"약하고 닳아버린 나. 앞으로 다가올 세월에 불안해하는 나 자신을 발견한다. 그 세월이 나에게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위협적인 방식으로 다가온다. 그토록 믿고 있던 나 자신에게 이보다 더 큰 수모란 있을 수 없다. 어떻게 하면 스스로도 몰라보게 된 몸과 세상 앞에서 점점 더 자기 안으로만 움츠러드는 겁 많은 노파가 되지 않을 수 있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다만 죽음을 곁에 두고 씁니다
로버트 판타노 지음, 노지양 옮김 / 자음과모음 / 2021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내 생애 최초로, 내가 앞으로 어떻게 죽게 될지 더 이상 궁금하지 않다. 이제 알기 때문이다."


모두가 태어나면서 공평하게 얻게 되는 삶과 죽음.

죽음은 언제인지 알 수 없기에 남은 삶을 잘 살아야겠다고 수없이 다짐하지만 죽을 날을 짐작할 수 있다면 그 마음이 어떨까.

평소처럼 작은 것에 화내고 시간에 쫓기며 살게 될까...


이 책은 서른다섯 젊은 소설가가 자신의 뇌에 악성 뇌종양이 있음을 깨닫고 죽음이 점점 가까이 오는 상황에서 드는 생각을 남긴 에세이다. 

작가는 오히려 담담히 자신의 생각을 기록했는데 그걸 읽는 나는 왜 이리 미안한가...


어떤 종류의 미안함인지 정확히 꼬집을 수 없지만 글쎄... 살아있음에도 삶을 고마워하기보다는 그저 그런 평범한 하루를 보내고 있어서일까. 이런 책을 읽어야 일상을 생각함이 다소 가진 자의 여유 같은 거만한 느낌이 들어서일까.


지인들을 만나러 가는 길에 가방에 넣어갈 사이즈로 이 책을 골랐는데, 지하철 안에서 나 혼자 심각한 표정으로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어두운 얼굴의 사람이 있다면 살아있다는 자체가 행운이라고 말해주고 싶어서였을까.



"평생을 고민하고 방황하고 떠돌면서 나의 인생이 아무것도 아니지 않기만을 희망하다가 아마도 그럴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을 때쯤 죽음이 찾아온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