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宮 1
박소희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2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때는 21세기, 대한민국은 '입헌군주제'를 채택하여 여전히 왕가가 존재한다...는 가정 하에 이 만화는 시작한다. 시험 답안에 연연하고, 곧 있을 국왕의 탄신일 이벤트에 마음이 들뜨는 평범한 여고생이었던 신채경은 같은 학교에 다니고 있는 세자 이신과 유쾌하지 않은 에피소드로 학교에서 마주쳐 버린다. 게다가, 이신이 여자친구에게 청혼하는 모습까지 봐버리고, 이를 알게된 신과 채경의 사이는 더더욱 악화일로를 달리게 된다. 그러나, 두 사람의 할아버지가 절친한 친구 사이였고, 이에 따라 두 사람이 약혼지환의 약속에 매어 곧 결혼해야 하는 운명임이 드러난다. 엄격한 궁중 예절에 익숙해지기 위해 세자빈은 어릴수록 좋다는 어른들의 말에 따라, 두 사람의 결혼 날짜가 잡히고 채경은 집을 떠나 궁으로 들어가게 되는데...

예전에 박소희 님의 '리얼퍼플' 서평을 쓰면서 이 작품 '궁'이 그저 그런 학원물이 되지 않기를 바란 적이 있었다. 사실 그때까지만 해도 신선한 소재에 비해, 채경이와 신이 서로 아웅다웅대다가 사랑에 빠질 것이 뻔해 보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다시 눈여겨 만화를 읽다 보니, 잡지에서 읽을 때는 느끼지 못했던 것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크게 발전한 그림체. '리얼 퍼플' 이후로 이렇다할 작품이 없던 박소희 님인데도 불구하고 굉장히 예뻐진 그림체와 인물 신체 비례. 조금은 썰렁했던 개그컷은 박장대소할만큼 재밌어졌고, (물론 전작에 비해 밝은 분위기의 만화여서일지도 모르겠지만) 특히 말괄량이 채경이가 세자빈에 간택되면서 겪는 우울함이 전혀 어긋나지 않고 자연스럽게 느껴졌다. 게다가 철저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궁의 모습이라던가 의상같은 것의 고증도 그럴듯했다. 특히 채경이가 입고 있는 옷의 모양이 한복을 개량한 듯한 캐주얼한 의상이라 아주 마음에 들었다. 이제 1권밖에 나오지 않았지만, '리얼퍼플'처럼 깔끔한 결말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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