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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중독 - 먹고 싶어서 먹는다는 착각
마이클 모스 지음, 연아람 옮김 / 민음사 / 2023년 1월
평점 :
우리가 아무리 식품기업의 전략을 잘 알아도 애초에 음식에 중독성이 있다면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는 것은 여전히 그들이다. 최악의 경우 우리는 아무것도 결정할 수 없을 것이다. 우리의 선택과 자유의지가 그들의 손아귀에 있기 때문이다.
모든 생명체의 진화는 서서히 느리게 눈에 띄지 않게 일어납니다.
몇 천년이나 몇 백만 년의 시간이 걸리는 일이죠.
그런데 단 40년 만에 달라진 것이 있습니다.
바로 인간의 '먹고자 하는 욕망'입니다.
인간의 몸은 음식을 원하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음식에 대한 갈망은 인류를 생존하게 했고, 문명을 발전시키는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40년 동안 무슨 일이 있었기에 인간이 그렇게 빠르게 음식을 탐하게 됐을까요?
인간은 놀랍게도 달고 열량이 높은 음식만이 아니라 편리하고 다양하며 생각하는 데 비용(노력)이 적게 드는 음식을 찾아 나서도록 진화되었다.
문제는 음식에 중독성이 있다기보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먹는 것에 끌리는데 기업들이 음식을 바꿔 놓았다는 데 있다. 또 음식을 어떻게 바꿔 놓았는지에도 있다.
단짠단짠의 맛이 사람들을 홀립니다.
수많은 먹방이 인기를 얻고, 하루에 수십 개의 프로그램에서 먹는 것을 다룹니다.
불과 20여 년 전만 해도 집집마다 식당들도 장을 담갔습니다. 그래서 음식들이 개성이 있었죠.
똑같은 된장찌개 레시피여도 집집마다 담그는 장맛이 달랐기에 된장찌개 맛은 다 달랐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집에서도 식당에서도 식품업체가 만든 된장을 씁니다. 그러니 모두 맛이 똑같습니다.
우리는 그 맛을 표준으로 삼게 됐죠.
그 장에는 분명 설탕이 첨가되었을 테고, 우리의 뇌는 설탕이 들어온 것을 환영합니다.
먹을 것이 없던 시절을 지나 모든 것이 풍족해진 요즘
전보다 움직임은 덜해졌지만 먹는 양은 늘었죠.
우리가 음식을 먹으면 위는 열량을 감지합니다. 그리고 뇌에 유익한 음식이라는 신호를 보내죠. 그러면 뇌는 쾌감을 느낍니다. 그래서 더 음식을 먹게 만듭니다.
그러면 이 음식을 먹게 만드는 힘은 위에 있는 걸까요, 뇌에 있는 걸까요?
우리에게 음식을 탐하게 만드는 결정권은 '뇌'에 있습니다.
우리가 중독될 수 있는 모든 물질 가운데 뇌를 자극하는 데 음식 보다 빠른 것은 없다. 정확히 말하면 특정 종류의 음식이 그렇다.
가공식품이 거둔 경이로운 성공은 모든 면에서 드러나는 빠른 속도가 한몫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속도는 중독성이 강합니다.
패스트푸드가 중독성 있는 것과 같은 의미입니다.
빠르고, 간편하고, 쉽게 먹을 수 있는 음식. 바로 뇌가 좋아하는 보상입니다.
설탕과 소금은 뇌에 도달하는 속도에서 담배나 마약을 능가합니다.
미뢰가 설탕과 소금을 감지하여 뇌에 전달하는 속도는 순식간입니다.
이 순간 뇌가 깨어나며 먹고 싶은 마음을 자극합니다.
우리의 몸이 반응하기 시작하는 겁니다.
그럼 이런 반응을 끌어내기 위해 식품업체들은 어떤 전략을 쓸까요?
더 간편하게~
더 빠르게~
더 맛있게(소금, 설탕 듬뿍!)~
아주 익숙한 이 문구가 바로 식품가공업체들의 영업 비밀입니다.
가공식품들은 뇌에 신호를 보내는 속도를 점점 높여왔고 그것은 사람들을 음식에 중독되게 만들었습니다.
물론 그들은 아니라고 합니다.
책임지고 싶진 않지만 돈을 벌고 싶은 그들의 행위에 아무도 반기를 들지 않습니다.
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음식 중독>을 읽으며 이 먹이사슬의 문제점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다 짜고 치는 고스톱처럼 모두가 서로의 이익을 위해서 손에 손잡고 빠르지만 간편하고 맛있는 그러기 위해서 설탕과 소금을 단짠단짠의 묘미라고 속이고 듬뿍~ 넣는 것입니다.
음식은 만드는 데 시간이 걸립니다.
기르고, 수확하고, 요리하는 이 시간이 무시된 음식은 인간의 몸에 상처만 남길 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중독 상태라는 걸 자각하지 못한 사람들은 오늘도 먹기 바쁩니다.
빠르고, 간편하게 나오는 음식을 순식간에 해치우는 방식.
이것이 음식 중독으로 가는 지름길입니다.
가장 강렬한 기억, 그리고 그 기억이 낳은 식습관은 반복되는 노출에 기인한다. 누군가의 즐거움은 다른 누군가의 불쾌함이 될 수 있으며, 이 스펙트럼은 익숙한 습관에서 멀어질수록 더 큰 폭으로 변화한다.
뇌는 가장 큰 보상을 가져다주는 음식에 가장 크게 자극된다.
우리의 식습관이 기업들에게 넘어가고 과식하는 사람과 비만인들이 늘어갑니다.
기업들은 오늘도 감성적인 광고와 맛깔스러운 음식 사진과 거기에 저마다의 추억을 양념처럼 뿌려서 내보냅니다.
길들여진 사람들은 오늘도 잘 먹었다고 생각합니다.
과연 우린 잘 먹은 게 맞을까요?
식품 기업들이 소비자에 대한 지배력을 유지하기 위해 취한 마지막 작전은 바로 소비자들을 여전히 자기 제품에 탐닉하게 하면서도 기존에 휘두르던 무기를 일부 치워 버림으로써 신회를 회복하는 것이었다.
요즘 설탕은 아닌데 설탕보다 단 맛을 내는 것들이 유행하고 있습니다.
미뢰를 교란시키는 인공감미료를 초파리로 실험해 보았는데 그 결과가 인간에게 미친다면 끔찍할 거 같습니다.
무칼로리 감미료를 먹은 초파리는 잠을 못 자고, 허기진 듯 계속 먹어댑니다. 그러나 살은 찌지 않았습니다.
그 이유는 초파리가 계속해서 날고 또 날았기 때문입니다.
생각해 보세요.
인공 감미료를 먹은 인간들이 잠도 못 자고, 계속 먹어대면서 계속 움직인다고...
좀비가 따로 없을 거 같습니다.
요즘 과일도 기존의 맛을 배제하고 단맛으로만 가득한 과일들이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샤인머스켓은 포도의 새콤달콤함을 앗아가버렸고, 스테비아 토마토 역시 토마토가 가진 여러 가지 맛을 모두 앗아갔습니다.
모두 맛있다고 먹는데 저는 기존의 과일 맛이 더 좋습니다.
<음식 중독>을 읽으며 음식에 대한 생각을 바꿔가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가공식품 말고, 귀찮아도 손수 해먹는 음식을 늘려야겠습니다.
기다릴 줄 아는 마음으로 요리를 해야겠어요.
너무 빠르고 간편한 것은 처음에는 좋아 보여도 결국에는 나 자신을 좀먹는 것임을 또 깨달았습니다.
마이클 모스 같은 기자가 우리에게도 있어서 우리나라의 식습관을 바꾼 것이 무엇인지 파헤쳐 봤으면 좋겠습니다.
좀 덜 맛있는 거에 길들여져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