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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 헤일메리 ㅣ 앤디 위어 우주 3부작
앤디 위어 지음, 강동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1년 5월
평점 :
태양이 죽어간다. 이건 사실이다. 나는 그 일에 얽혀 있다. 사람들과 함께 죽어갈 지구의 시민으로서만 얽혀 있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나는 이 일에 적극적으로 얽혀 있다. 일종의 책임감이 느껴진다.
우주 한곳에서 깨어난 남자가 있다.
자신과 같이 온 듯한 사람들은 이미 미이라가 되어 있다.
자신의 이름도 생각나지 않는 사람이 자신이 왜 우주에 왔는지는 기억해 낸다.
태양이 죽어가고 있다.
덩달아 지구도 죽어가고 있다.
아스트로파지라고 이름 지어진 바이러스 같은 존재가 태양을 먹어 치우고 있었다.
강력한 에너지를 가진 이 아스트로파지가 유일하게 먹어 치우지 못한 행성이 있다.
내가 보고 있는 저 별은.... 저 별은 우리 태양이 아니다.
나는 다른 태양계에 와 있다.
나는 자살 임무를 수행하러 왔다.
나는 여기에서 죽는다.
혼자서 죽게 된다.
코마 상태에서 깨어난 그에게 지구에서의 기억이 서서히 돌아온다.
단편적으로.
그는 기억에 의지해 혼자서 임무를 수행하기로 한다.
아스트로파지에게 정복 당하지 않는 또 다른 태양의 비밀을 알아내서 지구로 전송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만 그가 두고 온 그의 아이들이 살 수 있다.
그가 가르쳤던 학생들이 바로 그의 아이들이다.
앤디 위어의 글을 처음 읽는다.
우주 3부작인 마션, 아르테미스, 프로젝트 헤일메리 중 마션을 영화로만 보았다.
기발한 소재라고 생각하면서 의외로 재밌게 봤던 영화여서 오래 기억에 남아 있다.
프로젝트 헤일메리의 공간도 우주다.
홀로 남은 상황도 같다.
그러나 글을 처음 대하는 나로서는 정말로 흥미진진하게 읽었다.
과학, 물리, 우주에 대해 1도 모르는 나였지만 그리고 꽤 과학적 근거에 의해 쓰여진 글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엄.청.나.게 유머러스하고, 재밌는 글들 앞에서 슬퍼하거나 노여워할 기회가 없었다!
인류는 우주에 혼자가 아니다. 그리고 나는 방금 우리의 이웃을 만났다.
"이런 씨발!"
그렇다.
그레이스박사는 우주에 홀로 남겨졌지만 그보다 먼저 와 있던 외계인을 만나게 된다.
그리고 그 둘은 힘을 합쳐 서로의 별을 구하기 위해 노력하기로 한다.
그 노력은 과연 성공할까?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솜씨가 우주적인 작가를 만났다.
그가 창조해낸 세상이 왠지 실제 하는 거 같다.
게다가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면서도 한 조각 감정도 내비치지 않는 철벽녀 스트라트라는 캐릭터가 주인공을 능가하는 매력을 뿜어내고
댄 시먼스의 일리움에 나오는 외계 생명체와 비슷한 느낌을 주는 로키의 등장은 작품에 활기와 함께 희망을 불어 넣는다.
그리고 거의 끝부분에서 알게 되는 반전 때문에 그레이스 박사가 훨씬 인간적으로 보인다.
"우리 모두가 희생해야 해요. 인류가 확실히 구원되도록 내가 온 세상의 죄를 뒤집어써야 한다면, 그게 내가 치러야 할 희생인 셈이죠."
세상에 타고난 영웅은 없다.
어쩌다 남들보다 책임을 더하다 보니 영웅이 되는 것이지...
나머지 책들이 덩달아 읽어 보고 싶다.
웃음과 감동과 함께 과학적 지식을 덤으로 얻게 되는 프로젝트 헤일메리.
읽고 나면 갑자기 지구에 대한 책임감이 생기는 이야기 프로젝트 헤일메리.
우리는 혼자가 아닐지도 모른다.
우주 저 어딘가에는 우리와 비슷한 누군가가 살고 있을 거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