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너머에 신이 있다면 - 2022년 제5회 한국과학문학상 장편대상
김준녕 지음 / 허블 / 2022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국가 주도로 운영된 이 프로젝트로 인해 대한민국에서 태어날 모든 아이의 유전자는 편집되었고, 가장 진보된 인류가 한국에서 태어났다.

 

 

기근으로 인류가 멸망해가는 지구.

사람들은 서로를 잡아먹기에 이르고 한국은 우주 끝 막 너머에 있는 무언가를 찾기 위해 우주선 무궁화호를 보내기로 한다.

그리고 진보된 인류로 태어난 아이들을 우주선에 태우기 위해 모집한다.

'나'는 미련 없이 지원한다. 부모도 모르게.

 

우주선에 타기까지의 과정, 우주선을 타고 우주로 향했지만 한정된 우주선 안에서 벌어지는 참극.

그들은 무엇을 위해 무궁화 호에 탔던 걸까?

그리고 그들은 무엇을 위해 우주 끝 막 너머를 찾으려 했던 걸까?

쉽게 답을 내리지 못하겠다. 그들에게 남은 건 배고픔을 면할 수 있는 무언가가 막 너머에 있을 거라는 희망뿐.

하지만 그들조차도 그 '막'까지 갈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미래뿐이다.

 

1부는 지구에서 무궁화 호가 발사 하기까지의 이야기로 현재와 미래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정신없이 오락가락한다.

그들이 쏘아 올린 무궁화 호.

그들이 쏘아 올린 지구의 희망.

그러나 그 모든 것은 그저 계획이었을 뿐.

목적이 있는 계획이라기보다는 어느 독재자의 머리에서 나온 계획일 뿐이었다.

다만 맹목적으로 그것에 희망을 걸었던 배고픈 영혼들이 만들어 낸 슬픈 역사였다.

 

2부는 오랜 항해를 하고 있는 무궁화 호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이발사라는 최하위층의 직업군에 있는 이육칠.

그는 매일 사람들의 머리를 깎는다. 배급을 위해 머리를 깎는 사람들과 죽기 위해 머리를 깎는 사람들이 있다.

죄를 짓거나 수명이 다한 사람들은 이육칠에게 머리를 깎이고 스팀기로 들어가 비료가 된다.

비료가 된 사람들이 뿌려진 감자는 매우 빠른 성장을 하고 무궁화호 사람들의 식사가 된다.

 

하지만 그곳에도 계급이 존재하고, 반란이 존재한다.

무엇을 위한 계급이고, 무엇을 위한 반란인지 알지 못한다.

인간은 항상 체제를 만들어 내고. 그 체재에 항상 불복하는 반란을 만들어 낸다.

그렇게 무궁화 호는 막을 향해 나아간다.

낡은 우주선.

생식을 이어가는 인간들.

폐기된 인간을 비료로 자라난 감자는 그들의 유일한 식량이다.

 

하지만 이육칠은 알게 된다.

무궁화호엔 자기가 모르는 다른 세계가 존재한다는걸.

 

"문제는 모든 것이 어떤 계획에 포함되어 있다는 거야. 내 몸 상태도 어쩌면 태초부터..."

 

 

영화 설국열차가 생각났다.

그리고 밑도 끝도 없는 결말이 어떤 상징적인 걸 의미하기를 바랐다.

이것 역시 작가의 '어떤 계획'에 포함되어 있는 건지도 모르겠지만..

쉼 없이 빠르게 읽어가게 만드는 솜씨는 좋지만, 마지막 페이지를 읽으며 계속 물음표를 남겨두는 건 좋지 못하다.

내가 이 이야기의 맥락을 다 이해하지 못했는지도 모르지..

 

어쨌든 미련한 인류는 이미 '위대한 아브만미르' 박사의 '외계 생명체는 없다'는 말을 믿지 않았다.

모든 시뮬레이션으로 최종적 '답'에 도달했음에도 그들은 우주선을 띄웠다.

마치 막 너머에 '천국'이 있다는 믿음이 계시처럼 모든 시간과 인간의 삶을 잡아먹었다.

 

정해져 있는 일.

그것을 인간의 의지로 바꿔 보려 했을까?

바꿀 수 있을 거라는 독재자의 생각이 결국 수많은 목숨을 희생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었다.

그리고 그중 최후의 인간이 된 이육칠은 막 너머에서 무엇을 알게 되었을까?

 

인간적인 사고력을 마비 시키는 이야기다.

이 이야기 안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모두 우리의 미래가 될 수 있음으로..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지구의 아픔을 치료해가지 않는다면 우리는 <막 너머에 신이 있다면> 속의 칠칠팔이나 형섭과 하나가 될지도 모르니까.

우리 중 누구도 이육칠은 되지 못할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