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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서 가야 한다
정명섭 지음 / 교유서가 / 2018년 11월
평점 :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2/0331/pimg_7368641353363494.png)
누군가의 죽음은 다른 누군가의 호주머니를 두둑하게 만들었다.
다른 사람의 행세를 하는 이야기는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빤히 예상되는 이야기라도 어떤 필력으로 쓰느냐에 따라 느껴지는 스릴은 다르다.
생일이 같은 두 남자가 있다.
양반 가문에 태어난 강은태와 노비의 자식으로 태어난 황천도.
그들은 서로의 존재를 알지도 못했다가 전쟁에서 포로로 만나게 된다.
가문의 영광을 위해 전쟁터로 내몰린 강은태와 주인집 아들 대신 노역을 나온 황천도.
그들은 20여 년간 후금의 포로로 잡혀 노예 생활을 했다.
그 노예 생활 동안 두 사람은 우정을 쌓는다.
그러다 조선의 왕이 바뀌고 청나라와의 싸움에서 진 뒤 속환되는 와중에 두 사람의 운명은 바뀐다.
남의 인생을 산다는 건 어떤 걸까?
언젠가 밝혀질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사는 삶은 얼마나 불안할까?
그리고 그 자리를 지키기 위해서 무엇이든 할 준비가 되어 있는 이의 마음은 얼마나 단단해야 할까?
황천도에서 강은태로 돌아온 그를 알아볼 사람은 정말 없을까?
오랜 시간이 흐르면 사람은 변하게 된다.
게다가 적국의 노예로 살았던 사람이라면 얼마나 많이 변해버렸을까?
그러나.
누군가는 의심을 하게 되고
그의 과거를 캐기 위해 안간힘을 쏟게 된다.
양반의 삶을 빼앗아 살게 된 노비의 자식은 어떻게 이 위기를 넘기게 될까?
사대주의와 전쟁
삼전도의 굴욕과 신분제의 모순들
풍족해지는 상인들 앞에서 신분만 남아있는 양반들의 모습도 우습기 그지없다.
쥐뿔도 없으면서 신분이 낮다는 이유만으로 그 덕에 먹고살면서도 무시해대는 양반의 모습은 꼴불견이다.
처음부터 밉살스러웠던 고가수는 그 집요함에 놀라게 된다.
황천도 같은 인생을 산 사람이 있었을까?
이 한반도에서 벌어진 전쟁 이후에 다른 사람의 모습으로 살아갔던 사람들은 얼마나 될까?
황천도의 죄는 용서할 수 없지만 다른 인생을 꿈꿨던 그의 의지는 응원해 주고 싶었다.
사극 드라마 보다 영화로 만들어지면 재밌을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