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고의 구멍 초월 3
현호정 지음 / 허블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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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고, 버려진 사람은 새가 되어야만 해. 다른 둥지까지 날아갈 수 있어야 하니까."

 

 

200페이지 정도 되는 책은 시집 같은 느낌이었다.

책을 읽기 전부터 이 이야기가 아주 아름다울 거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아주 매끄럽게 이어질 거 같았던 이야기, 그래서 단숨에 읽을 거 같았던 이야기였는데 내 예상은 빗나갔다.

자꾸 곱씹게 되고, 자꾸 머릿속에서 이 세계를 그려 보게 되고, 내 안에 있을지도 모를 구멍을 찾게 된다.

 

"기억이 구멍으로 빠져나갔나 봐."

 

 

쌍둥이만 태어나는 극지의 마을에서 홀로둥이로 태어난 고고와 노노.

노노는 다리를 쓸 수 없었고, 그런 노노를 고고는 최선을 다해서 돌봤다.

그러나 두 사람은 마을 사람들에게 품어지지 않았다.

 

점차 새가 되어가는 노노

그런 노노를 보살피지만 점점 지쳐가는 고고

어느 날 노노는 새가 되어 고고를 남겨두고 사라진다.

고고는 노노가 죽었다고 거짓말을 한다.

마을은 홀로둥이를 그냥 두지 않았다. 그곳은 '켤레'들만 살 수 있는 곳이니까...

 

홀로 마을을 쫓겨난 고고는 정처 없이 걷는다.

고고의 발걸음은 점점 따뜻한 곳으로 흐른다.

고고의 몸에서 추위가 가시고 훌훌 마을의 껍데기를 벗어낸다.

그런 고고의 가슴에 어느 날 구멍이 생겼다...

 

이 이야기는 읽는 사람의 마음결에 따라 환경에 관한 이야기가 될 수 있고

상실을 경험한 자의 공허함을 노래할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 버림받은 자의 외로움일 수도 있고

그들만의 리그를 떠나 새로운 세상을 찾아가는 모험의 발걸음일 수도 있고

사랑하는 이를 찾아 떠나는 여정일 수도 있다.

 

이야기 틈틈이 마주하게 되는 망울의 전설은 신선한 노여움이자 고독이었고 이기적인 인간에 대한 또 다른 실망이었다.

고고의 발걸음에 만나지는 이들은 걸리버 여행기의 망울 버전 같기도 하다.

 

새가 된 노노

가슴에 구멍이 뚫린 고고

 

고고의 머리에 차가운 눈송이가 떨어지듯 갑작스러운 의심이 피어났다. '그게 가능한가?' 고고는 생각했다. '모두가 잘못을 저질렀는데 거기서 나만은 예외라는 게 가능한 일인가?'

 

 

노노도 고고도 서로를 위해 희생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서로의 마음에 서운함이 남았다.

고고는 곧 사라질 마을을 위해 또다시 여행을 떠나고 새가 된 노노는 그런 고고를 마을로 데려다주기 위한 비행대를 띄운다.

 

<고고의 구멍>을 읽으며 저마다의 가슴에 매워지지 않고 있는 구멍들을 생각한다.

내 마음의 구멍은 채워진 듯 보이지만 채워지지 않았다.

나뿐 아니라 모두의 구멍이 채워지지 않고 매워지지 않았다.

그래서 우리는 구멍 난 가슴으로 기억을 흘리며 '나의 희생'을 곱씹는다.

 

'너 때문에 내가...'

'너 아니었으면 내가...'

 

나를 바라보는 눈동자에도 담겼지만 내 눈동자에도 담긴 구멍 난 말.

'희생'

 

망울의 구멍들엔 쓰레기들이 채워지고, 매워진다.

그것들은 뜨거운 나무처럼 타올라 차가운 눈송이를 녹인다.

쌍둥이들의 마을은 사라질 위기에 처할 것이고 그들의 뭉침에도 홀로 고고했던 고고에 의해 구원을 받을지도 모른다.

그들이 품지 못하고 내쳤던 고고와 노노가 그들을 구하러 가는 길이니까...

 

세상 모든 이야기엔 아주 작은 사람이 있다.

혼자서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처럼 보이지만 대다수가 '절대', '아니', '그럴 수 없는', '안될' 것들을 되게 하는 아주 작은 사람의 힘이 존재한다.

 

고고의 힘이

구멍이 숭숭 난 이 세상을 구할 거라는 강한 믿음이 생긴다.

그건 현실에서도 고고 같은 자가 있을 거라 믿고 싶은 마음 때문이다.

지금 우리의 구멍 난 가슴에도 총질하는 사람이 아닌 고고같이 고고한 사람이 필요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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