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밀리 디킨슨의 삶을 그린 영화 조용한 열정을 찾아 보고 디킨슨의 시, 고독은 잴 수 없는 것을 읽고 필사를 해보았다. 아주 작은 무엇 하나가 바람이 되어 방문을 꽝하고 닫게 만드는 힘이 보인다. 잔잔하지만 내면의 고독을 치열하게 탐구했던 슬픔이 짙게 드리워진 에밀리의 시편들은, 읽을수록 검은 물이 뚝뚝 떨어져 바닥에 글자로 새겨지는 느낌을 받는다. 오래전 그리고레안 성가를 처음 듣고 손끝에서 부터 일었던 깊은 울림이 전해진다. 햇빛에 나가 볕을 쬐면 서서히 몸이 따뜻해지는 효과처럼 문장들이 하나하나 살아 움직이며 심장을 쫄깃하게 만든다. 암흑의 허무에서 길어 올려진 고독의 깊은 종소리가 은은하게 빛을 키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