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이데이 시공사 장르문학 시리즈
로버트 하인라인 지음, 안정희 옮김 / 시공사 / 2005년 11월
평점 :
절판


"내 어머니는 시험관이고 내 아버지는 수술용 메스죠."


하인라인이 그려내는 사회는 <달은 무자비한 밤의 여왕>때부터 지금까지 '나눔'의 사회인 것처럼 보인다.  지금 우리 사회 일각에서 구현하고자 노력하고 있는 공동체 사회. 공동체 사회가 많아질수록 국가의 힘은 축소된다. 국가에  힘을 부여해주던 시민들이 자신들의 정체성 찾기나 자신들만의 이익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그는 미래사회의 제도와 규범들을 그려내면서 미래사회에 어울리는 인간상을 만들어낸다. 프라이데이는 유전자 풀의 인공적인 조합으로 이루어진 뛰어난 지능과 초감각적 신체를 지닌 아름다운 여성. 그녀의 몸 전체가 인간의 유전자로 이루어져 있음에도 그녀는 한 남자와 한 여자의 생식세포를 빌어 태어난 인간이 아니기 때문에 AP(인조인간 artificial people)로 불리우며 일부 일모의 유전자만을 물려받아 태어난 열등한 인간들로부터 제대로 된 대접을 받지 못하며 그녀가 하는 일이란 뛰어난 감각과 반사 능력을 이용하여 '밀사' 노릇을 한다.
그녀는 자신의 지성에도, 자신의 외모에도 자신을 갖지 못한다. 왜냐하면 자신이 정상적인 인간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가장 인간적인 반응을 보이는 인간임에도 그녀가 소속감을 느꼈던 s-가족들마저도 그녀가 AP임을 안 순간 그녀를 버린다.
그러나 사실 따지고 보면 그것은 그녀의 뛰어난 자질에 대한 질투와 두려움이 보이는 당연한 반응일지도 모른다. 남자보다  월등한 힘.  보통의 인간보다 두세배나 뛰어난 감각지각에 의한 반사능력. 컴퓨터에 견줄만한 지능....

많은 SF가 유전자 개량과 우수 유전자 조합을 통한 완전함을 추구하는 미래사회를 다루고 있긴 하지만 하인라인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권력을 장악하고 있는 사회나 정부의 보수성에 대해 이야기한다. 입으로는 진보와 개혁을 부르짖으면서 실제로 나타난 현상에 대해서는 거부하거나 부인하는 이중적인 태도.

프라이데이는 성에 대해 특별하게 고정된 관념을 형성하지 않는다. 그것은 그녀나 다른 AP들도 마찬가지인데 그들은 어디까지나 '보통' 사람들의 성적 취향을 만족시켜주기 위해  위안부 교육까지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보통 사람들은 자신들의 성적 취향을 만족하기 위해 일부이처가 아닌 다부다처를 선호하며 때로는 가족내에서 동성간의 사랑까지 스스럼없이 받아들이지만, AP들은 자신들의 정체성에 대한 확신도 없을 뿐더러 반기계처럼 취급받기 때문에 스스로의 정체를 밝히지도 못하며 수동적으로 '보통' 인간의 프로포즈를 받아들이기만 할 뿐이다.

그들의 뛰어난 능력은 '보통' 능력을 가진 사람들의 생존을 위협하게 되는 동기가 되기 때문에 어디까지나 인간도 아닌, 기계도 아닌 '중간적인 존재'로 대우를 받으며 살아가야 한다. 그들의 인간성은 끊임없이 시험당하고 조롱당하며 유린당한다.

다른 환경에서의 낙관적인 미래를 꿈꾸며 외계로 나가는 업무에 지원했던 그녀가 자신도 알지 못하는 사이에 다른 식민 행성의 통치자 부부의 불임을 해결하기 위한 대리모가 되는 설정에서 나타나듯이 아직까지 수적으로 열세인 AP들은 끊임없이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하여야만 하는 투쟁을 계속해야 한다.

하인라인은 프라이데이의 뛰어난 능력에도 불구하고 그녀로 하여금 신인류의 탄생을 예고하는 선봉장의 역할을 수행하도록 하지는 않는다(여기에서 그가 그토록 추구하던 이데올로기의 덫들이 뚜렷하게 드러난다. 가부장적인 권위, 국가의 권위, 우리-일반 시민들-를 보호해주는 견고한 보호막으로서의 국가와 집단).      

                                                                                                                                  결국 그녀는 전사나 투사가 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커플로 이루어진 가족 공동체 속에서 엄마의 역할을 하는 것으로 만족한다. 전통적인 여성의 역할을 추구하는 것으로 나타나는 그녀의 정체성찾기는 그래서 더욱 씁쓸함을 안겨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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