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으로부터,
정세랑 지음 / 문학동네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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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으로부터 뻗어나온 가지들. 하와이에서 지내는 시선의 이색 제사에 참석하는 끔찍한 세상을 살아가는 유별난 여자들. 그리고 그들의 기억 속에 존재하는 심시선의 인생이야기다.

여자가 주체적이고 상식적으로 살면 유별나 보이는 시절이었다, 시선의 세상은. 그리고 아직도 남자가 덩치가 작아보이게 웅크려야 평등해지는 세상이다. 소설은 예술이 폭발적으로 확장되고 발전하는 20세기 중반에 왜 위대한 여성 화가는 흔치 않은 지를 가늠케 해준다.

페미니즘, 평등, 환경, 예술, 인종, 전쟁 등 저자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들이 등장인물의 목소리를 통해 저마다의 색으로 보여진다. 특히 심시선의 글이나 인터뷰 내용이 정말 흥미롭다. 저자가 마치 등장인물들의 인생을 다 살아본 듯한 성격과 심리묘사가 탁월하다. 하지만 결코 처짐이나 부침이 없어 독서의 시간을 행복하게 만들어 준다. 읽는동안 수차레 소리 내어 깔깔 웃게 만드는 타고난 이야기꾼인 정세랑은 다음 책을 기다리게 만드는 마력을 지녔다. 책을 덮고나면 가본적 없는 하와이의 석양이 눈앞에 펼쳐지며 파도소리가 들려오는 듯하다.

그간의 이분의 다른 소설보다 호흡이 긴, 공이 담긴 이야기.
'죽는 날까지 쓰겠다'는 저자의 말에 가슴을 쓸어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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