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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7 - 소돔과 고모라 1
마르셀 프루스트 지음, 김희영 옮김 / 민음사 / 2019년 1월
평점 :
사교계의 위선적 진실들과 마주하며 화자의 욕망이 교차한다.
도입 부분에서는 쥐파앵과 샤를뤼스의 관계가 밝혀지며 긴장된 서술로 이어진다
중반 부분에서는 사교계의 민낯들이 지루하게 펼쳐진다.
후반 부분에서의 할머니에 대한 기억과 알베르틴의 고모라적 성향이 밝혀지는 부분이 흥미롭다
반짝이는 햇빛에 아직 마르지않은 물웅덩이가 땅을 진짜 늪처럼 만들어 놓았고, 그러자 예전에 온몸이 진흙투성이가 되지 않고는 한 걸음도 옮기지 못하셨던 할머니가 생각났다. 하지만 도로에 이르자 얼마나 눈이 부시던지! 8월에 할머니와 함께 보았을 때는 나뭇잎과 사과나무 부지 같은 것밖에 없었는데, 지금은 꽃이 만발한 사과나무들이 끝없이 이어지면서 상상할 수 없는 사치스러운 모습을 하고, 한 번도 본 적 없는 그 햇빛에 반짝이는 경이로운 분홍빛 새틴 옷자락을 망칠까 봐 조심하는 기색도 없이, 진흙탕에 발을 담근 채 무도회 복장으로 서 있었다. 멀리 보이는 바다의 수평선은 일본 판화의 배경과 흡사한 효과를 사과나무에 주고 있었다. 꽃들 사이로 하늘을 바라보려고 머리를 들자하늘의 푸르름을 보다 고요하고 강렬한 빛으로 비추던 꽃들이 천국의 깊이를 보여 주기 위해 옆으로 비켜서는 듯했다. - P321
푸른 빛깔 아래로 가볍지만 싸늘한 미풍이 붉게 물든 꽃다발을 살짝 흔들었다. 푸른 박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으면서, 마치 이국 취향의 색채 애호가가 이 살아 있는 아름다움을 인공적으로 만들어 냈다는 듯, 관대한 꽃들 사이를 펄쩍펄쩍 뛰어다녔다. 그러나 그 아름다움은 눈물을 자아낼 정도로 감동적이었는데, 세련된 예술의 효과를 그토록 멀리 밀고 나가면서도 더없이 자연스럽게 느껴졌고, 또 사과나무가 농부들처럼 거기 들판 한가운데, 프랑스의 큰길 위에 우뚝 서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햇살에 뒤이어 갑자기 빗줄기가 떨어졌다. 빗줄기는 온 수평선에 줄무늬를 그리면서 사과나무 행렬을 그 잿빛 망 속에 조였다. 하지만 사과나무는 쏟아지는 소나기 아래 차가워진 바람을 맞으면서도 활짝 핀 분홍빛 꽃의 아름다움을 계속해서 쳐들고 있었다. 어느 봄날이었다. - P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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