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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땅의 야수들 - 2024 톨스토이 문학상 수상작
김주혜 지음, 박소현 옮김 / 다산책방 / 2022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나의조국 #대서사시 #소설추천
이 땅에 살고 있으면서 그 소중함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해외에 살면 조국에 대한 그리움이 깊어진다고들 한다. 그래서일까. 미국에 사는 한국계 작가 김주혜의 글이 더없이 고맙고 소중하게 느껴진다.
조선이 망하면서 일제 식민지에서 대한민국이 되기까지 불과 100년 정도밖에 지나지 않았다. 이 책은 이 작은 땅에서 일어난 격동의 세월을 살아낸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는데 나의 조상들의 눈물겨운, 그러나 당당하게 일어서는 이야기를 읽고 있으니 가슴이 먹먹해져 온다.
1917년 겨울.
평안도 깊은 산속.
극한의 추위 속에서 굶주림과 싸우며 짐승을 쫒던 사냥꾼이 호랑이의 공격으로부터 일본인 장교를 구하게 되는데 이 이야기를 시작으로 사냥꾼, 군인, 기생, 학생, 사업가, 혁명가, 깡패 등 파란만장한 인생들이 '인연'이란 질긴 끈으로 엮이며 우리를 그려낸다.
보잘 것 없었던 인생을 스스로 개척하며 세월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자신의 삶을 꿋꿋하게 지켜내는 옥희는 그녀를 사랑하는 은실, 단이, 월향, 연화와 함께여서 더욱 단단해졌고, 역설적으로 힘없는 민족이 견뎌내야 할 아픔을 너무 잘 보여줬다.
특히 3.1운동이 묘사된 부분에서 어떻게 맨손에 태극기 하나 들고 총으로 무장한 일본인과 맞설 생각을 했는지 너무 가슴이 아팠다.
일제강점기 한국인들이 겪었던 뒤틀린 운명 속에서 한 편의 영화를 보는 것처럼 역동적이며 장대한 스케일이지만 한 문장 한 문장 곱씹으며 읽을 만큼 문체도 아름답고 무엇보다 너무 재미있었다.
나는 가제본으로 이 책을 먼저 만났는데 그사이 출간되었고, 이제 대박 날 일만 남았는가!
이 책을 읽으면서 #아리랑 을 읽었던 고등학생의 나와 데자뷰했다. 내 인생에서 전환점이 되었던 소설을 꼽으라면 주저 없이 선택할 조정래 대하소설 '아리랑'
나는 아직 #파친코를 접하지 못했지만 그 책을 보면서 느꼈을 마음과 비슷할 것이라 짐작된다. '작은 땅의 야수들'을 널리 읽고 많은 이들의 희생으로 세워진 나의 조국에 대해 애국심과 긍지, 자부심을 느꼈으면 좋겠다.
누구 한두 명의 실수로 내 나라가 휘청이는 일이 없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