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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쟁이는 행복하다
데이비드 리빙스턴 스미스 지음, 진성록 옮김 / 부글북스 / 2007년 4월
평점 :
절판
D. L. Smith는 이 책에서 '자기기만'이라고 하는 것이 진화라고 하는 메커니즘 안에서 어떻게 인간의 행복을 구현하기 위한 보편적인 전략으로 자리잡았는지를 고찰하였다.
의식적 혹은 무의식적으로 우리는 가까운 타인 혹은 낯선 타인에게 '거짓말'을 한다.
매사추세츠 대학의 한 심리학자가 했던 연구결과를 보면 참여자들이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게 한 후 거짓말을 했던 횟수를 헤아리게 했더니 10분 동안 평균 3번의 거짓말을 했더란다.
이 결과는 참여자들이 실험자에게나 자기 자신에게 전혀 거짓말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가정하에 그렇다. 만약 이들이 그 결과를 거짓으로 축소하였다면 이 횟수는 더 늘어날 것이라는 얘기다.
이 실험은 언어적인 기만의 결과일 뿐이지만 우리가 일상적으로 행하는 행동이나 감정의 표현 같은 비언어적 기만의 횟수는 얼마나 될까?
책을 읽다가 잠시 '전혀 상대와의 대화에 주의를 집중하지 않는 상태에서 상대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고 있기'와 같은 기만의 행위를 나는 하루 중 얼마나 많이 저지르는가를 생각해보았더니 절로 머쓱해질 정도다. 그런데 스미스는 죄책감을 갖지 말라고 한다. 이것이 인류가 행복하게 살아남고 진화하기 위한 메커니즘 중의 하나였다고.
'자기기만'을 좌우하는 무의식적 인지 기능이야말로 인류가 불필요한 분노나 질투로 인하여 자신의 친구 혹은 파트너를 죽이지않고 살아남게 한 유용한 기능이었다고.
그리고 진화생물학에서는 이 '자기기만'의 전략이 인류 뿐 아니라 동식물의 세계에서도 빈번하게 발견되고 있음을 심지어는 세균류의 세계에서도 그렇다고 보고한다. 생명이 살아남기 위한 전략의 하나로써의 '자기기만'이라니....
우리가 진실하다고 생각하는 그 순간에도 우리의 마음은 우리를 속이고 있다. 스스로를 기만할 수 있을 때 비로서 타인을 기만할 수 있다는 위대한 진리를 스스로 체현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인간은 모두 놀라운 포커 페이스를 지니고 있다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불편한 일이다.
스스로에게 지금 나는 진실한가? 끊임없이 물어야만 한다는 것은.
그러나 우리의 언어가 감추는 것들을 때로 우리의 얼굴은 드러내기도 한다.
입가에 떠오르는 미소와 상대에 대한 매끄러운 찬사로도 감추지 못하는 미묘한 눈가의 조소.
그리고 무엇보다도 우리의 무의식은 현재의 정확한 상황에 이 기만이 적합한 것인지를 알려주는 '기만의 빈도 민감성'을 지니고 있다. 결정적 순간에 스스로를 궁지에 밀어넣지 않기 위한 최후의 전략. 늑대와 양치기소년의 우화에서 소년은 저 민감성이 둔화되어 버렸음이 틀림없다.
책을 읽어나갈수록 씁쓸한 미소가 입가에 떠오른다.
내 자신을 있는 그대로 보게 해주는 거울 앞에 벌거벗은 채로 서있는 기분이 든다.
우리 스스로도 잘 알지못하는 '마키아벨리 같은 마음'의 주인이 바로 우리 자신들이라는 것.
한쪽은 완전히 열려있지만 다른쪽은 우리 자신도 알 수 없는 영역으로 구분되어진 마음의 주인.
인간의 타고난 기만 본능은 사회생활을 하는데 효과적인 적응력을 보여준다. 그리고 우리는 한순간 그 기만의 겉포장을 꿰뚫고 진정한 마음에 닿을 때가 있다.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무의식에서 작동하는 인간 정신을 스미스는 '마키아벨리 모듈'이라 부른다. 속임수로 감추어진 상대의 마음 상태에 반응하도록 되어있는 정신의 시스템은 다른 사람들이 내게 보여주는 속임수의 표현들로 인하여 작동이 시작되고 지금 그가 내게 말하는 이면의 무의식적 마음의 상태를 슬그머니 귀뜸해준다.
그리고 우리는 그가 거짓을 말하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 거짓으로 인하여 서로가 행복할 수 있기에 그 거짓말을 암묵적으로 용인한다.
우리들, 거짓말쟁이는 그래서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