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트 워치

나이트 워치 - 상 ㅣ 밀리언셀러 클럽 26
세르게이 루키야넨코 지음, 이수연 옮김 / 황금가지 / 2005년 10월

세르게이 루키야넨코라는 러시아작가가 쓴 '나이트 워치'는 철학적인 환타지 소설이다.
세상을 빛과 어둠, 그 중간의 '어스름'이라는 세계로 나누고 각각의 세계가 추구하는 바를 풀어쓰고 있는데 난 그가 빛=선, 어둠=악으로 나누면서도 그 각각에 대한 해석을 고전적이지 않은 방법으로 풀어가고 있다는 것이 마음에 든다.

소설을 이끌어가는 '다른 존재'들은 보통의 인간과 다르게 존재가 발하는 영기를 볼 수 있다. 빛의 편에 서있는 다른 존재들이 인간들을 수호하기 위해 만든 것이 나이트워치로 안톤은 자신의 능력을 부정하다가 뒤늦게 '다른 존재'로서의 자신을 받아들인다.
그는 항상 선과 악에 대해 고민하며 자신이 빛의 편인 나이트 워치라 해서 이 세상에 반드시 선만이 존재해야만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절대 선도, 절대 악도 없이 이 세상은 선과 악의 균형이 적절하게 맞춰져야만 유지될 수 있는데 어느 날 이런  힘의 균형을 깨뜨릴 수 있는 존재가 나타남으로써 양 세력은 그 존재를 서로 자신의 편에 끌어들이기 위해 충돌하게 된다.

작가가 끊임없이 말하고 있는 선과 악의 개념이란 여기서는 상대가 없이는 지속될 수 없는 불확정성만을 가지고 있을 뿐이다. 따라서 이런 세상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선과 악, 두 힘의 대치상황을 깨뜨릴 수 있는 어떤 행위일 뿐이다. 결국 나이트 워치나 데이 워치, 더스크 워치들인 '다른 존재'들은 세계의 자연적인 순환을 지키는 수호자들인 셈이 된다.

세부로 나누어져있는 이 책은 곳곳에 러시아 그룹의 노래 가사라거나 세계의 불가사의한 편력을 가진 시인, 작가 혹은 정치가들이 '다른 존재'였는지 아닌지에 관한 의심스러운 가설들을 내세우면서 흥미를 유발시키기도 한다.
처용탈에 관한 짤막한 언급도 있는데 그가 수박겉핥기로 다른 나라의 문화를 공부한 것은 아니라는 증거로 충분하다. 그리고 그의 유머수준은 보통이 아니다.

(그의 전력이 정신과 의사라는 걸 밝히는게 이 책을 평가하는데 도움이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