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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 농성
구시키 리우 지음, 김은모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5년 7월
평점 :

▶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
강력한 용의자인 도마는 상해, 공갈, 강도 혐의로 소년원에 다녀온 동네의 문제적 인물이다. 아무렇지 않게 칼을 휘두르고, 거짓으로 꾸며낸 이야기로 ‘어린이 식당’ 사장을 쥐락펴락한다.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했다 뿐이지 영악함과 잔혹함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거기다 최근에는 성에 눈을 떠 자기보다 어린아이, 특히 남자아이에게 성적으로 못된 짓을 일삼기도 한다. 그런 존재가 인질극을 벌이니 상황은 긴장의 연속일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수사관들은 어떨까. 셜록 홈즈나 코난처럼 단숨에 사건을 파악하고 범인이 누구인지를 알아채 사건을 종료시키는 천제에 가까운 사람들일까. 아쉽게도 모두 범재에 가깝다. 그러나 아무런 정보가 없는 상황에서 인질들을 구하기 위해 이리 뛰고 저리 뛰는 모습을 사실적으로 그려내면서 급박하게 돌아가는 현장 상황을 오히려 더 생생하게 전달한다.
굴욕적이게도 수사관들은 도마의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다. 그가 말한 대로 다른 시신이 있는지 조사하고, 그가 요구한 대로 특수 수사대를 물리고, 그가 원하는 대로 콜라를 사다가 바친다. 시한폭탄 같은 도마가 언제 인질을 해칠지 모르기 때문에 최대한 그의 기분을 맞춰주면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함이다. 그럼에도 수사는 계속 진행된다. 조금 느리지만 정확하고 확실하게.
▶ 이기적인 어른이 만들어낸 비극
작가는 ‘추리소설’이라는 예쁜 포장지로 감싼 상자 안에 ‘사회문제’를 선물처럼 넣어 두었다. 그는 모두가 알면서도 쉽게 입 밖으로 꺼내지 않는 현실을 날카롭게 지적한다. 왜 아이를 방치해? 왜 가정폭력범을 아무런 조치 없이 보내줘? 왜 가정폭력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제대로 들어주지 않아? 항상 사건이 터진 후에야 부랴부랴 얼렁뚱땅 수습하는 어른들의 행동이 아이에게 어떤 모습으로 비치는지, 어떤 아이를 만들어 내는지 너무 잘 보여주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미성년자는 사형당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이용하는 아이, 한낮에 마을 식당에서 벌어지는 인질극, 아이를 일주일이고 한 달이고 방치하는 부모, 직원의 아이가 인질이 되었다는 걸 알면서도 손해 보지 않기 위해 직원을 보내주지 않는 사장. 이것이 현대판 공포소설이 아니면 뭐겠는가.

▶ 맵기보다는 알싸함이 오래도록 입에 남는다. 500쪽에 가까운 분량이지만 첫 장을 펼친 순간부터 책을 덮는 순간까지 잠시도 눈을 떼지 못하게 붙잡아 두는 힘이 굉장하다. 사건이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마음을 졸이게 만드는 긴장감과 마지막 순간 ‘누군가’가 남긴 말은 긴 여운과 함께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이 들게 한다. ‘재미’를 보장하면서 방치된 사각지대에 대해 생각하게끔 만드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