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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지식인 - 아카데미 시대의 미국 문화
러셀 저코비 지음, 유나영 옮김 / 교유서가 / 2022년 4월
평점 :
이 책은 문화의 빈자리, 젊은 목소리의 부재, 어쩌면 한 세대의 부재에 대한 이야기이다.
1987년에 쓰인 책이라는 사실을 몰랐다면 방금 출간된 따끈한 책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만큼 이 책의 이야기는 우리의 현실을 그대로 얘기해 주고 있는 거 같다.
교양 있는 대중을 향해 그들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말할 수 있으며 자기 전문분야 말고도 사회 공론장에 영향을 끼치는 사람을 공공지식인이라고 한다.
마지막 지식인은 그 공공 지식인의 부재에 대한 안타까움을 이야기한 책이다.
종편이 생기고부터 뉴스 채널도 덩달아 많아졌고, 하루 종일 뉴스만 내보내는 방송도 생겼다.
그리고 시사 프로도 많이 생겼다. 그리고 패널이라는 이름으로 각계의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나와서 사건이나 상황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요즘은 SNS를 통해서도 자기 생각을 전달하는 사람들이 많고, 유튜브를 통해서 자신들의 생각을 표출하는 사람들도 많다.
그러나 그 사람들이 하는 말을 예전의 명사나, 학자들이라는 이름으로 방송에 나왔던 분들이 했던 말처럼 귀담아듣지 않게 된다.
들으면서도 맞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미국의 이야기지만 지금 우리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대학은 학문을 연구하는 곳이 아니라 취업을 하기 위한 스펙을 쌓는 곳으로 전락했다.
교수들은 지식을 전수하고 새로운 열정을 태우는 것이 아니라 자리 보존만 할 뿐이다.
대학은 본래의 기능을 상실한지 오래고, 나라가 혼란에 빠졌을 때 저항하던 사람들은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는다.
지식인이라고 불릴만한 사람들은 자기들끼리의 언어를 쓰며 새로운 기득권으로 자리 잡았다.
1987년의 미국의 걱정이 2022년 한국의 걱정이 되었다.
선견지명이 있는 글이었다. 이 글을 읽으며 더 안타까웠던 점은 그래도 미국엔 러셀 저코비 같은 사람이 있다는 것이다.
공공 지식인의 부재를 느끼고, 그것을 걱정하는 사람이 왜 우리에겐 없을까...
젊은 지식인들은 자기 시대에 당연하게도 대응해왔고, 또한 불필요하게 굴복하기도 했다. 인간이 제 마음대로 역사를 만들지는 못하지만, 인간이 역사를 만드는 건 사실이다. 선택은 뒷문을 통해 역사의 구조물로 들어온다.
예전엔 신문이나 잡지를 통해서 저명한 사람들의 글들을 접할 수 있었다.
칼럼이라는 형식으로 세상의 이슈나 사람들의 관심이 필요한 일들이나 전문적인 것들을 쉽게 풀어서 대중에게 알리는 기능을 가진 글들이었다.
지금은 알 수 없는 사람들이 저마다 전문가처럼 행동하고 있다.
그래서 보고 들으면서도 저게 맞는 건지를 의심하게 된다.
사람들에게 사실을 알리기보다는 자신들에게 이익이 될만한 말만 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는 현실이다.
모두가 전문가고, 모두가 옳다는 게 지금 현실의 함정인 거 같다.
이 글을 쓰고 있는 나조차도 자격이 있는 건지 모르겠다.
러셀 저코비의 걱정이 해결되는 날이 올까?
선택은 뒷문을 통해 역사의 구조물로 들어온다는 말이 묵직하면서도 공포스럽게 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