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리
스티븐 킹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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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텔레비젼을 보며 산딸기 셔벗에 피터 스타인먼의 뇌를 섞은 디저트를 떠먹는다.



<홀리>

홀리는 <빌 호지스> 시리즈에 나오는 캐릭터다.

우울증과 대인기피증이 있는 홀리를 엄마의 과보호에서 탈출하게 해준 사람이 빌 호지스다.

빌이 죽고 파인더스 키퍼스 사무실이 홀리에게 남겨졌다.

빌 없이 어떻게 홀리가 일어설 수 있을까 걱정되면서도 홀리를 계속 보고 싶었는데 작가 역시 이 <홀리>를 그냥 둘 수 없었나 보다.

<홀리>를 읽으며 익숙한 사람들을 만나서 즐거웠고, 이런 엽기적인 이야기도 스티븐 킹이 쓰니 더할나위 없이 우아하게 그려냈다는 생각이 든다.

'식인'이라는 소재를 사용함에도 역겨움과 불쾌함을 과하지 않게 표현한 작가의 솜씨 때문에 역시 '스토리의 킹, 스티븐 킹'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소재를 다른 작가가 썼다면 끝까지 못 읽었을 수도 있었을 거 같다.

끔찍하지만 덜 끔찍하게

불쾌하지만 덜 불쾌하게

잔인하지만 덜 잔인하게

전달할 수 있는 것은 오랫동안 독자들에게 온갖 이야기를 들려준 노련한 작가의 필력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거부감 없이 읽을 수 있었다.







이 이야기의 배경은 코로나가 한창인 시국이다.

마스크를 쓰고, 어떤 백신을 맞았는지 서로 밝히고 조심하는 대목들에서 시간이 정말 빠르게 흐른다는 걸 실감한다.

이제는 먼 옛날이야기처럼 들리는 팬데믹 시절.

홀리는 엄마 샬럿을 코로나로 잃고, 파트너 피트 역시 코로나에 걸려 분투 중이다.

홀리는 잠시 쉬자는 피트의 말에도 불구하고 딸을 찾는 의뢰인의 사건을 맡기로 한다.

이 실종인지 납치인지 모를 사건을 조사하면서 이어지는 또 다른 실종사건들이 홀리를 '식인 교수들'에게 이끈다.



식인 대학교수 부부, 사람들이 우리를 그렇게 부르겠지.



이 이야기에서 중요한 건 '식인' 보다 그것을 실행한 사람들의 생각이다.

대학교수 부부가 벌인 이 엽기적인 행태는 오로지 자신들만이 최고라 생각하는 사람들의 삐뚤어진 생각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들은 편견 덩어리에 인종차별주의자들이었다.

젊은이의 뇌와 지방과 간이 자신들의 건강을 지켜줄 거라 굳건하게 믿었고 완전범죄를 계획했다.

사이코패스들이 젊어서는 학생들을 가르쳤고, 늙어서도 명예직으로 학교와 학생들에게 영향력을 끼치고 있었다는 사실이 그들의 범죄보다 더 악랄해 보인다.

팬데믹의 배경과 미국 사회에 만연한 인종차별과 경찰들의 무능과 공권력 남용을 때로는 토론의 장으로 때로는 드러내지 않으며 이야기하는 작가의 노련함이 좋다.

과거의 현재가 번갈아 이어지며 사라진 피해자들의 이야기가 전해지고, 그들을 추적하는 홀리의 이야기가 맞물리면서 점점 범인의 윤곽을 잡아가는 형식이 독자들을 들었다 놨다 한다.




"페니 달이요." 홀리는 여느 때와 다르게 목 놓아 운다. "딸이 어떻게 됐는지 달 부인에게 어떻게 얘기해요? 아무한테라도 어떻게 얘기해요?"



정말 이 엽기적인 이야기를 유족들에게 어떻게 전달해야 할까?

어딘가에서 이런 일들이 벌어지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너무 두려웠다.




"포유류는 모두 자기 종족을 잡아먹어. 그런데 호모 사피엔스만 그걸 한심하게 터부시하지. 널리 알려진 온갖 의학적인 사실에도 불구하고."



잘못된 지식이 사람이 사람에게 할 수 없는 짓을 하게 했다...

곱게 늙고 싶다.

태어나서 가장 무더웠던 여름의 끝자락에서 만난 <홀리>

이 이야기는 홀리라는 캐릭터가 조연에서 주연으로 우뚝 서게 되는 이야기로,

거부감 넘치는 소재를 잘 다듬어내어 스티븐 킹이 홀리에게 주는 특별한 선물 같았다.

홀리가 좋은 이유는 아마도 늦은 나이에 자신의 길을 개척해가는 모습에서 이런저런 생각들로 스스로를 옭아매었던 사람으로서 그 틀을 벗어날 수 있다는 용기를 가지게 하기 때문인 거 같다.

나 역시 또 다른 재능을 찾아내서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홀리가 홀리 한 것처럼!

빌 호지스의 잔디를 깎아주며 용돈을 벌던 제롬은 이제 작가가 되어 첫 원고료를 받았고, 제롬의 동생 바버라 역시 자신이 쓴 시로 상을 받는다.

빌 호지스는 갔어도 그가 남겨둔 사람들은 모두 제자리를 잘 찾아가고 있다.

이야기를 넘어서는 이야기였고,

조연에서 주연으로 자신의 입지를 다잡은 홀리가 시리즈로 계속될 거 같은 예감이 들고,

홀리가 가는 길은 이제껏 보아온 그 어떤 탐정들과도 다른 길일 거 같아서 더 기대감이 상승했다.

여름 끝자락에서 읽을만한 책을 찾으신다면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홀리> 한 번 읽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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