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받다가 임시저장을 하지 않은 바람에 썼던 글이 날라갔다!

별 중요하지도 않은 글인데 날아간 글들은 왜 이렇게 아깝게 느껴지는 것일까?

그것도 내 안에서 나온 것이라 그런 것인가?

덕분에 지금부터 쓰여질 글은 쓰려고 했던 글과 전혀 다른 성격을 보일 수 밖에 없게 되었다. 날아가버린 생각은 이미 나의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최근 내 의식을 무겁게 짓누르고 있는 것은 책읽기와 관련된 일련의 행위에 대한 성찰이다.

책읽기를 위해서는 일단 책을 구입하는 행위가 필요하다. 물론 도서관이라는 공적 기관을 이용할 수도 있겠지만 초등생 시절 이후로는 도서관 이용이 구하기 힘든 외서나 논문 등을 보기 위한 것으로 극히 제한적이었는지라 대부분 책읽기라는 욕망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책을 구입하는 행위가 필수적일 수 밖에 없다. 

문제는 책읽기를 위한 구매가 아니라 책구입을 위한 구입처럼 한 달 여 무조건 책을 사고 있다는 것.

보관함에 오랫동안 묵혀놓은 책들을 구입하는 것이라면  이해되지만 그도 아닌 거의 즉흥적인 장바구니 투입에 이은 주문, 다시 검색과 장바구니 투입, 주문의 행위가 하루에도 두 세번씩 이어지고 금액 역시 몇 만원에서 몇 십만원에 이른다.

이건 쇼퍼홀릭의 증세가 책구매와 연결된 것이 분명한 것으로 보이는데 스스로에 대해 지닌 어떤 콤플렉스가 나를 이 '사악한(?)' 길로 유도한 것인지 잠시 되짚어보기로 했다.

 

며칠간 일기며 개인블로그의 포스트 등을 뒤진끝에 이 증세의 원인제공자가 되어줄만한 요인을 찾아냈다.

작년 가을 쯤에 개인블로그에 종종 방문하면서 현학적인 사변을 늘어놓기도 하고 궁금한 걸 묻기도 하는 블로거 한 분이 나의 블로그에 방문할 때마다 느꼈던  특성을 "얕으나 많이 공부하게 만드는"이라고 규정지은적이 있었는데 그 당시엔 아무렇지 않게 넘겼던 그 글귀가 원인이었다. 그가 나의 지식의 층위가 지닌 특성을 그렇게 본 것은 아마 포스트를 읽고 나서 판단한 것일텐데도 나는 불쾌하였다. 누군가가 쓴 글로 그를 판단하는 것은 대중들이 흔히 저지르기 쉬운 실수이다.사람들은 그 혹은 그녀가 쓴 글이  그 사람을 대변하는 모든 특성이 아니라는 것을 종종 잊는다는 점이다. 특히 나처럼 글쓰기의 행위에 대한 책무와 반감을 동시에 지닌 사람이 올린 대충 쓰는 방식의 포스트로 나를 판단하다니..(블로그 자체가 공적인 공간이라 할지라도 나는 개인적인 끄적거림을 보관하는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기 때문에 제대로 된 글은 꿈과 정신분석에 관한 짧은 페이퍼 하나 말고는그 곳에 올려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

 

하지만 한 편으로 생각하면 그의 판단이 맞을지도 모르겠다. 글쓰기를 깊이있게 연결시키지 못한다는 것 자체가 나의 지식이 거미줄처럼 얇게, 또는 수없이 많은 노드들로 이루어져 있지만 연결점이 약하기때문에 깊이있게 파고들어가다가 간혹 끊기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결국 일부분 그의 지적이 옳을지도 모른다는 나의 자각은 그 부족한 부분을 메꾸기 위한 노력으로 이어진 것이다. 이 미친 결여의 충족기간 동안 구입했던 책들은 대부분 그전까지 내가 흥미를 채우는 정도로만 만족했던 분야들을 어느 정도까지는 깊이있게 이해할 수 있을만한 수준으로 끌어올려줄만한 내용의 책들이었다(그러면서 여전히 내가 타인이 나에게 가지고 있는 기대 따위로부터 자유롭지 못 한 자신을 발견하고 또 부끄러워하며 혼자 몸부림칠 뿐인 것이다. 쓰다보니 페이퍼의 본질과는 다른 이야기가 되어버린 듯 하다) .

 

원인은 찾아내었지만 구매행위는 어느덧 습관이 되어버린 듯하다.게다가 합리화하기 좋게 평소엔 무심코 넘기곤 했던 반값도서 목록에서 '아니 왜 이런 책을 이 가격에...'라며 두 눈을 휘둥그레 뜨게 만드는 책들을 꽤 발견했던 때문이다.오늘은 인문학 영역일 뿐이지만 내일은 사회과학과 과학영역, 문학 영역도 아직 훑어볼만한 것들이 남아있는 것 같다. 소비의 많은 부분이 책값으로 들어가는데 대한 고민 따위를 할 필요가 없는 독신생활의 이점을 여실히 확인할 수 있는 나날이 갑자기 즐거워지기 시작한다.

 

오늘 인문학 분야에서 건져올린 읽어볼만한 책들이다. 이미 가지고 있는 책들과 거의 많은 부분 중복이 되어서 아쉬움을....

그러나 가지고있으면 부지런히 들락거리며 지식의 편린이라도 주워먹으려는 생쥐들에게 조금의 도움은 되겠지.

 

 -신화, 인류학에 관한 자료는 계속 끌어모으고 있는 중이라 반갑기 그지없다.

<산해경>은 예전 자료로 있기에 비교적 최근의 자료로 재구매한다.

제커리아 시친의 지구연대기가 완역되어 나온건 알고 있었는데 2부 이후 흥미가 급감되어 망설이던 중이긴하나 싼 맛에 3,4부를 구입해본다. 논란의 여지가 많은 시친의 책이라 새로운 재미를 줄 수도 있으리라.

<중국의 발견>은 중국이라는 이질적인 문화를 가진 대국에 대한 서구학자의 관점이 많이 녹아있어서 어쩌면 불편함을 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오랜 시간 동안 중화를 빛내기위한 왜곡이 있어왔기 때문에 어쩌면 속 빈 강정을 맛보게 될지도. 그럴지라도 바로 그러함을 확인하는 것 또한 필요하리라.

<중국소수민족 신화기행>- 중국소수민족인 장족이나 묘족 등의 전설이 많이 등장할 것이라 기대하면서....

 

 

 

 

 

 

 

 

 

 

 

-젊은 비평가 정여울의 영화와 철학의 버무림은 어떤 맛일지 궁금하다.

리라이팅 클래식은 하나 둘 사모으다 보니 아무래도 전집이 채워질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책을 접하던 시대에는 아무래도 서구문화에 많이 경도되어 있어서 우리 고전을 맛볼 기회가 많이 없었다. 게으른 독자로서는 열심히 우리 고전을 리라이팅하는 저자들에게 늘 고마움을 느낀다.

세계철학사가 반값에 나오리라곤....그만큼 수요자가 없다는 얘기가 되는가?

화폐라는 소재를 가지고 인문학의 영역에서 뛰어놀겠다는 저자의 용기가 어떻게 빛날지 궁금해진다.

 

   

 

 

 

 

 

 

 

 

 

 

-역시 신화 수업 자료보충 차원에서 구입한다. 사이트를 뒤져가며 원본을 다운받기엔 내가 너무 얍삽해졌다.

 

 

 

 

 

 

 

 

 

 

-다나 헤러웨이는 마음에 들었다 안 들었다 한다. 가끔 생명을 하나의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기도 해서...

큰 어른의 일대기. 이제야 읽을 준비가 되었다.

정의라는 단어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나의 태생적 한계이다. 그로 인해 많은 사람들 가슴에 상처를 남기기도 했지만...

해럴드 블룸이 편집한 문학가들의 이야기라....

 

 

 

 

 

 

 

 

 

 

-책읽기의 도에 있어 '게으름'이란  절대금기의 단어임을 재확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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