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책읽는나무 > 우유팩을 이용한 만들기
우유팩을 이용한 아이디어 교구만들기
Art Education Institute 지음, 정승채 외 옮김 / 동심 / 199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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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이책을 구입한지는 몇 년이 된 듯하다.
아이가 어릴적에 아주 원대한(?) 목표를 하나 세웠었다.
그러니까 아이의 장난감은 무조건 내손으로 다 만들어주겠다는~~ 조금은 허무맹랑한 그리고 아주 겁없는 목표를 세웠던 것이다.
첫아이다보니 이것 저것 의욕만 앞서 모든 것이 신기하고 재밌어서 그런 생각을 했었나보다.
아마도 시간이 많이 남아돌아서였기도 했을께다.
암튼 겁없는 목표를 세운 것은 다 좋은데 손재주가 없는 내가 이것을 실천하기가 영 버거웠다는 사실!
머리속에 무언가 맴돌기는 하는데 그것을 직접 손으로 만들거나 그려내는 것에는 아주 쥐약인지라 뭘 어떻게 만들어줘야할지 참으로 난감하였다.
그때 책 중에 이렇게 만들기 교구같은 책이 있다라는 것을 처음 알았다.

 그중 이책을 먼저 구입하였었다.
이책이 마음에 든 것은 우유팩을 이용하여 만든다는 점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사실 아이와 만들기를 할때 준비물을 먼저 살펴보게 되는데 구하기 힘든 재료가 하나라도 포함된다면 나는 좀 쉽게 포기하는 편이다. 그것을 어디서 구하는지도 모르겠거니와 그것 하나를 사러 시내에 나가기도 귀찮고 또 한 번 쓰고 말 것을 고가의 재료를 구입한다는 것 또한 영 못마땅하였더랬다.
하지만 우유팩 같은 경우는 아이가 매일 매일 먹는 우유다보니 항상 즐비해 있는 요긴한 재료가 될 수 있다.
안그래도 재활용하느라고 매일 물로 씻어 말리는 중이니 돈 안들이는 재료다.
또한 우유팩을 자르고 붙이다보면 이 우유팩만큼 재질이 훌륭한 재료가 없다라고 느끼게 된다.
상자를 잘라서 사용을 할 수도 있겠지만 상자는 좀 딱딱하고 뻣뻣하다. 헌데 우유팩은 단단하면서도 부드러워 가위로 잘라도 잘 잘라지면서 최상급의 종이역할을 한다.
암튼 주변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우유팩을 주재료로 여러가지 아이디어 교구를 만들 수 있다는 것에 흥미를 느껴 구입하여 몇 개를 만들어보았다.

아이가 너무 어릴적에 구입했던지라 손쉬운 것만 몇 개 만들어 보았는데 아이가 꽤 흥미있어했다. 목차를 훑어보면 손쉬운 것부터 시작하여 꽤 정밀을 요하는 초등학생들이 만들어보면 괜찮을 만한 그야말로 교구라고 명명할 수 있는 만들기 작품도 눈에 띈다.
총 48가지의 작품이 나와있다.
물에 띄울 수 있는 배도 있고, 스토리 교구편에서는 팝업 박스, 또는 탁탁 극장, 뢴트켄 극장 등의 제목으로 극장식으로 만드는 교구가 있어 아이의 상상력을 자극할 수 있어 좋겠고, 꽤 과학적인 원리를 이용한 교구도 간혹 눈에 띈다.

 아이가 어리다면 엄마와 직접 만들어보면 정말 괜찮을 것 같고, 조금 큰 아이들이라면 혼자서 충분히 만들어볼 수 있는 교재라고 생각한다. 우리아이는 나를 닮았는지 그림을 그리는 것에는 영 젬병인데 어릴적부터 녀석이 보는 앞에서 무얼 오리고 붙이고 만드는 것을 보여준 탓인지 만드는 것에 꽤 흥미를 느끼는 것같다. 때론 교육방송에 나오는 만들기 프로그램을 유심히 보면서 항상 그프로의 MC들의 멘트를 흉내내면서 혼자서 "이렇게 고정을 시켜줘야 합니다"...."구멍을 뚫을땐 송곳이나 칼은 위험하니 반드시 어른들께 부탁해야 합니다" 등등 이렇게 중얼 거리면서 온갖 먹다남은 과자상자에 붙이고, 자르고, 구멍을 뚫어놓았다.(물론 구멍은 내가 뚫어지만..^^)

 미술에 소질이 없어도 만드는 것에라도 흥미를 붙인다면 조금은 미술이란 분야에 접근하게 되어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지 않을까? 여기기에 어릴적부터 직접 손을 이용하여 만드는 것을 많이 시키는 중이다. 요즘은 게을러서 같이 해주질 못하고 너혼자 해보라고 시켰는데 오늘부터라도 녀석과 같이 이책을 보면서 만들기를 좀 해야겠단 생각을 해본다. 이러한 책들은 엄마들을 참 부지런하게 만들어주는 책인 듯싶다..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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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책읽는나무 > 아이에게 그림책을 읽어주어야만 하는 확실한 이유가 담겨 있는 책
쿠슐라와 그림책 이야기
도로시 버틀러 지음, 김중철 옮김 / 보림 / 200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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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책은 쿠슐라라는 아이의 태어나자마자 행동발달장애와 그리고 지능발달장애를 동반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통보를 받은 아이의 이야기를 다룬 책이다.
쿠슐라는 부모의 선천적인 유전적인 결함을 물려받은 경우다. 물론 부모가 장애인이지는 않지만 아버지의 유전자 속에서 겉으로는 정상이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장애의 유전적인 결함을 보유하고 있었기에 쿠슐라가 그것을 물려받은 케이스라고 할 수 있겠다.
아이가 장애인이라는 것은 부모로서 정말 억장이 무너지는 일일께다. 특히나 쿠슐라는 기다리고 기다리던 첫아이가 아닌가!
하지만 쿠슐라의 부모들은 강인하고도 강인한 사람들이었다. 그렇게 크게 동요하지 않고 마음을 잘 다스려 아이에게 최선을 다한 부모다.

 쿠슐라에게 최선을 다해주는 방법중에서 찾은 길 중 하나는 바로 쿠슐라에게 책을 읽어주는 일이었다. 아이가 몸이 아파 밤,낮으로 쉽게 잠이 들지 않기에 그런 아이를 위해서 해줄 수 있는 손쉬운 일은 아마도 책을 읽어주는 일은 부모가 선택한 것중에서 가장 힘들면서도 손쉬운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책을 읽어주겠다는 다짐은 어쩌면 그저 시간을 때우기 위해서였다고 책에서 적혀 있긴 하지만 어찌 되었든 책을 읽어준다는 행위는 보통의 에너지를 가지고 있지 않는 한은 매일 매일 그것도 쿠슐라처럼 밤,낮을 가리지 않고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는 일은 결코 쉽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쿠슐라 부모는 쿠슐라가 행동이 부자유스러워 다른 정상아이들처럼 세상을 느끼고 체험하지 못하는 그것을 책으로나마 느낄 수 있게 만들어주어 조금은 풍요로운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만들어주겠다는 다짐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쿠슐라를 믿으며 책을 읽어주었다.

 부모의 판단과 생각이 옳았다는 것은 서서히 쿠슐라의 발달해 가는 과정에서 알 수 있으며 지금은 서른이 넘은 성인이 된 쿠슐라를 보면 더욱더 그생각은 확고해진다. 쿠슐라가 만약 그대로 방치되어 자극을 받지 못하고 성장하였다면 아마도 그저 눈만 멀뚱멀뚱 뜨고서 살아가야만 하는 장애아로 도태되었을 수도 있었고, 반면 자극을 받고서 성장하였다 하더라도 책을 읽혀주지 않았더라면 아마도 언어적인 측면에서는 지금과 같이 정상아들과 똑같은 발달단계를 거치지 못하여 타인들과 접촉 하는 것에 큰 불편을 겪었을 것이다. 더군다나 쿠슐라는 의지가 아주 강한 아이다. 그리고 정서적으로 안정되어 있기에 무수히 병원을 오가면서 병마와 싸우는 행위를 그어린나이지만 쿠슐라는 차분하고도 의연하게 의료행위에 잘 동참하면서 이겨나가고 있었다.

 아마도 쿠슐라의 강한 의지력은 조금은 선천적인 기질도 있었겠지만 아가적부터 부모가 읽어준 그림책들에 대한 영향이 아주 크게 작용했을 것이다. 두려움을 쫓는 방법도, 바깥세상을 겪어보질 못하여 잘 알수는 없지만 이런 이런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라는 것도 모두 다 그림책을 통하여 서서히 쿠슐라는 알아나가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서서히 언어와 기호, 문자라는 것에 관심을 가지면서 그것을 모방하여 입밖으로 소리내어 말을 하게 되었으며 네 다섯 살 정도 되었을때는 유창하게 말도 잘한다.

 실제로 내아이의 경우를 보더라도 말이 늦되긴 하였지만 책을 읽어줘서 그런지 말문이 트이기 시작하였을때부터는 그림책에 나오는 구절을 인용하여 자신의 느낌을 표현하는 것을 보고서 많이 놀란적이 많았다. 그리고 주변 지인들에게서도 가끔씩은 어휘력이 좋다라는 말을 종종 듣고 했었다. 나는 내아이의 그러한 면이 바로 그림책을 읽음으로 그것을 모방하여 말을 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기에 그냥 그러려니~~ 하며 받아들일뿐이었다. 하지만 속으로는 아이들에게 책이란 존재는 이렇게 큰영향을 미치는구나! 느끼며 충격 아닌 충격을 받았지만.....

 헌데 이책은 더욱더 큰 충격을 안겨주게 된다. 작은 책 한 권이 가져다주는 의미와 영향은 쿠슐라를 보면서 아주 크게 다가온다. 장애아의 삶을 결코 비관적이고 냉소적이지 않게 되려 긍정적이고 신뢰감을 조성할 수 있는 삶으로 만들어 놓게 되는지 참으로 놀라움을 금치 않을 수 없다.
보통 장애를 가지고 성장한 사람들은 너무도 비관적이어서 살얼음을 딛고 걸어가는 것처럼 영 조심스럽지 않을 수없는데 쿠슐라는 그렇지 않아 보인다.
물론 쿠슐라가 처해 있는 상황이 우리네 상황과 정서와 현저히 차이가 난다는 점도 크게 작용을 하겠지만 그래도 그림책으로 아이를 이만큼 성장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은 실로 대단하다.

 이책을 펴낸 작가는 쿠슐라의 할머니이지 싶다. 맨끝부분에서 덧붙이는 말에 사랑스러운 내손녀라는 글귀가 눈에 띄었다. 작가의 말도 아주 인상적이다.
 "쿠슐라가 3년 8개월이 되었을 때 한 말에는 우리가 알아 두어야 할 것이 잘 드러나 있다. 그때 쿠슐라는 두 팔로 인형을 안고, 책이 산더미같이 쌓인 소파 옆에 앉아 있었다. '이제 루비루에게 책을 읽어 주어야 해. 그 애는 지쳤고 슬프거든. 루비 루를 품에 안고, 우유를 먹이고, 책을 읽어 주어야 해.' 이러한 처방은 어떤 아이에게나 필요하다. 장애가 있는 아이든 없는 아이든." 
 실로 많은 생각을 담게 하는 대목이다.

 그리고 솔직히 그동안 때때로 내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면서 버겁기도 하고, 게으름이 나서 때론 도망다니기도 하고, 타일러서 다른 장난감을 가지고 놀게 하면서 내일을 하기도 하곤 했었는데 그러한 내행동들에 반성을 많이 하기도 했다. 이제부터 아이에게 기쁜 마음으로 정성껏 마음을 담아서 책을 읽어줘야겠다라는 다짐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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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책읽는나무 > 그림책과 동화책을 고르는 안목을 키우고 싶을때!
미래의 독자 - 최윤정 비평집
최윤정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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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아이들에게 책을 많이 읽어주려는 엄마들이 부쩍 늘었다. 바로 아이들의 논술시험에 대한 대비책은 바로 어린시절부터 책을 많이 읽어주는 길밖에 없다는 결론이 더욱더 엄마들을 부치기게 된다. 요즘은 초등학생들 시험문제를 가만 살펴보면 언어영역 문제뿐만 아니라 수학시험 또한 지문이 길어 그 긴지문을 읽고서 핵심내용을 정확히 파악하여 수식을 풀어나가는 형태의 문제가 많아져 수학시험도 무조건 책을 많이 읽은 아이들이 더 잘 풀 수 있다고들 한다.
 나는 그말을 들을때면 과연 책만 많이 읽었다고 해서 국어,수학,과학 모든 시험을 고루 다 잘 칠 수 있을까? 사뭇 의심이 들기도 하지만 이내 그럴 것이다라고 동의하고 있는 나자신을 발견할때가 많다.  
 답은 결국 아이에게 무조건 많이 읽혀라! 인데.......
가끔씩은 책이 정말 재미가 나서 읽는 것이 아닌 시험을 잘 치기 위한 수단으로 읽어야만 하는 아이들을 보면 측은해진다.
 그리고, 초등학생들이 즐겨보는 책들의 표지에 논술을 대비한 창작동화, 명작동화 이런식으로 광고문구가 씌어진 책들을 보면 나도 모르게 눈살이 찌푸려진다.

 요즘 아이들의 책이 책이 아니고 논술을 대비한 참고서 같다라는 생각이 들어 책이 책으로 봐지지가 않는다. 그래서 우리때보다도 읽을 꺼리가 많아진 요즘의 아이들이 참 행복하겠다라는 부러움도 많았지만 한 편으론 이런 단편적인 면모를 바라볼적엔 오히려 요즘 아이들이 안되어보이는 마음이 들어 약간을 서글퍼지기도 한다.

 나도 현재 아이를 키우는 엄마인 입장에서 특히나 아이책을 고를적엔 신중해지고, 당혹스러워지고, 때론 뭐가 뭔지 도통 감을 못잡을때가 많다. 그래서 더욱더 이러한 어린이책 길라잡이 책들을 더 찾게 되나보다. 나보다 책을 읽은 경험이 더 많은 그리고 이러한 일들을 직업적으로 하고 있는 비평작가들은 나보다는 더 나을 것이란 기대감이 가지기 때문이다. 몇 몇 책들에게서 이미 도움을 많이 받았기에 나는 그런대로 어린이책 길라잡이 책들은 거의 다 나만의 개인적인 비평없이 대개 다 수용하는 편이다. 아마도 이방법도 그리 좋은 방법은 아니라고 보고 있긴 하지만....어쨌든 모르고 있는 것보다는 알고 있는 편이 더 낫다라고 생각하기에 애써 찾아서 읽어본다.

 요즘 최윤정 작가의 어린이책 비평집을 찾아서 읽고 있는 중인데 이책은 그중 가장 최근에 나온 책이라고 할 수 있겠다. 아직 그의 많은 책을 읽어보진 못했지만 이책은 다른 책들과 다르게 북리뷰 책이다.
말그대로 서평집이다. 그림책과 동화책을 직접 읽어보고 나름대로 개인의 예리한 분석을 첨가한 서평집이다. 한 권, 한 권 책의 제목을 나열하여 그책에 대한 내용과 감상을 적어 놓았다.
그래서 장,단점이 있는 책이다.
일단 장점은 그동안 내가 알지 못했던 그림책들과 동화책들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저자와 출판사 내용등을 미리 알 수 있다. 그래서 구입하고픈 구미가 막 땡기게 만드는 책이다. 또 어떤책들은 현재 내아이의 정서와 맞아떨어질 것같은 순간포착이 잘되어 구입하는 찬스를 잘 잡을 수도 있을께다.
 단점으로 들자면 물론 순전히 이책은 개인적인 비평이 담긴 책인지라 모든 아이들이 작가가 생각하는 방햐으로 책을 좋아하고 환호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고 엄마들 또한 그렇게 느낄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저마다 개인적인 취향과 가치관이 다르기에 충분히 있을 수 있다. 또한 책의 종류가 한계가 있어 이책에만 실린 책들만 질적으로 수준이 높아 선택되어 있는 책일 수 있고, 선택되지 못한 다른책들은 또 그반대의 경우인가? 하는 의아심이 조금 생기기도 한다. 앞으로 2,3,4 권등이 계속 출간되어서 더 많은 책들을 다루어준다면 무척 반갑겠지만.....^^;;

 암튼....책 읽기가 어떤 시험을 준비하는 목적과 수단이 아닌 정말 책 읽는 즐거움을 느껴 신이 나서 스스로 찾아 읽을 수 있는 아이로 만들어 주려면 엄마들은 더 부지런히 이런 책들을 읽어서 공부(?)를 해야되지 않을까? 싶다. 이러한 지침서책들은 아이들책을 읽어서 느끼는 그감동을 고스란히 전해받음으로 내아이에게 어떤책을 읽혀야 할까? 한 번쯤 고민을 할 수 있으니 무작정 책을 읽히는 것을 떠나 아이에게 진정 책다운 책을 읽힐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아이들에게 책을 읽음으로 그책에 대한 재미를 느끼게 만드는 것이 바로 삶의 재미를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을 가르쳐 주려면 부모들은 이런 책들을 읽으면서 한번쯤 고민을 좀 해봐야 할 문제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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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알라딘도서팀 > 내맘대로 좋은 책 7월!



"기억해야 할 이름 두 개, 잊어서는 안될 이름 하나"
 
먼저 댄 브라운. 초대박 베스트셀러이자, 올해 읽은 소설 중 단연 수위를 차지하고 있는 <다 빈치 코드>의 작가. 편집자의 호의로 가제본을 먼저 읽은 6월 18일 금요일 밤을 잊을 수가 없다. 그날 퇴근하면서 읽기 시작, 밥 먹으면서, 커피를 마시면서도 손에서 떼지 못하고 결국 그날 밤 11시에 독파! 완독 후 만족감은 거의 그리샴 소설에 버금갔다 (여기서 알 수 있지만 내가 소설의 재미를 판가름 하는 기준은 존 그리샴, 잘 쓰고 못 쓰고를 판단하는 기준 또한 존 그리샴, 걸작과 졸작을 판단하는 기준 또한 존 그리샴이다). 두근거리는 가슴을 좀체 진정시킬 수 없는 멋진 소설! 10월 발간된다는 댄 브라운의 전작도 어서 읽고 싶다. (원서는 있던데... 다시 영어 공부를 한다는 마음으로..;;;)
 
다음은 가넷 크로우. 혼성 J-Pop 그룹인 이들은 자드, 비즈 등이 소속된 Being의 떠오르는 스타다. 아무 정보없이 들은 이들의 곡은 어떤 장르에도 묶이지 않는 신선함과 깔끔하고 모던한 분위기로 가득했다. 그 동안 우리나라에 들어왔던 J-Pop 중 가장 새로왔고 놀랍도록 인상적인 앨범으로, 이전 앨범들을 발매해 달라고 음반사에 조르기까지 했던 그룹. 멋지다.
 
마지막. 기억했지만 거의 잊었다가 다시 콱 박힌 이름. 켄지, 친구, 우민당, 바이러스, 가면, 예언의 서, 절교... 20세기 소년! (이번 권에는 컬러 페이지까지!! 감동의 도가니다~)
 
음반.DVD담당 서현
(mirinae@aladin.co.kr)
 
 
"함께 가요! 유쾌한 깨달음이 있는 만남의 장으로! "
 
7인 7색 21세기를 바꾸는 교양
홍세화, 박노자 외 지음 / 한겨레신문사
 
남사당패에서 줄 타는 광대가 부채 하나만 들고 줄에 올라갑니다. 광대의 부채는 언제나 몸이 기울어지는 반대 방향으로 펼쳐져야 해요. 중립을 지켜야 할 것 아니냐, 똑똑한 척하고 부채를 가운데로 들면 바로 떨어집니다. 자신의 부채를 어느 쪽으로 펼쳐야 할지 항상 고민하면서 살자는 겁니다. "나는 권력과 자본 그리고 노동자 사이에서 공정하게 중립을 유지할 거야." 우리 사회에서는 불가능합니다. (본문 183쪽에서)
 
여러 가지 일들을 접하면서 나름의 입장을 정하기 어렵다는 생각을 하고 있던 요즘이다. 양비론의 논리로 많은 것들을 바라보며 투덜거리기를 반복했다. 그러다 이 책을 읽으면서 비로소 그간 무언가를 크게 혼동하고 있었다는 생각을 했다. "중요한 건 중립이 아니라 균형이라는 것, 그리고 균형을 위해서는 치우침이 필요하다 것"을 이해하고 나니 왠지 모르게 힘이 솟는다.
 
사회.역사담당 김현주
(realsea@aladin.co.kr)
 
 
"내가 가장 좋아하는 기업을 소개합니다"
 
대한민국 희망보고서 유한킴벌리
KBS 일요스페셜 팀 취재, 정혜원 글 / 거름
 
책을 올리자마자 아니나 다를까 나.도.유.한.킴.벌.리.같.은.회.사.에.다.녔.으.면.좋.겠.다. 라고 독자서평이 올라왔다. 훗. 다들 나랑 똑같은 생각을 하는구나.
 
어제도 TV에서는 기업인을 대표하는 사람이 나와서 경직된 고용환경으로 기업하기 힘들다고, 노조를 대표하는 사람도 나와서 뭐 받는것도 적은데 여기서 더 줄이면 어떻게 하느냐고 서로 불만을 이야기했다.
 
그런 모습 때문인지 몰라도 유한킴벌리에서 가장 부러웠던 것은, 가장 신선했던 것은 4일 근무 4일 쉬는 것도 아니고, 동급 최고 임금 보장도 아니고, 300여시간에 달하는 교육과정도 아니었다. '믿음'. 회사는 내가 이만큼 해주면 직원들도 알아서 잘할 거라고 생각하고, 직원들도 회사가 이 정도 생각해주니 더 열심히 안할 수 있습니까 라고 생각하는.
 
너무나 이상적이라서 누가 그걸 해낼 수 있을까 라고 생각했던 많은 부분들을 현실로 만들어버린 유한킴벌리, 그들의 성공에 박수를 보낸다.
 
경제.컴퓨터담당 윤성화
(rain@aladin.co.kr)
 
 
"반성합니다. ㅠㅠ 이 달에는 신간을 못 읽었습니다."
 
핑계없는 무덤은 없습니다. 물론, 매일매일 밀려드는 어린이 신간들은 모두 충실하게 읽었습니다. 다니엘 페낙이 주창한 독자 권리장전은 깡그리 잊어버리고, 로마 시대의 배 젓는 노예처럼 한 페이지 한 페이지 눈 도장 꽝꽝 찍어가면서, 업무상 읽어야 할 책은 읽었지요. 하지만, 나만을 위한 신간은 읽지 못했습니다. 왜냐, 제가 이번 달에 오에 겐자부로에게 필이 꽂혀 버렸기 때문입니다.
 
아시는 분들은 다 아시겠지만, 오에 겐자부로 책들은 거의 다 절판 내지는 품절입니다. 그래서 헌책방을 주말마다 '미친듯이' 돌아다니면서, 오에 겐자부로의 책을 닥닥 긁어 모아서 지금 읽고 있습니다. 그래도 끝내 못산 책 때문에 통한의 눈물을 흘리고 있지요. 이번 달에는 오에 겐자부로 책만 샀습니다. <개인적 체험>, <만연원년의 풋볼>, <핀치러너 조서>, <죽은 자의 사치 / 일상생활의 모험>, <성적 인간>(이 책은 미시마 유키오 작품과 같이 있는 세계문학전집 중 한 권), <하마에게 물리다>, <그리운 시절로 띄우는 편지>, <킬프군단>, <조용한 생활>, <치료탑.치료탑 혹성>, 타오르는 푸른나무 3부작, <히로시마 노트>, <신년의 인사>, <200년의 아이들>, <'나의 나무' 아래서>, <'나'라는 소설가 만들기>.참 이 사람은 제목에 작은 따옴표 넣는 것 너무 좋아합니다. 이러면 검색 잘 안되는데. 어떻냐고요? 무척 어렵습니다. ㅠ.ㅠ 그래도 너무 좋습니다.
 
오늘 아침에 전철에서 읽으면서 밑줄을 그은 대목입니다. (<신년의 인사>, 본문 88쪽 중에서)

나는 알고 있다, 최후의 때를 맞이하고 있다는 것을
저 높은 구름 속 어딘가에서.
싸우는 상대편을 미워하고 있는 것도 아니고
지키는 자들을 사랑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인용부분은 예이츠의 '아일랜드 비행사가 죽음을 예견한다'라는 시입니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김선일 씨가 생각났습니다. 다시 한 번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어린이담당 류화선
(yukineco@aladin.co.kr)
 
 
"사랑과 감동의 메디컬 드라마 E.R."
 
 
누구에게나 인생의 드라마, 영화 하나쯤은 있는 법이다. 나에게는 E.R이 그렇다. 물론 엑스파일도 열심히 봤고 현재는 CSI와 SVU, 몽크에 열광하지만, 그래도 E.R만은 조금 특별하다.(공중파에서 3시즌을 안해줘서 한맺힌 탓일 수도 있다. -_-;)
 
Emergency Room. 병원 응급실을 배경으로 의사와 간호사, 환자들이 엮어가는 다양한 이야기. 시리즈들이 대개 그렇듯, 시즌이 지날수록 캐릭터들은 스스로 성장하고 진화한다. 배우들 자체에도 그 캐릭터가 묻어난다. 의도했든 아니든. 닥터 그린, 닥터 루이스, 닥터 로스, 닥터 벤튼, 캐롤과 케리, 의대생으로 등장해 응급실장이 되는 카터...(그리하여 난 그야말로 '느끼한 남자' 캐릭터 조지 클루니에게서 닥터 로스의 여리고 섬세한 구석을 발견한다. 아, 난 E.R.때문에 그의 팬이 되었다.)
 
숨가쁜 병원의 일상에서 때로 실수도 하고 감정에 휘둘리기도 하고 잘못된 판단을 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그들을 사랑할 수밖에 없는 건 매순간 최선을 다하는 모습 때문이다.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이에게 당연한 미덕이라 말할 수도 있으나, 이는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부분이기도 하다. 매회 여러 개의 에피소드와 새로운 인물들을 솜씨있게 엮어가는 줄거리 전개, 한 회 전부를 노컷 롱테이크로 찍기도 하는 과감한 시도와 자기 몫을 제대로 하는 배우들.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이 시리즈를. 1994년에 시작, 미국에서 현재 10시즌 방영 중이다. (지난주 DCN에서 5시즌 방영 시작)
 
* 덧붙여, 나의 6월을 행복하게 해준 책들
<다 빈치 코드>, <살인자의 건강법>, <나의 피투성이 연인>, <달의 제단>, <넘버원 여탐정 에이전시>
 
문학담당 박하영
(zooey@aladin.co.kr)
 
 
"나는 엄마가 좋아!"
 
도깨비를 다시 빨아버린 우리엄마
사토 와키코 지음, 엄기원 옮김 / 한림출판사
 
유독 '재미있는' 그리고 '기다렸던' 책들을 많이 읽은 한 달이었다. <다 빈치 코드> 덕분에 시간 가는 줄 몰랐고, <노다메 칸타빌레 8>의 치아키 님 때문에 사경을 헤매였으며, <사랑해야 하는 딸들>도 다시 읽어보았다. <20세기 소년>은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지, 16권을 읽고나니 더욱 오리무중이다.
 
하지만 그 모든 책들보다 (사실 그들을 모두 합친만큼!) "좋아, 빨래라면 나에게 맡겨!" 이 한 마디를 얼마나 애타게 기다려왔던가. 다시 돌아온 엄마가 마술 같은 이 한 마디를 다시 뱉자, 정말 요술처럼 재미있는 일들이 쓱쓱 생겨난다. 엄마의 이 한 마디는 열 번을 읽어도 백 번을 읽어도 읽을 때마다 힘이 난다. 다시 돌아온 엄마, 엄마는 너무 멋지고 재미나다!
 
인문.예술담당 이예린
(yerin@aladin.co.kr)
 
 
"농사는 아무나 짓나, 그 누가 쉽다고 했나"
 
삽 한자루 달랑 들고
장진영 글, 그림 / 행복한만화가게
 
삶이 지치고 고단할 때 "에이, 다 때려치고 시골가서 농사나 지으면서 살면 좋겠다."라고 입버릇처럼 말하십니까. 그렇다면 다시 한 번 진중하게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삽 한자루 달랑 들고>, <무논에 개구리 울고> 두 권으로 나온 책을 펴낸 저자는 스스로를 '건달농부'라 칭합니다. 자식들에게 고향을 만들어주자는 훌륭한 취지 아래, 삽 한 자루 짊어지고 가족들과 강화도로 간 그에게 무슨 일들이 일어났을까요.
 
누구나 짐작할 수 있는 에피소드입니다. 농사법을 전혀 몰라 아까운 깨를 다 죽이고, 흑돼지를 키우겠다고 했다가 허약한 축사에서 뛰쳐나간 흑돼지 때문에 결국 축산을 포기하고, 트랙터를 몰지 않고 맨손으로 밭을 일구다가 몇날 며칠을 힘쓰기도 합니다.
 
그런 일들만 일어나면 어디, 시골가서 살고 싶겠습니까. 또 누구나 상상할 수 있는 시골의 따뜻함도 문득문득 엿보입니다. 길가던 옆집아저씨를 모아 구수한 새참을 들기도 하고, 하루하루 커가는 아이들이 시골에 동화되어 가는 모습에 흐뭇해하기도 합니다. 자식들이 바쁜 추수철이 지나갈 때까지 기다렸다가 일제히 세상을 뜨시는 부모님들 이야기에서는 가슴이 찡해집니다.
 
한 해의 절반이 지나간 7월, 다시 고단한 심신을 추스리고 힘내자는 마음으로 이 책을 선뜻 권해봅니다.
 
외국어.실용담당 김세진
(sarah2002@aladin.co.kr)
 
 


"인간이 이렇게 무지막지하게 웃겨도 되는가?"
 
이봐, 내 나라를 돌려줘!
마이클 무어 지음, 김남섭 옮김 / 한겨레신문사
 
<멍청한 백인들>을 읽고는 "거 참 재미있는 사람일세 허허허" 했지만 '볼링 포 콜롬바인'을 보고는 "천재다!"라고 생각했다. 특히 미국총기협회 회장인 찰톤 헤스톤을 직접 인터뷰하는 장면에 이르러서는 쉴새없이 낄낄대던 내 눈꼬리로 슬며시 눈물이 맺혔다.
 
그래서 글로 씌어진 <이봐, 내 나라를 돌려줘!>보다는 곧 개봉할 'Fahrenheit 9.11' 다큐멘터리가 더 기대된다. 그러나 기다리는 중에 읽길 잘했다. 미국의 이라크 전쟁에 대해서 내부자며 외부자며 기자며 석학이며 많은 자들이 분석을 시도했지만, 개중 마이클 무어만큼 웃기는 사람은 없으리라는 것을, 내 한달 월급을 걸고 맹세하노니!
 
이번 달엔 <살인자의 건강법>과 [Music for Paul Auster]도 즐기질 않았느냐고, 주위 사람들이 상기시켜 주었다. "왜 데뷔작은 번역이 안된대? 재미가 없나?"라는 루머가 파다했던 문제의 책, <살인자의 건강법>, 재미가 없다니? '음반이든 책이든 아티스트의 데뷔작을 선택하면 실패할 확률이 거의 없다'는 쇼핑의 금과옥조를 본때좋게 보여주었다. [Music for Paul Auster], 폴 오스터도 좋고 실린 음악도 좋지만 과연 이 음반이 폴 오스터의 작품 분위기와 찰떡궁합이냐 하면 글쎄요(뒤통수 긁적), 인데, 하여간, CD2의 Pedro the Lion 때문에라도 사랑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편집팀장 김명남
(starla@alad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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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알라딘도서팀 > 8월 내맘대로 좋은 책!



"양서의 재발견"
 
바바라 민토, 논리의 기술
바바라 민토 지음, 이진원 옮김 / 더난출판
 
시간이 없다, 라는 핑계를 대야겠네요. 책이 들어오기는 했는데 딱 2장 밖에 솔직히 읽지를 못했다고. 그래서 다음에 시간나면 읽어야겠다고 서가에 꽂아놓은 책이랍니다.
 
이 책의 진가를 재.발.견.하게 된건 분명 어제의 강연회 때문입니다. '<바바라 민토, 논리적인 글쓰기> 출간 기념 비즈니스 문서 작성법 강연회'라는 긴 제목의 강연회에서 강사는 제일 첫마디로 이 책을 자기가 평생 읽은 책 중 가장 무게감있고 좋은 책이라고 소개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유능한 사람만이 모인다는 맥킨지에서도 들어오는 직원들에게 5일간 꼭 교육시킨다는 그 내용, <로지컬 씽킹>을 비롯한 수많은 비즈니스 라이팅 서적들의 기본서로 사랑받은 그 책.
 
그냥 보고 지나치셨던 분이라면, 이 글을 읽고 이 책의 가치를 재.발.견. 해보시는 건 어떨까요. 물론, 저도 회사에 오자마자 서가에 꽂아놓았던 책을 다시 읽어보고 있습니다. 아, 이제야 책이 다시 보이기 시작하네요.
 
경제.컴퓨터담당 윤성화
(rain@aladin.co.kr)
 
 
"탄탄한 구성과 충격적 결말"
 
살인자들의 섬
데니스 루헤인 지음, 김승욱 옮김 / 황금가지
 
소설을 먼저 읽고 영화를 본 탓일까. 영화 '미스틱 리버'는 영 심심했다.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의 팬인데, 저 영화는 도대체 '연출'이란게 보이지 않잖아, 이런 생각을 하며 투덜투덜. 원작의 경우, 세 소년 사이의 계급적 그늘과 가족관계, 가문의 내력 등이 보다 치밀하게 묘사된 탓일 수도 있다. 그걸 두 시간 안에 다 풀어내기란 쉽지 않으니. 여튼 확실히 개성적인, 웰 메이드 스릴러였던 <미스틱 리버>에 대한 호감 때문에 신작 <살인자들의 섬> 역시 즐겁게 펴들 수 있었다.
 
<살인자들의 섬>은 전작처럼 남자들의 세계, 가족의 문제, 누구에게나 잠재되어 있는 폭력의 뿌리에 대한 이야기이다. 허나 이야기는 전작보다 훨씬 재미있고 흥미진진하다. 단 며칠 동안 벌어지는 사건 탓일 수도 있고, 한 남자의 내면에 집중한 때문일 수도 있다. 이 소설의 줄거리-특히 결말을 말하는 것은 절대 안될 일이다. 책소개를 쓰면서도 고심한 부분. 축제의 퍼레이드 속 극명하게 갈리는 명암이 인상적이었던 <미스틱 리버>처럼, 이 소설의 끝마무리 역시 훌륭하고 또 가슴 아프다. 쉽게 끊어지지 않는 폭력과 상처의 고리를 보며. 두근두근한 마음으로, 다음 작품을 기다리게 하는 이름-데니스 루헤인이다.
 
문학담당 박하영
(zooey@aladin.co.kr)
 
 
"순간은 순간이어서 아름답다"
 
박사가 사랑한 수식
오가와 요코 지음, 김난주 옮김 / 이레
 
기억을 80분 밖에 지속할 수 없는 박사는 무관한 숫자들의 나열에서 세 사람(박사와 파출부인 '나', 나의 아들 루트)을 연결해주는 의미를 찾아내는 것으로 매번 80분의 처음을 채웁니다. 그리고 그 짧은 시간에 순수한 마음을 주고 받으며 세 사람은 가까워집니다. 짧은 시간을 그 자체로 받아들일 줄 아는 이들의 이야기에는 '순간은 순간이어서 아름답다'는 소박한 진실과 무관한 것들을 나름의 의미로 연결하며 진실에 다가가는 방법들이 담담하게 그려져 있습니다.
 
이들의 아름다운 이야기을 읽는 동안 저에게 나름의 의미로 아롱진 숫자들, 그 의미를 공유한 사람들을 떠올렸습니다. 1, 14, 17, 20, 37, 58... 제일 앞의 것은 동아리 기수이고, 그 다음 것은 자전거를 타고 제주도를 여행했던 날들의 수, 그 다음은 처음으로 무엇인가를 마음을 다해 좋아해봤던 나이, 그리고 스무 살, 친구의 반 번호, 고3 때 독서실 좌석번호입니다.
 
박사가 무관해 보이는 숫자들의 나열에서 세 사람을 이어주는 의미들을 찾아낸 것처럼, 저 역시 이 수열에서 우리의 어느 삶은 무관한 숫자들을 이어주는 의미들로 가득 채워져 있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합니다. 순간은 순간이어서 그 자체만으로도 아름답습니다. 더불어 숫자들 속에서 지나간 순간순간을 오랫동안 되새기며 그리워 할 수 있다는 것은 또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가요.
 
사회.역사담당 김현주
(realsea@aladin.co.kr)
 
 
"리네아의 이야기를 다음 10년 후에도 만날 수 있기를..."
 
어떤 책이 10년 동안 꾸준히 독자들에게 사랑받는 것. 그것만으로도 이 책들의 내용은 검증이 된다.
 
1994년 첫 책이 나온 이래 꾸준히 팔린 리네아 시리즈가 10년째인 올해 개정판을 냈다. 워낙, 소문없이 조용히 개정판을 내서 축하해주지 않은 리네아의 10주년을 나라도 축하해주고 싶다. 리네아 시리즈는 별다른 광고없이 오직 독자들의 입소문만으로 조용히 팔린 책이다.
 
내용은 변한 것이 없지만 도판 작업을 새롭게 하여 그림들이 선명하게 인쇄되었고, 답답하다 싶은 편집이 시원스럽게 변했고, 번역도 약간 손을 봤다. 전체적으로 업그레이드 된 면모가 흐뭇하다. 그리고 약간의 가격 상승. 10년에 500원 인상이라면 짜장면 값보다 인상폭이 좁다.
 
어린이 분야에는 십 년이 넘도록 독자들에게 사랑받는 책들이 참 많다. 당장 베스트셀러 코너만을 봐도 알 수 있다. <누가 내 머리에 똥 쌌어?>는 1993년에 나왔고, <달님 안녕>은 1990년에 나왔다. <달님은 알지요>와 <무지개 물고기>, <세밀화로 그린 보리 아기그림책 1>는 1994년에 독자들을 처음 만났다.
 
좋은 책들이 소리없이 서점에서 사라지는 것만큼 마음 아픈 일이 없다. 그래서 리네아의 10년 선전이 더 반갑게 다가온다. 좋은 책은 오래도록 사랑해 준 독자들에게도 감사의 마음이 든다. 다음 10년에도 리네아의 이야기를 서점에서 만날 수 있기를. 그리고 10년 이상 꾸준히 사랑받는 우리 어린이책도 더 많이 늘어나길 빈다.
 
어린이담당 류화선
(yukineco@aladin.co.kr)
 
 
"참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
 
빌 클린턴의 마이 라이프
윌리엄 제퍼슨 클린턴 지음, 정영목.이순희 옮김 / 물푸레
 
사실, 이 책이 재밌다는 말은 할 수가 없다. 재미없는 과목에 목소리톤이 한결같은 교수님이 3시간 동안 쉬지도 않고 죽 강의하는 느낌이랄까. 연설 하나는 기가 막히는 클린턴이지만, 글솜씨는 조금 아닌가 보다.
 
하지만, 이 책은 그런 '읽기의 불편함'을 감수하고라도 분명히 읽어볼 필요가 있다. 조금만 참고 읽는다면, 단 한 순간도 의미없이 살지 않았으며 너무나 막연했던 꿈을 조금씩 조금씩 구체화시켜 결국은 그 정점에 누구보다도 멋진 승리를 거두며 도달하는 한 인간의 짜릿한 삶의 드라마를 만날 수 있다. (이 정도까지 책장을 넘기면 이 책 특유의 유머에도 익숙해져서, 처음보다는 쉽게 읽히긴 한다.) 더불어 단편적으로 알고 있던 여러 사건들의 막후를 살짝 들춰보는 재미 또한 만만치 않다.
 
너무나 두꺼워 7월에는 다른 책을 읽지 못했다. 하지만, 기대했던 것만큼 만족스러웠던 책. 하루이틀로는 절대! 다 읽지 못하니 휴가때 한 번 읽어보시길... (이 책과 함께 보면 좋을 DVD : [웨스트 윙], 시즌 3이 케이블에서 앵콜 방영중이며 시즌 2가 8월 초 출시되는, 근래 제일 재밌게 보고있는 정치 드라마이다.)
 
음반.DVD담당 서현
(mirinae@aladin.co.kr)
 
 
"대범하고 털털한 여자 혼자 떠나는 걷기 여행"
 
 
아직 심신이 건강하던 시절, 친언니와 함께 자전거로 제주도 일주를 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웠다. 북부 2일, 남부 2일로 짜여진 일정표는 한 눈에 봐도 살인적이었다. 공항에 도착한 언니는 무슨 마음이 들었는지 나는 못하겠다, 며 슬슬 발뺌을 하려 했다. (그때 언니가 임신 중이었음은 나중에 알게 되었다. 진작 말할 것이지.. 그런 언니를 끌고 4일 제주도 일주를 하려 했던 나는 천하의 못된 동생이 되어버렸다.)
 
그런 언니를 구슬러 공항 근처 자전거 대여점에서 낡은 레스뽀 두 대를 빌렸다. 야심차게 페달을 밟으며 출발한 지 2시간 후, 나는 어디론가 전화를 하고 있었다. 어디로? 대여점으로. "아저씨, 우리 못 가겠어, 정말 못가겠으니깐, 와서 트럭으로 자전거 좀 싣고 가세요." 거리 상으로 얼마 안되니 다시 자전거를 타고 와서 반납하라는 대여점 아저씨, 한 발자국도 못 가겠다고 버티는 여자 두 명. 결국 2만원 내고 자전거를 실어보냈다. 나중에서야 알았지만, 2시간만에 전화해서 싣고 가라는 하이커는 아저씨도 처음 봤다고 한다.
 
책표지를 본 순간, 그 때의 기억이 났다. 종국에는 혼자 마무리짓게 되는 여행이지만, 김남희씨도 처음에는 친구와 함께 여행을 시작한다. 처음부터 혼자였으면 모르되, 도중에 혼자가 되었을 때 느끼는 쓸쓸함은 겪어본 사람만 안다. 나 또한 언니가 자전거에 학을 떼이고 다음날 비행기로 서울에 가버린 후, 제주도에서 손가락으로 땅 후비며 서울로 줄기차게 전화하면서 아무나 제발 내려와주기만을 기다렸다.
 
땅끝마을에서부터 북쪽 한계선까지 걷는 과정은 길고 길다. 시골 어른들의 잔정을 온몸으로 느끼느라 외로울 새도 없는 저자이지만, 역시 여행은 여행. 곳곳에 묻어나는 사색, 자신의 삶에 대한 통찰이 친근하면서도 부럽다. 침대 한 켠에 두고 한 단락씩, 잠들기 전 야금야금 읽으며 자전거일주 재도전을 그리고 있는 요즘이다.
 
외국어.실용담당 김세진
(sarah2002@aladin.co.kr)
 
 
"행복은 유보하지 않는 편이 더 좋다"
 
카지노
아사다 지로 지음, 이선희 옮김 / 이레
 
행복을 유예시키며 살지 말자는 소리가 가끔 들린다. 좋은 대학을 가면, 좋은 직장을 얻게 되면, 아이를 잘 키우고 나면... 이렇게 이야기하며 살지 말라는 걸텐데 하기사 그렇다. 놀고 싶은 걸 참고, 먹고 싶은 걸 미루고, 하고 싶은 일을 언젠가는! 이라 다짐하며 살아가다 보면 행복한 날이 올까?
 
아사다 지로가 유럽으로 '카지노만'을 구경하는 여행을 떠났다. 책 낸다는 미명 하에 카지노나 쏘다니다니 베스트셀러 작가는 역시 팔자가 좋군, 이란 생각도 든다. 그러나 아사다 지로라고 걱정이 없었을쏘냐. 결국 언제 어떻게 행복해질까를 결정할 수 있는 것은 자기 자신 뿐인 게다.
 
카지노에 대한 전문적 지식을 얻는 것도 아니요, 혹시 유럽의 도박 문화에 대해 알게 된다고 득 될 일도 없다. 하지만 아사다 지로의 글이 너무 재미있다. 그것만으로 행복했다. 한 치 앞을 볼 수 없는 인생, 얻는 것이 있어도 좋고 없어도 좋고... 이번 달이 즐거웠으면 다음 달도 즐거울 것이다.
 
인문.예술담당 이예린
(yerin@aladin.co.kr)
 
 
"어쩌면 좋을까요, 아저씨"
 
방화벽
헤닝 만켈 지음, 권혁준 옮김 / 좋은책만들기
 
나는 범죄추리물(수사물)을 좋아하는데 그것이 시리즈라면 더욱 좋다. 해서 케이블 TV에서 방영하고 있는 외화시리즈 '과학수사대 CSI'나 '특수수사대 SVU'는 빼놓지 않고 보려 하고, 쿠르트 발란더 아저씨가 주인공인 이 연작소설 시리즈는 수 년을 기다리며 우리 말로 옮겨질 때마다 한 권씩 읽어왔다.
 
<방화벽>은 씁쓸하다. 가뜩이나 일도 안 풀리는 발란더 아저씨, 동료는 배신하고 스스로에 대한 믿음도 점점 옅어지고 있다. 시리즈 8번째권. 곧 아저씨는 은퇴하게 되는 것이다. 마치 내 일인 양 나는 7월 내내 골치가 아팠다.
 
이번 편에도 여전히 커피가 등장하는 장면이 많았다. 세어 보았는데, 몇 번이었는지 잊어버렸다. 이스타드 경찰서의 커피메이커가 고장나자 경찰관들은 투덜댄다. "커피가 없으면 경찰업무가 불가능하다는 걸 시민들에게 알리는 캠페인을 벌여야 해. 그래서 새로 하나 사자고." 끄덕끄덕...
 
편집팀장 김명남
(starla@alad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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