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위대한 여성 미술가는 없었는가? - 50주년 기념 에디션
린다 노클린 지음, 이주은 옮김 / 아트북스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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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위대한 여성 미술가는 없었는가?"는 간단한 질문이지만, 적절하게 대답만 한다면 일종의 연쇄반응을 일으켜 어떤 한 분야에서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는 가설들은 물론이고 더 나아가 역사, 사회과학, 심지어 심리학과 문학 분야까지 포괄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린다 노클린의 논문 발표 50주년 기념 에디션이다.

1971년도에 발표된 논문 "왜 위대한 여성 미술가는 없었는가?"와 그 후 30년이 지나 그것을 기념하기 위한 글 "왜 위대한 여성 미술가는 없었는가? 30년 후" 가 같이 담겨 있다.

 

1971년 아트뉴스에 발표된 린다 노클린의 논문은 페미니즘 미술사의 신호탄이라는 수식어가 붙어 있다.

시집 크기의 작고 얇은 이 책을 읽으면서 노클린의 70년대와 2000년대의 시점을 동시에 읽을 수 있었다.

노클린이 쏘아 올린 페미니즘의 이슈가 30년이 지난 시점에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를 같은 필자의 글로써 알아보는 시간을 갖는 것은 색다른 의미를 가진다.

 

가장 중요한 질문들을 제기함으로써 세상에 존재하는 것들에 대해 우리의 의식이 조건화-종종 왜곡되어-된다는 걸 깨닫게 시작할 때, 그때가 바로 "왜 위대한 여성 미술가는 없었는가"의 의미에 대해 생각할 시점이다.

 

 

미술계에 만연한 남성중심주의 그것도 백인 남성우월주의에 대한 문제점을 콕 집어 낸 이 글은 "위대함"이라는 미술계의 고정적인 과념을 통째로 흔들었다.

누구나 동등하게 성취할 수 있고 사회제도적으로 평등한 세계가 되어야 했지만 여성들에게는 주어지지 않았던 평등과 공정의 세계는 비단 미술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었다.

이 글이 그런 점들을 이야기한다. 감정이 배제된 논리로써 이야기하는 글이기에 읽는 이들에게 이성적으로 다가온다.

이런 글을 읽으면 자꾸 흥분하게 되는 게 나인데 이번에는 흥분보다는 어떤 흐름 같은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여성 평등 문제는 우리 사회의 제도적 구조 자체가 어떤 성격을 지니고 있는지, 그리고 그 제도에 소속된 인간들에게 강요되는 현실을 어떻게 봐야 하는지에 의해 좌우된다.

 

여성은 항상 결혼과 직업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듯 보인다. 이를테면, 성공의 대가로 고독을 얻거나, 직업을 포기한 대가로 성관계를 하고 동반자를 얻는 것이다.





그 어느 때보다도 지금, 우리는 과거의 업적뿐만 아니라 미래에 놓여 있을 위험과 어려움에 대해 알아야 한다. 여성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고, 그들의 작품이 보이고, 글로 읽히도록 우리의 모든 재능과 용기를 발휘해야 한다. 이것이 미래를 위한 우리의 과제이다.

 

논문 발표 이후 30년이 지난 시점에서 상황은 나아졌을까?

그 사이 아예 존재하지 않았던 페미니즘 미술사가 구축되고 있고, 페미니즘 비평이 주류 담론에 들어갔다.

그러나 여전히 갈 길은 멀다.

그래도 나는 희망적이다. 내가 자라오면서 몸소 느낀 "여성"에 대한 사회의 인식이 전반적으로 점점 변하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으니까.

그러니 갈 길은 멀지만 발걸음을 떼기 전보다는 훨씬 나은 상황이라고 생각한다. 이제 우리는 슬슬 달릴 준비를 끝내고 출발점에 서 있기 때문이다.

 

비단 페미니즘을 '여성'에 국한된 시각으로 보지 않고 '소수자'의 시점으로 본다면 많은 문제들에 대해 앞으로 어떻게 바라보고, 그 문제들을 어떻게 풀어가야 할지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되는 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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