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 퍼플, 가슴 아픈 보랏빛 이야기

리얼 퍼플 Real Purple 3 - 완결
박소희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2년 6월

완결이 나오지 않겠구나..하고 가슴 아프게 사모으던 리얼 퍼플이 드디어 완결이 나왔습니다! 수작을 알아본 출판사의 멋진 결정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리얼 퍼플을 처음 접한 것은, 나인 폐간 전에 잠시 들여다 본 나인을 통해서였습니다. 그땐 연재 초기였던 듯, 자세한 스토리의 전개가 확연히 드러나지는 않았을 때여서, 단지 만화의 분위기와 이미지가 독특하구나~ 하는 생각 뿐이었습니다. 게다가 작가의 그림체가 아직은 다듬어지지 않았군..하는 생각.. 그러다가 우연히 1권을 보게 되고 그 후로 3권까지 고이 책장에 꽂아 두고 심심찮게 들여다보는 책이 되었군요..^-^

이복 남매의 사랑 이야기라는 비극적 페이소스가 충분한 소재를 가지고 해피 엔딩을 내었다는 것이 가장 의외의 부분이었습니다.(그것이 비로 조건부 해피 엔딩이긴 하지만요) 리얼 퍼플의 진정한 재미는 스토리 그 자체라기 보다-솔직히 이복 남매의 사랑이란 설정이 이제 와서는 다소 흔한 소재가 되었으니깐요-만화의 분위기랄까? 품격이 느껴지는 분위기 인 것 같습니다. 어눌한 그림체와 어색한 개그컷이지만 한참 웃다가 밀려오는 싸~한 기분..특히 혜원의 동생이 새긴 호돌이 문신을 보면서 뒤집어 질만큼 웃었는데, 나중에 교통 사고를 당해 얼굴을 알아볼 수 없는 동생의 시체 앞에서 오열하는 혜원은 들것 밖으로 나와있는 동생의 팔을 보게 되죠. 앞에선 폭소를 주었던 그 호돌이 그림이 그 장면에서는 진한 비애감을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가느다란 펜선, 그 만큼이나 약하고 너무나 약해서 부서질 것 같은 캐릭터, 간신히 지탱하고 있는 거미줄처럼 느껴지는 심리 묘사들..신인이라는 이름이 무색할 정도로 박소희님의 역량을 느낄 수 있었던 계기였습니다. 최근 윙크에서 연재중이신 '궁'은 독특하긴 하지만 그저 그렇고 그런 학원물인 것 같아 안타깝지만요. 아직 연재 초기이니 앞으로의 전개를 기대해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