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빨개지는 아이
장 자끄 상뻬 글 그림, 김호영 옮김 / 열린책들 / 1999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마르슬랭 까이유는 또래들과 겉으로 보기엔 별 차이가 없지만, 툭하면 얼굴이 빨개지는 특징이 있다. 남들처럼 부끄럽거나 추워서 빨개지는 게 아니라, 아무런 이유도 없다고나 할까? (오히려 빨개져야 할 상황에선 빨개지지 않곤 했으니까) 결국 친구들 사이에서 소외된 마르슬랭은 어느날, 쉼 없이 재채기를 하는 바이올린을 켜는 소년 르네 라토를 만나게 된다. 그리고 두 사람은 그때부터 늘 함께 한다. 얼굴이 빨개지지 않고, 쉼 없이 재채기를 하지 않는 친구들은 결코 이해할 수 없는 방식으로 두 사람은 서로에 대한 신뢰를 쌓아간다. 두 사람을 따로 떼어 생각할 수 없게 되어버린 어느날, 마르슬랭이 시골에 다녀온 후, 르네는 이사를 가버린다. 그리고 수많은 세월이 흐르고 두 사람은 군중 속에서 서로를 찾아낸다.

이 책을 처음 읽은 때는 (자세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약 10년 전이 아니었나 싶다. 그 당시에는 <좀머 씨 이야기>와 더불어 간단한 선으로 이루어진 그림이 곁들여진 책이 상당한 인기를 끌고 있었다. 처음 읽을 때 나는, 뛰어가는 마르슬랭의 얼굴이 점점점 빨개지는 그 그림이 상당히 맘에 들었던 것 같다. 하지만 (스스로 어른이 됐다고 생각하는) 지금 다시 읽은 <얼굴 빨개지는 아이>는 한 줄 한 줄, 그림 한 구석 한 구석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주변에 마르슬랭과 르네같은 사람들-굳이 얼굴이 빨개지거나 재채기를 해대는 '특징'을 가진 사람을 지칭하는 것이 아님을 여러분이 알고 있으리라 믿는다-이 있다면, 경원시할 게 아니라 꼭 안고 사랑해주고 싶은 맘을 갖게 해주는 책이 장 자끄 상뻬의 <얼굴 빨개지는 아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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