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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다른 기념일
사이토 하루미치 지음, 김영현 옮김 / 다다서재 / 2020년 8월
평점 :
"나는 듣지 못하기에 눈을 감으면 그 순간 세계가 사라진다."
농인 부부 사이에서 태어난 청인 아이.
먼저 귀의 자극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는 사람을 농인이라고 부르며, 약간은 들을 수 있으나 청력에 장애를 가진 사람을 청인(청력 장애인)이라고 구분한다.
나는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청인과 농인의 차이도 몰랐고, 다름이 있다는 것에 대해 생각해본 적 없었다는 것이...
남자는 청인 집안에서 자라 일본어를 음성언어로 배웠고, 여자는 농인 집안에서 자라 수화로 소통했다.
이제 화성에서 온 남자와 금성에서 온 여자가 만나 가족을 만들고 그들의 아이는 청인으로 자라게 된다.
'서로 다른' 이 가족의 삶을 들여다보자.
집 앞 DVD가게에 가기 위해 각자 자전거를 타고 나선다.
가는 도중 뭔가 이상한 느낌을 받은 남자가 뒤를 돌아본다.
그녀가 없다. 기다려 본다. 오지 않는다. 결국... 그녀를 찾아 나선다.
오는 길에 쓰러져 있는 그녀는 왜 그렇게 됐는지 기억이 나지 않지만
턱이 부러지는 큰 사고를 당했고, 조금만 늦게 발견됐더라면 죽었을지도 모른다.
여자가 넘어지면서 분명 큰 소리가 났을 터.
그러나 남자는 아무것도 듣지 못했고, 그런 자신의 무력함에 화가 났다.

창문 넘어 들려오는 수많은 소리에 귀 기울여본다.
평소 시끄럽다고 생각했던 많은 소리들이 갑자기 감사함으로 느껴진다.
내 사랑하는 아이들의 웃음소리를 들을 수 있어서, 책과 함께 듣는 음악 소리가 찰떡궁합이라고 좋아할 수 있어서 기뻤다.
"네가 들은 것. 그것을 나는 바로 공유할 수 없다.
그래서 생각한다. 그다음에는 상상한다.
거기에는 무슨 소리가 있었을까."
보통 아이들은 엄마, 아빠에게 관심을 받기 위해 울음으로 자신의 욕구를 표현하는데 이쓰카가 생후 반년 만에 엄마, 아빠를 부를 때 음성이 효과적이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니 짠하면서도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하는 모습이 한편으로 의젓하기도 했다.
일반 사람들도 피곤하면 애가 울어도 못 깨기 마련인데, 듣지 못하는 이 부부는 폰을 각각 브래지어와 팬티에 넣고 30분마다 진동이 울리도록 휴대전화 알람을 설정했다니 육아와의 전쟁이 눈물겨웠다.
서로 다름을 이해하고 가족이란 이름으로 눈빛, 느낌으로 소통하는 그들에게 말이란 소통을 위한 도구 중 하나에 불과할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너무 흔해서 의식조차 없었던 나의 모든 행동들에 대해 새삼스레 감사하는 마음이 생기는 하루다.

** 본 게시물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지극히 본인의 주관대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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