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여애반다라 문학과지성 시인선 421
이성복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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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건 아무래도 괜찮아요

비단처럼 펼쳐질 날들 앞

우리는 또 살아가고 있으니까요

가볍게 들어가

무겁게 나오는

생의 터널처럼

오다, 서럽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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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영화포스터 커버 특별판)
줄리언 반스 지음, 최세희 옮김 / 다산책방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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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전, 최종적인 종말의 의미가 소설을 다 읽어야만 밝혀 진다.

결국에는 종말이 찾아온다는 점에서 모든 인생은 교훈적이고

죽을 때에야 그 의미를 완전히 드러내는 점에서 우리 인생을 닮았다.

일생을 통틀어 앞으로도 알지 못하고 이해할 수 없는 모든 것들 중에서

내가 지금 알지 못하거나 이해 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해 내가 책임져야 할 모든 것들이 파도처럼 달려든다.

변하지 않아야 하는게 아니라 변하는게 이치다. 역사는 회고에 불과하지만 어떤 회고로 기록될 지는 우리들의 몫이다.

찌질하지만 자신의 과오를 참회할 줄 안다는 점에서 토니의 인생 회고록은 다시 쓰여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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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설헌 - 제1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최문희 지음 / 다산책방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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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슬 머금은 난초

  작열하는 태양에

  꽃대마저 스러지고

  가는 잎새 갈라져

  소리없이 지는구나

  

  난설헌이라는 이름만 들어도 눈가에 물기가 어린다.

  가엾은 영혼의 맑은 울림만 남겨두고

  시대의 제물로 사라져간 그녀의 삶이 처연해서

  책을 읽는 내내 눈물을 훔쳤다.

  두 아이를 잃고 억압된 여성의 삶을 살다간

  난설헌 허초희의 영혼은 오늘을 살고 있는

  우리의 자유로운 시간속에서 영원히 빛을 발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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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두 문학과지성 시인선 342
오규원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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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곳이 끊겼어도 

길은 길이어서 

나무는 비켜서고 

바위는 물러 앉고 

굴러 내린 돌은 그러나 

길이 버리지 못하고 들고 있다. 

 

산과 길, 두두, 문학과 지성 2008, 오규원 

 

잣나무는 잣나무로 서 있고 잣나무 앞에서 나는 몸이 따듯하다.(책 속에서)

두두와 물물의 시집 속에서 만난 시인의 따듯한 눈, 명징한 언어,

세상을 바라 보는 독자의 시선을 낮은 곳으로 이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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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석전집 - 증보판
백석 지음, 김재용 엮음 / 실천문학사 / 200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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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우난 곬족                                                                              

명절날 나는 엄매 아배 따라 우리집 개는 나를 따라 진할머니 진할아버지가 있는 큰집으로 가면

얼굴에 별자국이 솜솜 난 말수와 같이 눈도 껌벅거리는 하루에 베 한 필을 짠다는 벌 하나 건넛집엔 복숭아 나무가 많은 신리(新里) 고무 고무의 딸 이녀(李女) 작은 이녀(李女)
열여섯에 사십(四十)이 넘은 홀아비의 후처가 된 포족족하니 성이 잘 나는 살빛이 매감탕 같은 입술과 젖꼭지는 더 까만 예수쟁이 마을 가까이 사는 토산(土山) 고무 고무의 딸 승녀(承女) 아들 승(承)동이
육십리(六十里)라고 해서 파랗게 뵈이는 산(山)을 넘어 있다는 해변에서 과부가 된 코끝이 빨간 언제나 흰옷이 정하던 말끝에 설게 눈물을 짤 때가 많은 큰골 고무 고무의 딸 홍녀(洪女) 아들 홍(洪)동이 작은 홍(洪)동이
배나무 접을 잘하는 주정을 하면 토방돌을 뽑는 오리치를 잘 놓는 먼섬에 반디젓 담그러 가기를 좋아하는 삼춘 삼춘엄매 사춘누이 사춘동생들이 그득히들 할머니 할아버지가 있는 안간에들 모여서 방안에서는 새옷의 내음새가 나고
또 인절미 송구떡 콩가루차떡의 내음새도 나고 끼때의 두부와 콩나물과 볶은 잔디와 고사리와 도야지 비계는 모두 선득선득하니 찬 것들이다

저녁술을 놓은 아이들은 외양간섶 밭마당에 달린 배나무 동산에서 쥐잡이를 하고 숨굴막질을 하고 꼬리잡이를 하고 가마 타고 시집가는 놀음 말 타고 장가가는 놀음을 하고 이렇게 밤이 어둡도록 북적하니 논다
밤이 깊어가는 집안엔 엄매는 엄매들끼리 아르간에서들 웃고 이야기하고 아이들은 아이들끼리 웃간 한 방을 잡고 조아질하고 쌈방이 굴리고 바리깨돌림하고 호박떼기하고 제비손이구손이하고 이렇게 화디의 사기방등에 심지를 몇 번이나 돋구고 홍게닭이 몇 번이나 울어서 졸음이 오면 아릇목 싸움 자리 싸움을 하며 히드득거리다가
     
 잠이 든다 그래서는 문창에 텅납새의 그림자가 치는 아침 시누이 동세들이 욱적하니 흥성거리는 부엌으론 샛문틈으로 장지문틈으로 무이징게국을 끓이는 맛있는 내음새가 올라오도록 잔다.

                    벌 : 매우 넓고 평평한 땅
                   고무 : 고모, 아버지의 누이
                   매감탕 : 엿을 고아낸 솥을 가셔낸 물. 혹은 메주를 쑤어낸 솥에 남아 있는 진한 갈색의 물.
                   토방돌 : 집채의 낙수 고랑 안쪽으로 돌려가며 놓은 돌. 섬돌.
                   오리치 : 평북지방의 토속적인 사냥용구로 동그란 갈고리 모양으로 된 야생오리를 잡는 도구.
                   안간 : 안방.
                   저녁술 : 저녁밥. 저녁숟갈.
                   숨굴막질 : 숨바꼭질.
                   아릇간 : 아랫방.
                   조아질 : 부질없이 이것저것 집적거리며 해찰을 부리는 일. 평안도에서는 아이들의 공기놀이를 이렇게 부르기도 함.
                   쌈방이 : 주사위
                   바리깨돌림 : 주발 뚜껑을 돌리며 노는 아동들의 유희.
                   호박떼기 : 아이들의 놀이
                   제비손이구손이 : 다리를 마주끼고 손으로 다리를 차례로 세며, 
'한알 때 두알 때 상사네 네비 오드득 드득 제비손이 구손이 종제비 빠땅' 이라 부르는 유희
                   화디 : 등경. 등경걸이. 나무나 놋쇠 같은 것으로 촛대 비슷하게 만든 등잔을 얹어 놓은 기구.
                   사기방등 : 흙으로 빚어서 구운 방에서 켜는 등.
                   홍게닭 : 새벽닭.
                   텅납새 : 처마의 안 쪽 지붕이 도리에 얹힌 부분.
                   동세 : 동서(同壻).
                   무이징게국 : 징거미(민물새우)에 무를 숭덩숭덩 썰어 넣고 끓인 국.
  

  

읽으면 읽을 수록 감칠맛이 도는 언어들, 생활속에 문득 문득 떠오르는 싯구들... 나도 모르게 자꾸만 입안에서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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