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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다 하다 앤솔러지 2
김솔 외 지음 / 열린책들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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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묻고 묻고 또 묻다

언젠가부터 ‘답’을 찾는 일이 잦아졌다. 그러나 정작 제대로 된 질문을 하는 일은 줄어들었다. 그러니까, 우리는 제대로 된 질문 없이 자신도 알지 못하고 존재하는지도 알 수 없는 ‘답’을 찾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 《묻다》는 개성이 서로 다른 등장인물들이 각자 상황에 따라 다른 질문을 끊임없이 던짐으로써 독자로 하여금 ‘묻’는다는 행위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며 긴 여운을 남긴다. 


다섯 편의 단편들은 전반적으로 현실적이면서 실험적인 면이 있다. 그중에서도 SF가 살짝 가미된 <드래곤 세탁소>와 독백과 모노드라마와 에세이가 한데 섞인 듯한 <개와 꿀>이 취향에 맞아 아주 재밌게 읽었다.





▶ 드래곤이 와서 ‘드래곤 세탁소’

절친과 갑자기 멀어졌다. 처음엔 안타까웠고, 그다음엔 걱정했고, 마지막엔 미워했다. 그러던 어느 날, 절친이 할 말이 있다며 만나자고 연락을 해 왔다. 그러나 친구는 나오지 않았다. 약속 장소로 오던 중 사고로 죽었기 때문이다. 그 아이는 무슨 말을 하려고 했던 걸까.


여기까지만 보면 이 내용이 전부일 거 같은데, 이건 그저 이야기 시작의 일부일 뿐이다. 그저 주인공이 ‘드래곤 세탁소’와 만나게 하는 장치라고나 해야 할까.


이 단편에서 매력을 느낀 건, 주인공이 ‘드래곤 세탁소’와, 그리고 세탁소 주인인 고옥경 여사와 층층이 쌓아 올리는 관계성이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또, 평범함이 주는 편안함과 아늑함이 좋았고, 주인공이 밤마다 자신을 괴롭히던 ‘물음’에서 천천히 벗어나는 과정이 좋았다.


어쩌면 무거워질 수 있는 현실적인 이야기에 곁들여진 SF 한 스푼과 날씨가 포근한 밤 가로등이 환하게 켜진 거리를 걷는 듯한 느낌을 주는 글은 조금 더 따스한 시선으로 소설을 읽게 만든다. 아! 여기에 고옥경 여사의 약간은 뻔뻔한 대사가 더해져 소설이 한층 더 매력적이고 유쾌해진다.





▶ 개소리도 달게 만드는 꿀단지 ‘개와 꿀’

보통 사람들과 조금은 다른, 그래서 평범한 사람이 되고자 노력하는 아이가 있다. 그리고 그 ‘다름’을 인정하지 못하고 악의적인 시선과 말로 생채기를 내는 데 익숙해진 우리가 있다.


경계성 지적장애를 가진 주인공이 일을 하러 갈 때 듣는 말 중 열에 아홉, 아니 열에 열은 부정적인 말이다. 누군가는 그의 업무 속도가 느리다고 불평하고, 누군가는 그의 업무가 개꿀이라고 비아냥거린다. 주인공은 어둡고 무겁고 차가운 말들을 귀에 만든 꿀단지에 하나둘 넣는다. 상처를 주는 말이 아니라 달콤한 말이 되도록.


주인공은 익숙하지 않은 상황과 차가운 동료들의 시선 속에서 자기 자신에게 끊임없이 묻는다. 그리고 그 물음을 따라가다 보면 주인공의 깊음과 타인을 생각하는 마음에 감탄만 나온다. 솔직히 말하자면, 일반인보다 낫다는 말이 나오기도 하고 때로는 느리다 뿐이지 ‘천재 아냐?’라는 생각도 들었다.


동료들은 주인공을 가리켜 이렇게 말한다. 1인분을 하지 못하는 사람이라고. 그런데 도대체 그 1인분이라는 건 뭘까. 그렇게 말하는 본인들은 과연 1인분을 제대로 하고 있을까? 타인의 다름을 받아들이는 것조차 못 하면서 누군가를 비난하고 헐뜯는 것으로 자기만족을 채우는 이들의 모습을 보며 나는 그런 적이 없었는가 되짚어보게 된다.





‘하다 앤솔러지’의 두 번째 이야기인 《묻다》는 읽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책이다. 물음보다 구해야 하는 답이 더 많은 시대. 선후가 바뀐 혼란스러운 시대. 그러다가 어떻게 물어야 하는지도 잊어버리게 되는 시대. 우리는 앞으로 어떤 물음을 하며 살아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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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의 틈새 여성 디아스포라 3부작
이금이 지음 / 사계절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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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향을 마음에 품고 사는 사람들

각자의 사정으로 고향을 떠났지만 조국으로부터 외면받아 고향에 돌아오지 못했던 이들이 있다. 그럼에도 그들은 고향을 잊지 않고 가슴 깊이 그리워한다. 한국인도, 일본인도, 러시아인도 아닌 채 살아야 했던 사람들. 바로 사할린에 거주한 한인들이다. 이 책, 《슬픔의 틈새》는 일제 강점기부터 최근까지 긴 시간 동안 강제로 조국을 잃은 채 살아야 했던 그들의 이야기를 그린 디아스포라 문학이다.


한인들이 사할린에 온 목적은 단 하나다. 가족과 함께 잘 먹고 잘사는 것. 그래서 제대로 된 안전장치 없이 탄광에 뛰어들어 일을 하고, 남편을 찾아 아버지를 찾아 기차와 배를 수시로 갈아타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고 사할린까지 온다. 그러나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건 잠깐의 행복과 긴 절망이었다.


달콤한 말로 조선인을 꾀어 사할린 탄광으로 데려간 일본은 패색이 짙어지자 광부들을 본토로 강제 징용한 뒤 사할린에 남은 한인들을 나 몰라라 한다. 일본과의 전쟁에서 승리를 거둔 소련은 사할린을 통제하며 한인들의 자유로운 이동을 금지한다. 그리고… 해방 후 사할린에 거주하는 한인들을 데려갈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던 조선(한국)은 사할린 한인들을 사실상 외국인으로 간주하는 국적법을 제정한다. 한국, 소련, 일본. 그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사람들. 당시 그들의 심정을 ‘절망’이라는 얄팍한 단어로 표현하기엔 턱 없이 부족할 거다.


생각지도 못한 조국의 배신과 외면 앞에서 좌절감과 울분, 분노, 체념과 같은 감정을 동시에 느꼈을 한인들은 충격에 몸져누울 시간조차 없었다. 어떻게든 삶을 이어 나가야 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척박하고 삭막하며 모질기까지 한 운명에 맞섰다. 그리고 그 사이사이에 있는 행복과 즐거움을 찾아내고자 애쓰는 것 또한 잊지 않았다.


《슬픔의 틈새》는 다양한 등장인물을 통해 생각만 해도 고통스러운 역사를 온몸으로 겪으며 어떻게든 살아내야 했던 이들의 이야기를 생생하고 절절하게 그려냈다. 그들은 분명 존경받아 마땅하다.





▶ 주단옥, 타마코, 올가

책에 대해 이야기할 때 빠뜨리면 안 되는 인물이 있다. 일본 이름은 타마코, 소련(러시아) 이름은 올가인 주인공 주단옥이다. 그는 13살에 광부인 아버지를 따라 사할린에 왔다가 일생을 그곳에서 살아야만 했다. 그렇기에 이 책의 시작과 끝에 주단옥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주단옥의 인생은 그 당시 여성들과 마찬가지로 파란만장하고 기구하다. 그러나 그는 시도 때도 없이 찾아오는 ‘역경’을 가만히 두고 보지만은 않는다. 항상 새로운 걸 배우고, 도전하며, 능동적으로 삶에 대처한다. 그뿐인가. 사랑마저 스스로 쟁취한다. 이렇게만 보면 요즘 세상에 저게 뭐 대단한가 싶겠지만, 주단옥이 일제강점기인 1931년에 태어난 인물이라는 걸 감안하면 대단하다고 말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렇다고 해서 《슬픔의 틈새》가 오직 ‘주단옥’의 이야기만을 다루고 있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그가 이 책의 근본이고 정체성인 것은 맞지만, 작가는 그를 통해 사할린 한인들의 이야기를 하고자 했던 것이지 단지 개인의 이야기를 풀어내고자 했던 건 아니기 때문이다.





▶ 《슬픔의 틈새》는 한 여성의 이야기이자 고국으로부터 아무런 관심과 보살핌을 받지 못한 사할린 한인들에 관한 이야기다. 혼란스러운 역사의 소용돌이에 휩쓸려 치열한 삶을 살았던 그들의 이야기는 꽉 닫힌 결말임에도 오래도록 먹먹한 울림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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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개의 경계로 본 세계사 - 국경선은 어떻게 삶과 운명, 정치와 경제를 결정짓는가
존 엘리지 지음, 이영래 외 옮김 / 21세기북스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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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나의 지도, 여러 개의 선

지도를 펼쳐보면, 수없이 많은 선들이 그어져 있다. 이 선들은 처음부터 그 자리에 있었던 것만 같다. 그러나 우리가 별다른 의문 없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대부분의 선들은 우리의 생각보다 오래되지 않았고, ‘신중’하게 그어지지도 않았다.


당장 우리나라가 속한 한반도만 봐도 알 수 있다. 우리가 태어나기 전부터 존재한 ‘38선’은 원래부터 존재했던 것 같지만 100년이 채 되지 않은 나름 싱싱한(?) 선이다. 그리고 모두가 아는 것처럼 이 선은 ‘우리나라’가 아닌 타국의 이해관계에 의해 만들어졌다. 이런 선이 비단 우리나라에만 존재할까? 다른 나라에는 없을까? 그럴 리가. 특정 국가들의 욕망과 욕심과 탐욕으로 생긴 선은 세계 곳곳에 존재하며, 지금도 새로이 만들어지기 위한 준비가 한창이다.


이 책은 그렇게 만들어진 선 중에서도 작가가 엄선한 ‘선’에 대해 이야기한다. 머리말에서 작가는 본인이 느끼기에 흥미롭다고 생각한 부분들을 골랐다고 말하는데, 그래서인지 책에 등장하는 47개 선 모두 거를 타선 없이 재밌고 흥미진진하다. 


중요한 건 책의 내용이 단순 ‘재미’에서 그치지 않는다는 거다. 존 엘리지의 매력적인 이야기들을 따라가다 보면, 강대국이라 불린 나라들이 저지른 만행과 선이 만들어낸 역사와 선 하나에 얽힌 수많은 이해관계를 자연스레 깨닫고 이해하는 과정을 통해 관련 지식이 없는 사람들 역시 세계사의 흐름을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게 된다. 


지금도 선은 움직일 준비를 하고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를 비롯한 다른 지역의 크고 작은 전쟁은, 중국의 남중국해 주장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그리고 이제 우리는 안다. 그들의 행동이 ‘순수’한 자기 영토 주장이 아님을. 그 안에는 깊고도 진득한 탐욕이 도사리고 있음을 말이다.


세계사에 관심은 있지만 선뜻 시도하지 못한 사람들이 입문서로 읽기 좋은 책이다. 여러 번 말해도 입이 안 아플 정도로 쉽고 재밌다. 개인적으로는 읽을 때 세계지도를 함께 봐서 그런지 더 이해가 잘 됐다. 그런 면에서, 면지 부분에 책에서 언급한 경계선들이 들어간 세계지도가 있다면 더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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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어두운 걸 좋아하십니까 : 상
스티븐 킹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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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병은 죽지 않는다

스티븐 킹은 1947년 생으로 만 78세다. 74년에 데뷔했으니 벌써 50년이 넘게 글을 쓰고 있는 건데, 그의 글은 늘 새롭고 짜릿!하다. 작가이니 당연한 거 아니냐고 반문하는 사람도 있겠으나 그 당연한 걸 해내는 사람이 많지 않을뿐더러 쉽지도 않다. 더군다나 큰 성공을 거둔 이라면 자기가 성공한 방식을 답습해 쉬운 길로 가려고 하는 경우가 많은데 스티븐 킹은 그렇지 않다는 점에서 존경받아 마땅하다.


또, 스티븐 킹은 평범한 소재로 진수성찬을 만들어내는 귀재이기도 하다. 분명 처음 읽을 땐 ‘이게 뭐?’ 싶은데, 숨도 안 쉬고 마지막까지 다 읽은 다음에는 ‘미쳤다’(p)라는 말이 절로 나오게 만든다.


이번 책도 마찬가지다. 뒤늦게 성공한 중년의 이야기가 왜? 알코올의존증인 남자 이야기를 들어주는 게 뭐! 싶은데, 읽어보면 안다. 내 생각대로 흘러가지 않는 이야기가 얼마나 큰 전율과 희열을 주는지.


스티븐 킹은 이번 책을 통해 더 날카롭게 벼려진 글솜씨를 자랑하며 노익장을 과시한다.



▶ 영화? 아니 소설!

《더 어두운 걸 좋아하십니까》(상)에 수록된 단편집 중 유달리 분량이 긴 단편소설이 있다. 바로 <대니 코플린의 악몽>이다. 솔직하게 말하면 첫 부분을 읽을 때 크게 기대하지 않았다. 오히려 단편임에도 책의 거의 반에 가까운 분량을 차지하는 걸 보아 지루할 수도 있겠다는 의구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도 나는 틀렸고, 스티븐 킹은 옳았다. <대니 코플린의 악몽>은 장편소설로 나왔어도 될 주식이었다.


<대니 코플린의 악몽>은 증거를 찾고 범인을 쫓는 데 주력하지 않는다. 살인 사건 용의자로 몰린 대니 코플린이 점점 고립되는 과정과 그를 범인이라고 확신한 형사 프랭클린 잴버트의 묘한 신경전을 주로 다룬다. 심증만으로 만들어진 확신이 어떤 불신과 혐오와 차별을 만들어내는지 하나하나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영화나 드라마로 나와도 재밌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이미 영상화가 확정되었다고 하니 어떤 모습으로 만들어질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 스티븐 킹의 책을 사랑하는 데는 수많은 이유가 있다. 그중에서도 굳이 가장 큰 이유를 꼽으라면, 다층적인 캐릭터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문장 그리고 뒤로 갈수록 빛을 발하는 탁월한 스토리텔링을 들 수 있겠다. 그것들은 얇은 막처럼 심장을 감싼 뒤 제멋대로 조였다 풀기를 반복한다. 단숨에 소름 돋게 만드는 이야기가 아니라 서서히 온몸을 짓누르며 압박감을 주는 이야기들. 독자의 시간을 순삭하는 데 도가 튼 이야기꾼이 이번에도 큰 사고를 쳤다. 이번에도 내 시간은 빠르게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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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 농성
구시키 리우 지음, 김은모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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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

강력한 용의자인 도마는 상해, 공갈, 강도 혐의로 소년원에 다녀온 동네의 문제적 인물이다. 아무렇지 않게 칼을 휘두르고, 거짓으로 꾸며낸 이야기로 ‘어린이 식당’ 사장을 쥐락펴락한다.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했다 뿐이지 영악함과 잔혹함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거기다 최근에는 성에 눈을 떠 자기보다 어린아이, 특히 남자아이에게 성적으로 못된 짓을 일삼기도 한다. 그런 존재가 인질극을 벌이니 상황은 긴장의 연속일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수사관들은 어떨까. 셜록 홈즈나 코난처럼 단숨에 사건을 파악하고 범인이 누구인지를 알아채 사건을 종료시키는 천제에 가까운 사람들일까. 아쉽게도 모두 범재에 가깝다. 그러나 아무런 정보가 없는 상황에서 인질들을 구하기 위해 이리 뛰고 저리 뛰는 모습을 사실적으로 그려내면서 급박하게 돌아가는 현장 상황을 오히려 더 생생하게 전달한다.


굴욕적이게도 수사관들은 도마의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다. 그가 말한 대로 다른 시신이 있는지 조사하고, 그가 요구한 대로 특수 수사대를 물리고, 그가 원하는 대로 콜라를 사다가 바친다. 시한폭탄 같은 도마가 언제 인질을 해칠지 모르기 때문에 최대한 그의 기분을 맞춰주면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함이다. 그럼에도 수사는 계속 진행된다. 조금 느리지만 정확하고 확실하게.



▶ 이기적인 어른이 만들어낸 비극

작가는 ‘추리소설’이라는 예쁜 포장지로 감싼 상자 안에 ‘사회문제’를 선물처럼 넣어 두었다. 그는 모두가 알면서도 쉽게 입 밖으로 꺼내지 않는 현실을 날카롭게 지적한다. 왜 아이를 방치해? 왜 가정폭력범을 아무런 조치 없이 보내줘? 왜 가정폭력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제대로 들어주지 않아? 항상 사건이 터진 후에야 부랴부랴 얼렁뚱땅 수습하는 어른들의 행동이 아이에게 어떤 모습으로 비치는지, 어떤 아이를 만들어 내는지 너무 잘 보여주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미성년자는 사형당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이용하는 아이, 한낮에 마을 식당에서 벌어지는 인질극, 아이를 일주일이고 한 달이고 방치하는 부모, 직원의 아이가 인질이 되었다는 걸 알면서도 손해 보지 않기 위해 직원을 보내주지 않는 사장. 이것이 현대판 공포소설이 아니면 뭐겠는가.





▶ 맵기보다는 알싸함이 오래도록 입에 남는다. 500쪽에 가까운 분량이지만 첫 장을 펼친 순간부터 책을 덮는 순간까지 잠시도 눈을 떼지 못하게 붙잡아 두는 힘이 굉장하다. 사건이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마음을 졸이게 만드는 긴장감과 마지막 순간 ‘누군가’가 남긴 말은 긴 여운과 함께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이 들게 한다. ‘재미’를 보장하면서 방치된 사각지대에 대해 생각하게끔 만드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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