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술가를 매혹한 불멸의 빛 해시태그 아트북
헤일리 에드워즈 뒤자르댕 지음, 고선일 옮김 / 미술문화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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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빛은 추할 때조차 아름다움의 아우라를 선사한다.

 

니콜라 부알로라는 프랑스 시인의 말이다.

 

<<금>>

금은 부와 권력을 상징하는 금속이다.

사람에게도 인생의 '황금기'라는 말로 인생에서 가장 빛나고 화려했던 시절을 묘사할 때 쓰인다.

이 책을 읽기까지 금을 한 번도 금속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내게 금은 보석류에 속했다. 금속이 아니라.

 

이 책에는 꼭 봐야 할 작품들과 예상치 못했던 작품들이 담겼다.

모두 금과 관계된 작품들이다.

그림, 조각상, 건물, 물건 등등

금이 사람들 뇌리에서 움직이는 방식대로 표현되어 있다.

영원성과 찬란함과 굳건함과 힘으로...






복합적인 광채를 내는 순수한 금은 노란색을 띠고 아주 무르다.

금세공업자들은 다른 금속과 혼합하여 경도를 높인다. 캐럿은 금의 순도를 측정하는 단위다. 이러한 합금 과정을 거쳐 다양한 색조의 금이 탄생한다.

 

 

캐럿을 다이아몬드의 단위로만 생각했었는데 금의 단위로도 캐럿을 쓴다.

금은 부와 권력을 상징해서 21세기에도 통용되고 있다.

화폐를 대신할 수 있는 건 금뿐이다.

금이 무르다고 하니 생각나는 기억이 있는데 오래전 아빠가 엄마에게 선물을 하시면서 내게도 금반지 하나를 선물해 주셨다.

반지를 끼기에는 어린 나이라서 성인이 되면 껴야지 하고 반지함에 넣어서 책상 서랍 깊숙이 숨겨 두었다.

어느 날 학교 갔다 왔더니 동생이 "언니 반지 빨리 확인해 봐! 아까 할머니가 언니 반지 깨물었어!" 그런다.

보니 매끈한 반지의 링이 살짝 찌그러져있다.

할머니 왈. <진짠지 확인해 보려고 그랬다!>

아직고 그 반지를 가지고 있다.

껴보지도 못하고 나하고 같이 나이를 먹어가고 있다.

 

투탕카멘의 무덤에서 발굴된 황금 가면은 어린 나이의 투탕카멘이 죽자 미리 만들어 놓은 여자의 관을 고쳐 썼을 거라 추정된다.

아가멤논의 황금 가면은 진짜인지 가짜인지 논란이 있는 가면이다.

가면의 측정 연대가 최근에 가깝고 그것으로 인해 진위 논란이 있어 실험을 해서 진실을 밝혔지만 아테네 국립 고고학 박물관은 진위 여부에 상관없이 아가멤논의 황금 가면으로 전시하고 있다고 한다.

 

거울의 방은 베르사유 궁전에 있는 것으로 루이 14세의 통치를 찬양하기 위해 개조되었다.

사진으로만 보아도 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들어 놓은 세상처럼 보이는 거울의 방은 357개의 거울과 금동 조각 장식과 샹들리에로 치장되어 있다.

정말 화려함의 극치라고 할 만하다. 이것이야말로 부와 권력을 한꺼번에 보여주는 장소가 아닐까?

 

 




블루코란은 금색 글씨로 적은 금니서chrysography다. 금색 잉크를 만드는 과정은 다음과 같다. 금박을 분쇄하여 미세한 분말로 만든 다음, 아라비아 고무액 또는 꿀과 섞는다. 이것을 체에 걸러내고 아교와 혼합하면 완성이다.

 

 

이슬람의 경전 코란.

블루코란은 10세기에 제작된 가장 아름답고 세련된 코란으로 세로 30센티미터, 가로 40센티미터 크기의 양피지 600여 장으로 구성되었다고 한다.

짙푸른 색에 금색 잉크로 쓰인 경전이라니 정말 화려하면서도 신성한 기분이 절로 들 거 같다.

현재는 100장 밖에 남아 있지 않다고 하니 이 경전의 수난이 짐작된다.

 

주세페 아르침볼도는 4대 원소와 사계절을 묘사한 연작들을 만들었다.

그의 작품 <불>을 보고 있자니 활활 타오르는 불빛의 황금색이 생각난다.

이 시기에는 연금술에 빠진 사람들이 많았다고 하니 모든 금속을 금으로 만들 수 있다는 환상을 꿈꾼 사람들의 심정이 어떨지 궁금해진다.

 

서구 미술과 일본 전통 양식의 결합을 꿈꾼 가쓰시카 호쿠사이의 불사조도 참 매력적이다.

서로 다른 세 가지 색조의 금색으로 이루어진 배경에 그려진 불사조는 더할 나위 없이 화려하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바로 <환영>이라는 그림이다.

귀스타브 모로의 1876년 작품이다.

이 그림 속에 담긴 금빛은 각기 다른 빛으로 시선을 유혹한다.

엽기적인 그림 속에 담긴 아름다움은 극명한 대비가 된다.

 

이 책의 표지를 장식한 그림은 클림트의 <팔라스 아테나>이다.

호메로스의 일리아스에서 아테나의 갑옷을 묘사한 부분을 참조하여 그렸다고 한다.

가슴에 있는 장식은 고르고노스이다.

신성함과 강렬함 그리고 당당함이 공존해 있는 이 그림은 보는 사람에게 자신감이 생성되게 하는 기운이 넘친다.

 

예술가를 매혹한 불멸의 빛이라는 부제처럼

금은 많은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주고 그들의 작품을 돋보이고 값있게 만드는 데 일조했다.

실생활에서 금은 부와, 권력을 상징했지만 예술 속에서 금은 사치와 어리석음과 악과의 대결을 상징한다.

다이아몬드가 영롱한 빛으로 영원을 상징한다 해도 금이 주는 아우라에 못 미치는 거 같다.

다이아몬드에게는 없는 친화력이 "금"에는 있기 때문이다.

 

보는 내내 눈이 황홀했던 책이었다.

이 책에 담긴 것들을 직접 볼 수 있는 날이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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