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컬 오렌지 3
윤지운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3년 8월
평점 :
품절


찰랑거리는 생머리, 청초한 눈매, 청순가련한 몸매, 존재 자체가가 소년의 로망이며, 소녀들 최고의 적...인 초절 미소녀 혜민이는 어린 시절부터 자신의 원흉인 예쁜 얼굴을 싫어한다. 게다가 폭력적-_-인 본심을 숨기고 있는 이유는 어디까지나 짝사랑하는 반장, 정연이 때문...하지만 '도도한 미소녀는 관심 없다'는 정연이의 말을 몰래 듣게 된 혜민은 크게 낙담하고 그날 늘 자신을 훔쳐보곤 하던 다른 학교 학생 장마하와 한바탕 한다. 자타가 공인하는 작업맨, 마하는 결국 혜민이와 (이상한 방향으로지만) 친해지는 데 성공하고, 더이상 얌전한 아이 역할을 할 이유가 사라진 혜민이도 결국 수군덕대는 여자아이들 앞에서 폭주! 그런 이후 오히려 혜민이에게 호의적인 정연이, 끈덕지게 혜민이의 닫혀진 마음에 노크를 하는 마하, 그리고 베일에 싸인 혜민의 오빠 오신비까지...

별로라는 주변의 평을 많이 들어서인지, (게다가 슬슬 '허쉬'에 대한 재미가 사라져 가고 있는 요즘) 손이 선뜻 가지 않던 '시니컬 오렌지' 하지만 읽고 난 이후 내 개인적 감상은 '이거, 이거, 맘에 쏙! 들잖아!!' 였다. 뭐, 말이 많은 그림체도(사실 '허쉬'보다는 날카롭긴 하지만) 허쉬류의 아동틱(!)한 스토리가 아닌 제목 그대로 '시니컬'한 미소녀를 그리려니 작가가 일부러 조금의 변화를 준 게 아닐까 싶다.

하지만 내가 이 만화를 마음에 들어한 이유는 바로 폐부를 찌르는 시니컬함. 이랄까? 워낙에 혼자 있는 걸 좋아하는 데다 꼭 필요한 사람 몇명도 주변에 있으니, 더 이상 친해야 할 사람도 필요 없고 결국은 사람 대하는 법을 잃어버린 주인공이라니! 그 심정이 지나치게 잘 이해되서(미소녀의 고충이 이해된다는 건 절.절.절대 아님-_-) 나도 모르게 감정이입이 되버렸달까.

사실, 나 역시도 '지금 현 상태에서는' 현재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 만으로 '충분하다'고 늘상 느껴온 데다, '안정되어 있다'라고 생각하는 현상태에 비집고 들어오는 타인은 이방인처럼 느껴지고 있으니까. 혜민이가 마하를 향해 느끼는 건 그럼 감정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오묘한 감정을 물질적으로 표현해 낸 작가의 시니컬함에 박수를!! (이건 어디까지나 나의 현재 상태에 굉장히 집착하고 있는 나만의 개인적 호평이므로 태클 사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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