캣피싱
나오미 크리처 지음, 신해경 옮김 / 허블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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캣넷 친구들이 진짜 내 친구들이다. 나와 가까운 친구들. 정말로 나를 아는 사람들. 내 삶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신경 써주는 사람들. 내가 내 얘기를 하는 사람들 말이다.

 

 

매번 자그마한 문제로도 이사를 해버리는 엄마와 함께 사는 스테프.

폭력적이고 방화까지 저지른 아버지를 피해서 도망치는 삶을 산다.

프로그래머인 엄마는 언제나 안전에 집착하지만 엄마는 늘 불안정하다.

그래서 스테프에겐 친구가 없다.

 

 

캣넷의 채팅방에 있는 친구들이 스테프라 가진 전부다.

자기 사진을 올린 친구도 있지만 그것이 진짜인지 알 수 없는 온라인 세상.

그러나 이곳에서만큼은 스테프도 자기 얘기를 할 수 있다.

아빠를 피해 도망다는 신세이고, 언제 이사를 갈지 모르고, 이름도 밝힐 수 없고, 어디 사는지도 알려줄 수 없고, 이제껏 사진은 한 장도 찍지 않았지만 동물 사진은 취미로 찍는 스테프.

 

 

사춘기 소녀의 불안한 마음은 현실에서조차 뿌리 없는 상황으로 인해 더 흔들린다.

스테프에게 아빠에 대한 자세한 기억은 없다. 그리고 엄마는 다 얘기해 주지 않는다.

뭔가 숨기고 있는 엄마를 언제까지 이해해야 할까?

 

 

영어덜트 소설이라지만 이 이야기에는 모두 드러내지 않은 숨은 이야기가 있다.

그래서 이상하게 오싹오싹한 느낌이 든다.

뭔가 새로운 영역에 살짝 발만 담그고 어정쩡하게 끝내버린 느낌이다.

그리고 새롭고 거대한 영역으로 가는 문을 살짝 열어 놓아서 곧 그곳에서부터 들이닥칠 이야기들을 소화해 내기 위해 잠시 숨 고르는 시간을 갖고 있는 거 같다.

마지막 페이지 때문에 상상의 끈을 끊을 수가 없다.

 

 

이야기는 끝이 났는데 당최 이것이 끝이 아닌 거 같은 느낌.

그래서 앞으로 더 나올 이야기가 있을 거 같고 그것은 왠지 더 어둡고 더 오싹할 거 같은 느낌.

이 서막에 불과한 이야기가 어디까지 가게 될지 기대되지만 알고 싶지는 않은 느낌.

이런 느낌들 때문에 읽고 나서도 찜찜한 기분이 가시지를 않는다.

 

 

터미네이터 이후로 우리의 미래가 안정적이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된 지 오래다.

어쩜 AI는 인류 이후의 세대인지도 모르겠다.

지금은 인간이 AI를 통제할 수 있지만 의식이 가미된 AI가 인간을 통제할지도 모른다.

그래서 스테프의 엄마가 감추려고 했던 그 기술이 AI와 연결된 것이 못내 찜찜하다.

복잡하지 않은 이야기지만 이후에 벌어질 일들이 자꾸 생각나서 뇌가 멈추려 하지 않는다.

 

 

 

"하나의 컴퓨터는 아니야. 수많은 컴퓨터라고 할 수는 있겠지. 나는 육체가 아니라 과학기술에 깃들어 사는 의식이야."

 

스테프 어머니의 열쇠와 인터넷만 있으면 나는 존재하는 모든 문을 열 수 있지. 애넷이 절대 찾지 못할 곳에. 그 시스템의 운영자가 알아차리지 못하게 복사해 옮겨 갈 수 있어. 내가 숨을 수 있는 곳으로.

 

 

의식이 있고 인격이 있는 AI는 어떤 사이코패스 보다 더 무서운 존재다.

AI는 마법의 열쇠를 얻었고, 어딘가에 자신을 숨긴 채로 세상과 연결되었다.

친구들은 친절하게 자신들의 핸드폰과 AI가 연결되게 해두었다.

그래서 AI는 그들과 함께 다니며 세상을 느낄 수 있다.

 

 

나는 부디 AI가 좋은 생각만 하기를 바랄 뿐이다.

그 외에는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으니까.

 

 

생각 없이 읽으면 그냥 잠깐 긴장했다 해방되는 이야기일 텐데

조금 생각을 하니 더할 나위 없이 무서운 이야기가 되어 버렸다.

그래서 캣피싱은 내겐 호러소설에 속한다.

 

 

과연 속편이 나올까?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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