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퀴엠 - CJK - 죽은자를 위한 미사
진중권 지음 / 휴머니스트 / 200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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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의 글을 좋아한다. 담백하고 정갈한 맛은 덜하지만 그의 문장에선 잘 익은 식초 향, 톡 쏘는 겨자 맛이 난다. 간헐적으로 그가 내게 주는 즐거움은 무방비 상태에서 터져 나오는 웃음소리와 키득거림, 때론 약간의 불편한 심기로 드러난다.

<레퀴엠>에서의 그는 이전과는 조금 다른 매력을 보여준다. 전쟁을 미학적 관점에서 접근하고자 한 시도도 벤자민 브리튼의 [전쟁 레퀴엠]에서 형식을 따왔다고 밝히고 있는 이 책의 구성도 매 챕터마다 옮겨놓은 짤막한 기도문에 한결 부드러워진 그의 문장까지.. 이러한 요소들이 적절한 어우러짐을 통해 서정적이며 동시에 비장한 아름다움을 띤다. 마치 한 편의 긴 서사시처럼..

무엇보다 첫 장인 ‘키리에 - 병사들의 죽음’ 챕터는 마지막 책장을 덮고 깊은 숨을 내쉬는 그 순간까지 짙은 여운으로 남는다.

다시금 파병설로 시끌시끌하다. 무엇을, 누구를 위한 전쟁이며 파병인지. 전쟁에 부여할 당위성이 존재하기나 한 건지 이 작은 한 권의 책으로 인해 우리 안의 야만과 파시즘 돌아보고 성찰케 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은 욕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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