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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각의 박물학
다이앤 애커먼 지음, 백영미 옮김 / 작가정신 / 2023년 3월
평점 :
<감각의 박물학>은 6가지 모든 감각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그저 감각이란 이런거다. 라고 알고 있었던 저에게 아주 디테일하고 세세하게 예를 들어가며 들려주는 감각에 대한 이야기는 신선했습니다.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것들을 다르게 접하는 부분은 언제나 자극적이면서 생소하죠. 그것 역시 감각을 건드리는 일인 거 같습니다.
무뎌졌던 것들에 관심을 갖게 해준 <감각의 박물학> 을 읽으며 나 자신의 무관심으로 인해 무뎌지고 있는 감각과 무뎌진 감각들을 짚어 보던 시간이었습니다.
<후각>
냄새의 뇌관을 건드리면 모든 추억이 한꺼번에 터져 나온다. 수많은 영상들이 덤불 속에서 튀어 오른다.
냄새에는 추억이 스며 있습니다.
익숙한 냄새를 맡고 머릿속에 떠오르는 이미지가 좋은 기억일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은 기억일 수도 있습니다.
저는 한약 냄새를 맡으면 만화방이 떠오릅니다.
오래전 대학로 한 골목 어귀에 있던 만화책방. 그곳 문을 열고 들어가면 맡아지던 냄새가 바로 한약 달이는 냄새였어요.
지금도 한약 냄새가 스치듯 지나가면 그 만화방에서 만화책을 읽었던 장면이 떠오릅니다.
<촉각>
"촉각은 최초로 점화되는 감각이며, 대게 맨 마지막에 소멸한다. 눈이 우리를 배신한 뒤에도 오랫동안, 손은 세계를 전하는 일에 충실하다... 죽음에 대해 설명할 때, 우리는 촉각의 상실에 대해 말하는 일이 많다."
아기 때 쓰다듬어 주고 마사지를 해주면 미숙아라도 잘 성장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네요.
이 촉감이라는 게 사람의 온기를 느끼는 일이기에 그 감각에서 느껴지는 따스함이 아가들의 성장에 필요한 자양분이 된다는 게 신기할 따름입니다.
예전에는 스치는 느낌도 거리낌 없이 좋아했는데 요즘은 그 스치는 느낌도 꺼려지는 건 왜일까요?
코시국 때문일 수도 있지만 점점 누군가와 닿는 느낌이 예전보다는 덜 기꺼워지는 게 내심 불안한 느낌도 듭니다.
늙어가는 걸까요?
<미각>
미각은 대단히 사회적이다.
미뢰는 45세까지 활동이 활발하고 입천장은 나이가 들수록 점점 닳는다고 합니다. 그래서 예전과 같은 '맛'의 감각을 느끼기 위해서 더 강렬함이 필요하다네요. 그러고 보니 엄마가 뭘 드셔도 맛이 없다고 하시는데 아마도 미각이 예전 같지 않아서 그런가 보다는 생각이 드니 서글퍼지네요.. 나도 저렇게 잃어가는 미각을 보충하기 위해 짜고, 맵고, 시디신 강렬한 것들만 찾게 되는 건 아닌지...
<청각>
소리는 삶에 대한 이해를 두텁게 하고, 우리는 소리에 기대 주변의 세계를 해석하며, 세계와 소통하고, 자신을 표현한다.
눈을 감으면 소리가 더 증폭되는 걸 느낍니다.
처는 청각이 예민해서 잘 때 고통스럽습니다. 아주 작은 소리에도 잠에서 깨거나 그 소리 때문에 잠들지 못하거든요.
그래서 괴로울 때가 많습니다. 근데 웃기는 건 꼭 잘 들어야 하는 건 못 듣고 안 들어도 되는 건 잘 듣는다는 말씀~
한때 저도 층간 소음 때문에 새벽 3시에 윗집으로 뛰쳐 올라갔던 때가 있었습니다.
소리는 사람의 마음을 부드럽게도 하지만, 공포스럽게도 하고, 짜증 나게도 합니다.
항상 아름다운 소리만 듣고 싶은데 그만큼 내가 내는 소리도 아름답기를 바랄 뿐입니다..
눈이 하는 일은 빛을 모으는 것뿐이다.
(중략)
흔히 생각하듯, 보는 것은 눈에서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뇌에서 이루어진다.
이 시각에 대한 부분이 나를 많이 혼동시킵니다. 그럼 내가 바라보고 있는 이 세계는 모두 무엇일까요?
뇌가 만들어내는 허상일까? 내 눈으로 보는 것들은 눈이 보는 것인가? 뇌가 만들어내는 것인가?
게다가 얼굴이 재산이라는 건 영원불변이란 말인가!
보이는 게 전부는 아닌데 말이죠~
<공감각>
공감각은 초기의 포유류가 어떻게 보고, 듣고, 냄새 맡고, 맛보고, 느꼈는지에 관한 기억일 수도 있다.
감각의 뒤섞임. 공감각을 잘 느낄 수 있는 사람은 섬세하면서 예술성을 가진 사람입니다.
아마도 오래전 인간에겐 이것이 생존과 관련 있는 감각이었을 겁니다. 현대에 와서 그 생존 감각은 예술로 승화된 게 아닐까요?
두 가지 이상의 감각을 조화시켜 하나의 장르를 창조해 내는 것.
저에게도 풍부하게 지니고 있는 감각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인간의 생활이 편리함에 치중하고부터 감각은 굉장히 축소되고 있는 거 같아요.
그저 먹고, 보고, 듣는 것에만 치중하는 생활들이 인간을 단순화 시키는 건 아닌지 모르겠네요.
다이앤 애커먼의 글은 알려진 감각들에 대해 생각해 보지 못한 방식으로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우리에게 알려진 감각 그 이상이 있을 거라 얘기하죠.
고대인들은 아마도 모든 감각들을 최대로 활용했던 사람들일지 모릅니다. 우리가 지금 불가사의로 생각하는 것들의 정체는 바로 그 감각들이 빚어낸 산물일지도 모릅니다.
인류는 편리함으로 진화되면서 스스로 가지고 있는 감각들은 벼리지 못하고 버리는 삶을 택한 거 같습니다.
그나마 지니고 있는 감각들조차도 점차 퇴색되고 있는 거 같아서 <감각의 박물학>을 읽으며 경각심이 생겼어요.
우리 안에 잠재되어 있는 인간 본연의 감각들이 되살아 나길 바랍니다.
모든 생명체들의 최고 포식자의 자리는 그냥 차지한 게 아닐 것이기에 그런 감각들도 더불어 진화되었으면 좋겠네요.
그러나 이렇게 보고, 듣고, 먹는 것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는 현대 사회에서는 디지털 감각들로 채워 넣은 인조인간으로 진화될 거 같아 불길합니다...
<감각의 박물학>
다양한 감각에 대해서 알아볼 수 있는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