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유난히 책이 읽히질 않았었다.

화장대 위에 쌓인 책들이 사이사이 눈에 들어오면서 신경을 거스르곤 했으나

손빨래를 하려고 세제에 담근 빨래를 계속 미뤄두고 있는 것처럼 내내 찜찜하긴 했으나

그랬거나 말거나, 마음은 너무 멀리 있었다.


크리스토프 바타이유의 ‘지옥만세’를 펼쳤다가 채 100페이지도 읽질 못하고 놔 버렸고

(난‘다다를 수 없는 나라’의 바타이유가 좋다. 부당한 요구라 하더라도 난 그에게서 또 다른 다다를 수 없는 나라를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새로운 문체에의 실험이란 ‘지옥만세’에선 번역의 벽도 한 몫을 했겠지만 특유의 울림이 없다.)

‘김남주 평전’을 곁에 두고 보다 말다 한 지도 한 달이 넘었다.

(작가가 참 재미없게도 썼다 싶다. 물론 그 가치판단 기준이 ‘재미’가 될 수는 없지만, 감안하더라도 작가의 필력이 너무 엉성하다. 문건도 아닌 것이, 소설도 아닌 것이.. 못내 아쉽다.)


핑계를 찾으라면.. 그래, 봄이었으니까.


이젠 슬며시 봄이 물러나고 있나?

지난 주말, 짧은 여행길에 함께 했던 조정래의 산문집은 간만에 읽는 재미, 몰입하는 재미를 되찾아 주었다.

간만에 탄 밤 기차의 감흥도, 짧았던 만남의 아쉬움도 모조리 삼켜 버렸고

그 순간이 아까워서 나를 실은 기차가 종착역 없이 계속 달려주기를 바라는 마음마저 들었다.


이렇게 봄이 가려나?


새 책이 갖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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