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 개정판 잭 매커보이 시리즈
마이클 코넬리 지음, 김승욱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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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죽음 담당이다. 죽음이 내 생업의 기반이다.

 

 

'죽음'과 뗄레야 뗄 수 없는 잭 매커보이와의 만남은 그의 쌍둥이 형 '션'의 죽음 앞에서다.

강력계 형사였던 '션'이 자살했다.

어릴 때 눈앞에서 얼음 호수 속으로 빠져들어갔던 누나의 죽음 이후 그는 또 다른 형제의 죽음 앞에 섰다.

강력반을 드나들며 살인사건의 기사를 쓰는 잭에게 죽음은 밥벌이이자 사명감 같은 거였다.

그런 그에게도 형사의 '촉'이 잠재되어 있었을까?

 

스릴러 한 편을 읽었는데 나는 아주 대단한 문학작품을 읽은 기분이다.

'시인'이란 제목에서 별다른 매력을 느끼지 못했던 나는 '마이클 코넬리'라는 이름만으로 이 책을 선택했으므로

이 작품이 어떤 것인지 전혀 아무것도 모르고 읽기 시작했다.

1996년 작품이지만 2021년에 읽어도 전혀 오래된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오히려 이런 시대적 배경이 더 긴장되고 조바심을 치게 만들었을 뿐.

 

어쨌든 나는 그 미끼를 물었다. 그리고 그 뒤로 내 삶의 모든 것이 변했다. 누구의 삶이든 세월이 흐른 뒤 회고를 해보면 삶의 지도를 분명히 그릴 수 있듯이, 내 삶이 그 한 문장과 함께, 내가 글렌에게 형 이야기를 쓰겠다고 말한 그 순간에 변해버렸다.

 

잭은 기자로서 경찰 자살 사건 기사를 기획하면서 자료를 수집하다 형의 죽음과 유사한 죽음들을 만나게 된다.

 

공간을 넘고, 시간을 넘어

 

자살한 경찰들은 모두 에드거 앨런 포의 싯구를 유서로 남겼다.

이것이 단순한 자살 사건이 아니라 연쇄살인이라는 느낌을 받은 잭은 기사를 위해, 형을 죽인 범인을 잡기 위해 사건을 추적해 나간다.

마치 '션'의 감각을 장착한 것처럼 잭은 FBI도 못 알아낸 사건의 본질을 추적해간다.








"다른 범인들을 이미 봤으니까. 그놈들 눈을 들여다보고, 그 눈 뒤의 어둠 속에 무엇이 있는지 알아버렸으니까. 그놈들을 전부 죽여버릴 수 있다면, 그렇게 할 것 같아."

 

 

잭의 이야기와 범인의 이야기가 번갈아 나오면서 나는 두 가지 어둠 속으로 침잠해들어갔다.

죽음의 주변에서 맴도는 잭과 인간 본성의 가장 어두움 속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는 범인의 모습은 '아름다운 문장'들 속에서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은 표현으로 전해진다.

 

이 이야기는 나를 끝없이 의심하게 만들고, 끝없이 오해하게 만들었다.

 

배신과 함정이 드러나도 안심할 수 없었다.

그것조차도 언제 뒤집힐지 모르니까...

 

어쩌면 범인이 죽이고 싶어 하는 건 경찰관인지도 몰라요.

 

 

경찰관을 죽이기 위해 미끼 살인을 저지르는 범인에게 FBI는 '시인'이라는 별명을 붙여준다.

그가 포의 싯구를 인용했기에 붙은 별명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범인의 자만심을 높여 줄 '시인'이라는 별명이 제목으로 쓰였지만 이 이야기를 다 읽고 나야 그 의미를 제대로 느낄 수 있다.

영리하다 못해 영악한 범인

FBI와의 협상에서 독점 기사와 수사에 참여하기로 '딜'을 한 잭이지만 인생은 늘 계획대로 되지 않는 법이다.

 

소아성애자와 다크 앱

상처받은 영혼들은 그 상처에서 벗어나기 위해 또 다른 상처를 마련한다.

끊을 수 없는 연결고리처럼 느껴지지만 '극복' 할 수도 있는 것이었다.

누군가는 극복하고 자신의 길을 가지만, 누군가는 그것에 자신을 내어주고 만다.

 

마지막까지도 나는 범인을 알지 못했다.

그리고 범인의 정체를 알게 된 순간에 '경악'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시인'

마치 어둠의 시인 포에게 포획당한 것처럼

시인은 흔적 없는 살인사건 앞에서 고뇌하고, 좌절하고, 절망스러워했던 담당 형사들을 유린했다.

그리고 "왜?" "어째서?"라는 질문에 대답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이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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