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 경험 - 김형경 독서 성장 에세이
김형경 지음 / 사람풍경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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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닥토닥... 먼 기억 속의 손길 같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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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아침부터 장문의 글을 읽어내자니 헉~ 소리가 절로 난다.
행간 곳곳에서 생생하게 뿜어 나오는 네 분노에 찬 목소리를 들으며 난 되려 웃음을 문다.

겐지를 읽은 지가 좀 오래돼서 가물가물거리긴 하지만
나 역시 그의 소설들을 읽으면서 순간순간 화가 치밀었던 기억이 있고(나의 경우엔 천년동안에를 읽으면서)
오래 전 겐지를 읽고 씩씩대던 또 다른 누군가와 비슷한 얘기를 나눴던 기억도 떠올라.

그가 원문에서 정확히 어떤 표현들을 사용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렇지만 우리말이나 일어나 어순이 비슷하기 때문에 역자가 크게 오류를 범했을 거라고는 생각지 않아)
우리에게 소개된 그의 작품들에선 여성비하적인 발언들을 심심찮게 발견하게 돼.
그것도 직접적으로 여성을 비하하는 것이 아니라 남성들을 비판 내지 비난하는 데 여성적인 것들을 차용하지.
일테면 계집애 같은 남자들이라니, 여자들처럼 어떻다느니 하면서 말야.

그런데도 정작 작중 인물을 통해 여성을 비하하는 경우는 거의 없어.
오히려 남성보다 우위에 있는 존재로 묘사되거나 구원의 대상일 때가 많지.
반면 산문집을 통해 묘사된 그의 아버지나 작품들 속의 아버지란 캐릭터들은 경멸의 대상으로 그려지는 경우가 많고.(박남철과의 비유는 그가 많이 억울해 할 것 같은데)

그의 부인에게 그는 어떤 남편일까?. 내 짐작으론 평균치 이상일 것 같아.
가정에서 그가 마초적인 기질을 드러내거나 적어도 문학을 합네 하고 일상을 등한시하거나 하지는 않을 것 같거든. 그의 부인에게 그는 그냥 소설가란 직업을 가진, 남들과 달리 자택근무를 하는 남편일 뿐일 것 같아.
이 지점에서 난 나의 분노가 어쩌면 호들갑일지도 모른단 생각을 했던 것 같아.
여전히 꺼림칙한 부분이 남긴 하더라도 말야.

겐지가 지극히 남성적인 작가이고, 남성성을 추종하는 작가임에는 틀림없지만
그 또한 하나의 이미지가 아닐까 싶기도 해. 일종의 이상향 같은.
(문득 스치는 생각인데, 난 그가 ‘다자이 오사무’ 같은 부류의 작가들을 굉장히 싫어했을 것 같아)

그러고 보니 네 말대로 그가 ‘백경’ 외에 다른 작가나 작품을 거론한 걸 본 적이 없긴 하다.
그렇다면 그는 다른 작가들의 작품은 아예 읽질 않는 것일까?
모르긴 하지만 설마 그렇기야 할려구. 그도 명색이 작간데.
백경은 그에게 ‘내 인생의 책’쯤 될 테지.

겐지를 변호하고자 쓴 글은 아닌데 쓰고 보니 그를 위한 변명이 된 것 같다.
곳곳에 의심의 여지를 남기고 있고, 적잖이 성질을 건드리기도 하지만
참고 읽어볼 만 하다는 것이 겐지에 관한 나의 최종 견해야.
무엇보다 그의 문장엔 마력이 있어.
군더더기 없는 간결함과 빼어난 영상미는 압권이잖아.
그래도 네겐 영 아니라면 그를 버려.

*

요즘 밤바람이 참 좋지?
늦어진 귀가 길, 바람을 맞으며 홀로 걷다보면 가슴이 뛰고 걸음이 경쾌해지고
문득 문득, 그렇게 행복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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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유난히 책이 읽히질 않았었다.

화장대 위에 쌓인 책들이 사이사이 눈에 들어오면서 신경을 거스르곤 했으나

손빨래를 하려고 세제에 담근 빨래를 계속 미뤄두고 있는 것처럼 내내 찜찜하긴 했으나

그랬거나 말거나, 마음은 너무 멀리 있었다.


크리스토프 바타이유의 ‘지옥만세’를 펼쳤다가 채 100페이지도 읽질 못하고 놔 버렸고

(난‘다다를 수 없는 나라’의 바타이유가 좋다. 부당한 요구라 하더라도 난 그에게서 또 다른 다다를 수 없는 나라를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새로운 문체에의 실험이란 ‘지옥만세’에선 번역의 벽도 한 몫을 했겠지만 특유의 울림이 없다.)

‘김남주 평전’을 곁에 두고 보다 말다 한 지도 한 달이 넘었다.

(작가가 참 재미없게도 썼다 싶다. 물론 그 가치판단 기준이 ‘재미’가 될 수는 없지만, 감안하더라도 작가의 필력이 너무 엉성하다. 문건도 아닌 것이, 소설도 아닌 것이.. 못내 아쉽다.)


핑계를 찾으라면.. 그래, 봄이었으니까.


이젠 슬며시 봄이 물러나고 있나?

지난 주말, 짧은 여행길에 함께 했던 조정래의 산문집은 간만에 읽는 재미, 몰입하는 재미를 되찾아 주었다.

간만에 탄 밤 기차의 감흥도, 짧았던 만남의 아쉬움도 모조리 삼켜 버렸고

그 순간이 아까워서 나를 실은 기차가 종착역 없이 계속 달려주기를 바라는 마음마저 들었다.


이렇게 봄이 가려나?


새 책이 갖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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