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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로소피 유니버스 - 29인 여성 철학자들이 세상에 던지는 물음
수키 핀 지음, 전혜란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2년 3월
평점 :
여자로서 철학을 한다는 건 전부터 힘들었어요. 철학은 남자들의 전유물이었거든요. 성차별 때문에 똑똑한 많은 여성들이 이 분야를 떠났거든요. 기회조차 얻지 못했을 거예요. 그래도 지금은 바뀌고 있다고 생각해요. 느리긴 하지만요.
29가지 주제로 29명의 여성 철학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필로소피 유니버스.
다양한 주제에 담긴 그녀들의 이야기는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었다.
필로소피 유니버스는 나이절 워버턴과 데이비드 에드먼즈라는 두 철학자가 <철학 한입>이라는 팟캐스트를 통해 진행한 인터뷰를 모아 만든 책이다.
고용 여부를 결정할 때 암묵적 편견이 크게 작용하는 것으로 나타나긴 했어요. 두 개의 똑같은 이력서에 하나는 여자 이름을, 다른 하나는 남자 이름을 적어 제출했을 때, 남자 이름이 적힌 이력서가 더 좋은 평가를 받을 가능성이 커요.
흑인 시민운동가 제시 잭슨이 밤길을 걷다가 뒤에서 발걸음 소리가 들리길래 뒤돌아 보니 백인 남자여서 안심했다는 에피소드가 인상적인 스스로 객관적이라 믿을 때 벌어지는 일에서는 암묵적 편견에 대해 생각해 본다.
심리학자들이 한 실험은 유명 학술지에 발표된 논문을 가상으로 지어낸 이름과 이름 없는 대학교 이름으로 다시 그 학술지에 제출했더니 퇴짜를 맞았다. 퇴짜의 이유는 표절이 아니라 '방법론적으로 심각한 문제가 있다'였다.
내가 가지고 있는 암묵적 편견은 무엇일까?
아마도 생각지도 않았던 편견들이 내 안에서 자연스럽게 흘러나오고 있을 것이다.
내가 가진 편견들은 자라는 동안 내 주위 어른들과 친구들, 선생님과 선배들로부터 얻는 것일 것이다.
반대로 나 역시 나도 모르게 내 주변의 아이들이나 후배들, 친구들에게 어떤 편견을 심어 주었을지 모른다.
평소에는 잘 생각해 보지 않았던 문제들을 이 책을 읽으며 해보게 되었다.
교양은 특히 의견이 불일치할 때 더욱 중요하다는 점이에요. 다시 말하면 교양은 의견이 일치하지 않을 때 보이는 태도예요. 말투와 말하는 속도, 반응 및 경청 여부 등 여러 사항을 고려하는 태도로 볼 수 있어요. 그래서 사람들이 교양에 대해 말할 때 주로 염려하는 건 의견 불일치예요.
이 대목에서 나의 교양을 점검해 본다.
나는 의견이 불일치할 때 목소리 톤이 높아지고, 말이 빨라진다.
이 책을 읽으며 그래서 나는 교양이 부족하다고 느꼈다. 그리고 교양을 높이기 위해 좀 더 성숙한 반응(?)을 보여야겠다고 생각했다.
내 의견과 반대되는 의견에 대해 날서게 반응하지 말자. 는 이 다짐은 언제 지켜질까?
교양은 내가 상대에게 바라는 행동 기준이라는 말. 명심해야겠다.
교양과 예의가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도 배웠다.
루터가 무례함의 개념을 최초로 도입했다는데 읽다 보니 그럴 수도 있겠다 싶다.
사실 철학에 계속 관심을 가지고 있지만 철학을 철학하기란 정말 어렵다.
"안다"는 것.
이 부분을 읽을 때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철학은 어떤 개념을 파고드는 것이라 생각한다.
아주 깊은 곳에 있는 본질을 찾아내는 것이라서 파고들면 파고들수록 점점 더 어려워지는 게 철학이다.
사실 내가 알고 있는 것들은 모두 모르는 것과 다름없다.
그래서 필로소피 유니버스에 나오는 이야기들을 모두 이해했다고 말하지 않겠다.
이 책에 나오는 철학자들은 모두 쉽게 얘기하는 방법을 아는 거 같다.
문제는 내가 이 책을 읽으며 생각해야 하는 것들이다.
그래서 필로소피 유니버스는 혼자 읽기보다는 독서모임 등에서 읽고 서로의 의견을 나누면 더 좋을 책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