낀대 패싱 - 튀고 싶지만 튀지 못하는 소심한 반항아들
윤석만.천하람 지음 / 가디언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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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서 논하고자 하는 바는 크게 두 가지다. 사회적 현상으로 '낀대'가 가진 실체와 의미를 살펴보고, 이를 말미로 청년세대와 기성세대 간의 핵심 갈등의 축을 분석해볼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세대를 아우르는 이해와 공감의 틀을 넓혀 우리 사회의 정확한 갈등과 균열의 지점을 찾아내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하는 것이 이번 프로젝트의 핵심 목표다.

 

 

낀대 패싱의 주제는 586과 90년대 생 사이에 낀 세대들이 처한 상황을 알아보자는 취지였다고 생각한다.

현 사회의 주축이 되는 3040 세대를 어떻게 분석하고 어떻게 세대 간의 간극을 좁힐 방법을 제안했는지 궁금해서 이 책을 읽고 싶었다.

 

낀대는 '튀고 싶지만 튀면 죽는다는 생각'을 의식 저변에 안고 살아간다. 스스로 개성이 있다고 판단하지만, 세대 바깥에서 보면 몰개성이라고 느낄 만큼 집단적이다.

 

 

7080년 생들이 주축이 되는 낀대는 대한민국의 발전 이전과 발전과정과 그 이후를 두루 경험하고 있는 세대이다.

아날로그에서 디지털화되어 가는 세상에서 새 시대의 유행을 온몸으로 받아들이며 팬덤의 세계를 구축해온 세대다.

하지만 그들 앞엔 586이라는 거대 집단이 버티고 자리를 내어 주지 않고 있고.

밑으로는 태어나면서부터 디지털 세대였던 90년대 생들이 몰려오고 있다.

 

과거와 미래의 사이가 현재라면

낀대들은 이 현재를 담당하는 세대이다.

그들이 유일하게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며 자신들의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부분은 바로 대중문화계라고 이 책은 얘기하고 있다.

 

이들이 사회의 중추이면서도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는 것에 소극적인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 소극적 사실은 커다란 무형의 힘으로 결정적인 순간에 힘을 발휘한다는 사실을 필들이가 간과하고 있는 거 같다.

 

 

반골 기질을 갖고 있어도 티내지 못하고, 비판적 사회의식이 있어도 행동을 주저한다.

 

 

이 말은 맞다.

그리고 이 말은 틀리다.

 

3040이라는 시간대를 관통하는 자들은 모든 면에서 주저할 수밖에 없다.

그들에겐 자유가 없기 때문이다.

자신을 위한 자유 없이 가족을 위해 희생해야 하는 시간대에 살고 있다.

회사에서 자기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것도, 사회의식이 있어도 행동을 주저할 수밖에 없는 것도 바로 가족을 지켜내야 하는 원대한 사명을 견뎌내고 있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육아의 시간을 모두 끝내고 제2의 인생을 시작한 586과

가정이라는 무게에 구애받지 않아도 되는 20대의 목소리 내기에 비례해서 생각하면 안 된다고 나는 생각한다.

무릇 지킬 것이 있는 사람들은 무감각하게 삶을 살아가기 마련이다.

소신보다는 가족이 먼저니까.

586은 그런 시간을 지나갔고, 20대는 아직 그 시간에 도래하지 않았다.

 

이 책이 말하는 낀대에 대한 이야기는 소재에서 사람들의 감성을 건드렸지만

그걸 소화해 내는 과정에서 쓸데없는 정치 편견을 양념으로 버무려서 불편하다.

갈등의 균열을 찾아낸 건 좋지만 그 갈등을 해결할 방법에 대해서는 글을 아꼈다.

글을 쓴 작가 본인들도 낀대인데 말이다.

아마도 작가분들의 이력이 비교적 안온함에서 이루어졌기에 남을 향한 비판은 칼날같이 하면서 같은 부류에 대한 비판은 두루뭉술하게 넘어가 거 같다.

이것 역시도 나의 편견일 수 있겠지만.

그 외 다양한 분야에 걸친 세대 간의 생각 차를 다룬 것은 참고할만하다.

각 세대별로 자신이 속한 세대를 사회가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알고, 다른 세대의 문제점과 그들이 사회에 바라는 바를 알게 된다면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겠다.

 

낀대는 우리 민족이 어느 정도 중흥된 상황에서 학창시절을 보냈고,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그래서 대한민국 역사에 큰 획을 그을 만한 성과를 낼 기회는 적었다. 하지만 반대로 거대 담론에 가려져서는 안되는 '개인의 삶'을 본격적으로 직시한 세대이기도 하다.

 

 

나는 항상 우리를 과도기 세대라고 불렀다.

우리는 가난의 시대와 풍요의 시대와 발전의 시대를 온몸으로 관통하고 살아왔다.

무에서 유가 창조되는 걸 직관하고 살아온 세대다.

독재에서 민주주의로 나아가는 시대를 눈으로 보고 자란 세대다.

 

디지털 세대와 아날로그 세대 사이에서 그 두 문화를 공유하고 있는 낀대들.

위에서 누르고 아래에서 치고 올라온다 해서 내 자리가 위태한 것이 아니다.

이 자리는 언제든 새로이 바뀌게 되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잠시 안주하는 것은 지켜내야 할 것이 있기 때문이다.

드러나지 않는다고 없는 것은 아니다.

이 세상의 모든 것은 바로 그 드러나지 않는 것들의 힘에 의해 변화하고 달라진다.

우리는 그 변화와 달라짐에 과감하게 한 표를 행사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

 

그러니 낀대들이여~ 주눅 들지 말고 살자!

 

천하람 저자의 말처럼 낀대의 시간은 아직 오지 않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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