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시아드 - 황제의 딸이 남긴 위대하고 매혹적인 중세의 일대기
안나 콤니니 지음, 장인식 외 옮김 / 히스토리퀸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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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이 로마 제국의 제위에 열망을 가진 국외의 많은 이를 계속해서 자극한 것이 그 이유이기도 하다. 운명은 이 불나방들에게 낫지 않는 고통과 치유될 수 없는 불치병 같은 제국을 떠맡겼다. 횡포한 성격으로 유명한 허풍쟁이 로베르가 바로 후자에 속했다. 노르망디가 그를 탄생시켰지만, 그를 진정 양육하고 길러낸 것은 순수한 사악함이었다. 로마 제국은 이 이질적이고 야만적인 인종과 국혼을 제안하면서 그들이 우리에게 쳐들어올 침략전쟁의 구실을 제공하고 말았다.



동로마 제국.

세계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익숙한 이름일 것이다.

남성 중심의 역사서만 읽다가 황제의 딸이자 역사에 조예가 깊은 여성의 손으로 기록한 역사를 읽자니 역사의 기록이라기보다는 한 인간에 대한 일대기를 다룬 소설을 읽는 거 같았다.

자신의 감정을 분출하다가도 본질에서 벗어나지 않으려 애쓰는 안나 콤니니.

황제의 첫 딸로 아버지의 죽음 이후 왕권을 남동생에게 빼앗기고 수두원에 갇혀서 사랑했던 아버지의 일대기를 적어 내려간 그 시간들.

이 역사서가 아니었다면 그녀는 버텨내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어린 소년으로 동로마 황제의 자리에 올랐으나 로베르라는 인물로 인해 한시도 전쟁터를 떠날 수 없었던 알렉시오스 황제.

1081년부터 1118년까지 동로마 제국을 다스렸다.

알렉시오스의 자리를 호시탐탐 노렸던 로베르 덕에 알렉시오스는 위험한 고비도 여러 번 넘긴다.

이미 텅 빈 국고 때문에 용병을 구하지도 못하는 현실에서 갖은 지혜를 짜내는 어린 황제의 용기와 처세술을 보는 재미도 있다.

그의 통치 기간 동안 콤니노스 가문은 제위 계승을 시작할 수 있었으니 그가 다져놓은 왕권에 대한 입지를 볼 때 간과할 수 없는 왕임은 틀림없다.





한편 황제의 후계자는 이미 몰래 따로 마련한 자신의 집으로 떠나 있었으니



위태로웠던 제국의 기틀을 다 잡느라 한 평생을 전쟁터에서 보낸 황제에겐 그를 뒤에서 지지하고 받쳐주는 여인들이 있었다.

어머니, 아내, 딸들.

그의 죽음 앞에서 그의 곁을 지켜낸 이들은 아내와 딸들이다.

알렉시오스 황제는 다친 발에서부터 시작된 류머티즘을 제대로 치료하지 않아서 그 병이 온몸으로 퍼져 결국 죽음으로 이르렀다고 이 이야기에 기록되어 있다.

마지막 그의 고통을 곁에서 지켜봐야 했던 딸의 심정이 절절하다.

현명한 어머니 역시 남편의 죽음이 멀지 않았음을 알고 그를 조금이라도 편하게 해주기 위해 애쓰는 걸 보면서 두 사람의 사랑이 실제 했음을 알 수 있다.

황제와 황후의 사랑이 돈독했음을 보건대 그들의 아이들도 사랑을 받으며 자랐을 거 같다.

안나의 기록을 읽기 전에는 자신의 억울함을 위해 이 기록을 남기지 않았을까? 하는 의심도 했었다.

자신이 일으키려 했던 쿠데타가 실패하고 수도원에 갇혀서 어쩌면 자신의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 글을 빙자해 자신이 알렉시오스의 딸이며 그를 존경하고 사랑했음을 알림으로써 자식들에게 불이익을 당하게 하지 않으려 하는 거 아닐까 하는 나의 의구심이 마지막 몇 장에서 떨궈진다.

동로마 황제라는 지위가 참으로 많은 권력을 쥔 중세 시대의 권력자로만 이해하고 있었는데 이 책을 읽으며 고달픔의 역사였음을 깨닫게 되었다.

어린 나이부터 전쟁터에서 단련된 황제는 평생을 전쟁터에서 살았다.

그가 받은 스트레스가 그의 병에 한몫을 하지 않았다 싶다.

장황한 이야기 때문에 역사서의 느낌 보다 소설의 느낌이 드는 건 역사서로 볼 때 아쉬운 부분이다.

하지만 그 장황함으로 인해 황실 사람으로서 느끼는 감정과 상황을 판단하는 눈으로 본 사실을 우리가 21세기에도 접할 수 있다는 건 행운이다.

그 당시의 정세와, 황실 사람들의 판단력과 그들의 행실, 그리고 직접 본 그 시대의 중요 인물에 대한 평들이 상당히 주관적이지만 후세들에게는 즐거움으로 그려진다.

역사서의 짧은 문장으로 표현되지 않는 그 시대 사람들의 모습이 생생하게 살아 있다는 점에서.

생각 보다 많은 정보를 가지로 이야기를 써 내려갔다는 점에서.

주관적이지만 실존 인물을 직접 보고 묘사했다는 점에서.

<알렉시아드>는 그 가치를 증명했다고 생각한다.

가끔 어느 대목에서는 안나 콤니니의 아버지에 대한 사랑이 넘쳐서 이거 실화야? 하는 느낌도 있었지만 전쟁통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뭐든 과장되기 마련이고, 그것이 자신의 핏줄이라면 더 그런 경향이 있다는 생각으로 넘어가졌다.

역사서지만 소설처럼 읽히는 <알렉시아드>

표지는 로맨스 소설처럼 멋진데 너무 촘촘한 편집 때문에 책의 매력이 반감됨이 아쉬워다.

그래서 전자책과 병행해서 읽었다.

호기심에 읽어 보고 싶으신 분들은 전자책을 추천드리고,

눈이 젊은 분들은 종이책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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