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죽선녀를 만나다
박정애 지음 / 문학사상사 / 2004년 7월
평점 :
절판


아무래도 그녀는 장편을 써야할 것 같다. 그녀의 강점은 이미지나 은유 보단 입담과 서사인데, 단편이란 장르에선 그 강점이 제대로 드러나질 못하는 것 같다. 두 권의 단편집, 전작인 '춤에 부치는 노래'도 이번의 '죽죽선녀를 만다다'도  마치 에피타이저만으로 끝나버린 식사처럼 허기지고 감질맛 난다.  

총 7편의 단편 중 난 가장 박정애다운 작품으로 표제작인 '죽죽선녀를 만나다'를 꼽는다. '에덴의 서쪽'과 '물의 말'의 계보를 잇는, 그러면서 동시에 가장 많은 아쉬움을 남기는... 조금만 더 살을 붙이고 세밀하게 그렸더라면 아주 괜찮은 장편이 하나 탄생하지 않았을까 싶다. 휘릭릭 훑고 스쳐가는 것이 아니라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다라면 참 좋았겠다 싶다.

난 박정애의 작품들을 읽다보면 절로 신이 난다. 님이 이모처럼 박곡 아지매처럼, 그녀의 작중인물들은 날 웃겨주고 보듬어주고 든든한 백그라운드 역할까지 도맡아 해준다. 그녀도 나도 갈수록 아르테미스화 되어 가는지... 한동안 문득문득 박곡아지매가 그리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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