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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라는 고통 - 거리의 사진작가 한대수의 필름 사진집
한대수 지음 / 북하우스 / 2023년 10월
평점 :
네게 사진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인생 반려자가 되었다. 상업 사진 스튜디오 사진가, 아니면 암실 기술자, 아니면 사진 세일즈맨으로. 나의 곡이 전부 금지곡이 되어 음악으로 한 푼도 벌 수 없을 때, 사진은 나를 먹여 살렸다.
1부 내 인생의 봄 : 1960년대 뉴욕, 서울
나에게 한대수는 오래전의 가수로만 기억되었다.
그의 대표곡 <행복의 나라>를 그가 아닌 다른 사람이 부른 버전으로 듣고 그 곡 역시 다른 사람의 곡으로 알고 있었다.
원곡 가수가 한대수라는 걸 꽤 늦게 알았다.
이름은 알지만 본 적은 없는 가수.
그가 사진으로 글로 전혀 다른 면으로 살아왔음을 이 책을 통해서야 알게 되었다.
<삶이라는 고통>에는 75세의 음악가이자 사진작가가 그가 한창 젊은 나이였을 때 찍은 필름 사진들과 그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담았다.
지난 사진들에 담긴 사람들도 배경도 공간도 모두 쓸쓸해 보인다.
필름 사진을 오랜만에 봐서 그런지 왠지 모르게 뭉클해진다.
내가 태어나지 않았던 세상의 모습, 그 세상에 살고 있었던 사람들의 모습이 아련한 그리움으로 느껴진다.
뉴욕에서 수의대를 다니다 중퇴하고 사진의 길로 들어선 그에게 사진은 평생의 밥벌이가 되었다.
장발의 그가 거친 음색으로 부르는 노래는 고국에서는 인정받지 못했다.
자유로운 영혼이 부르는 노래는 모두 금지곡이 되었다.
우리가 음악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음악이 우리를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음악가는 일에서 기쁨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엄청난 고통 속에서 기쁨을 느낄 뿐이다.
2부 길 위의 고독 : 뉴욕에서 몽골까지
사진에 담긴 도시와 사람들의 모습은 그가 아주 많은 곳을 다녔음을 보여준다.
거리 곳곳에서 마주치는 거리의 음악가들과 노숙자들의 모습이 그가 사진을 통해서 바라본 세상을 보여준다.
그의 사진에는 <삶이라는 고통>이 담겨있다.
살아가는 데 있어서 재미와 즐거움 보다 고통에 초점을 맞춘 그의 진지한 시선이 우리가 잊고 사는 것들을 되돌아보게 한다.
3부 끝까지, 평과 : 히피의 기도
15세 딸이 살아갈 세상을 걱정하는 아버지의 마음은 곳곳에서 벌어지는 전쟁이 안타깝다.
그가 군 복무를 하던 시절엔 베트남 전쟁이 있었다.
그 전쟁은 수많은 민간인 사상자를 내고 끝났다.
그는 다시는 그런 전쟁이 일어나지 않을 거라 믿었다.
그러나 그가 이 책을 집필하는 시간에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전쟁을 벌이고 있었고, 이 책이 출간된 지금은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전쟁을 하고 있다.
어린 딸이 살아가야 할 세상이 전쟁으로 물드는 것을 막고 싶은 마음이 절절하게 느껴진다.
이렇게 그는 자신의 75년의 세월을 사진과 함께 정리했다.
수많은 사진들 속에서 추려진 사진들이 책 곳곳에서 자리를 잡고 있다.
우리가 살면서 외면하고 도망치려고 했던 고통을 그는 사진으로 남겼다.
세상은 외면하고 도망치는 사람들 보다 이렇게 묵묵히 고통을 바라보는 시선을 가진 사람들에 의해 조금씩 회복된다.
한대수의 <삶이라는 고통> 속에 담긴 지나간 시간들을 보고 있자니 내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느낌이다.
그의 말처럼 맥주 한 잔 마시며 천천히 사진들을 들여다보며 내가 살아보지 못한 세상을 느껴봤다.
그때도 지금도 달라지지 않은 게 있다면 그건 평범한 사람들의 마음속에 담긴 평화다.
그들도 지금 우리도 평화를 원한다.
e-편한 세상이
e- 살벌한 세상이 되지 않도록 우리가 노력해야 하는 이유까지 오래된 필름 사진 속에 담겨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