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워크
스티븐 킹 지음, 공보경 옮김 / 황금가지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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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4번 고속도로 확장 공사가 결정되었다.

누구의 편의도 아닌 정부 예산을 맞추기 위한 낭비는 도시에서 사람들을 비워나갔다.

도로가 깔리는 그 길에 20여 년간 다니던 직장과 그가 처음 마련한 집을 가지고 있는 바튼이 있다.

 

그렇죠. 한 집에서 20년 동안 살아온 사람에게 '토지 수용권'을 내세우면 어쩌자는 걸까요?

아내와 사랑을 나누고 자식을 키우고 여행을 갖다가도 언제든 돌아오던 집인데 말입니다.

법을 만들어 시민의 등을 치는 것밖에 안 되는 거죠

 

그럼에도 다들 보상금을 받고 떠났다.

그리고 바튼만 남았다.

 

프레디와 조지

찰리와 바튼

아들과 아버지

 

뇌종양으로 세상을 떠난 찰리를 바튼은 품고 살았다.

슬픔을 울음으로 비워낸 매리는 산 사람의 품위를 지켜냈고, 그러지 못한 바튼은 아들의 망령을 끌어안고 안으로 침잠하고 있었다.

직장과 집을 잃게 된 바튼

그것은 바튼의 지난 20년을 잃어버리는 거나 마찬가지였고, 아무도 그것을 이해하려 하지 않았다.

 

우린 묘지에서 살고 있어. 라고 그는 생각했다. 매리와 나는 지금 묘지에 있는 거야. 영화 [나는 산 자들을 묻었다]의 주인공 리처드 분처럼. 알린 씨네 집에 불이 켜져 있기는 했지만 그집도 12월 5일에 이사 나가기로 되어 있었다. 호버트 가족은 지난 주말에 이사를 나갔다. 나머지는 텅 빈 집들이었다.

 

 

떠날 수밖에 없었던 사람들이 그들이 내어 준 길에 깔리는 아스팔트가 아무런 의미도 없이

다음 해 받을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남는 예산을 쏟아붓기 위한 거라는 걸 알았다면 그들도 떠났을까?

 

무모하고, 답답하고, 정신이 이상해 보이는 바튼을 처음엔 이해하기 싫었다.

답은 정해져 있고, 절대 바뀌지 않을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는 거 같아서.

하지만 책장이 넘어가면서 그의 분노와 절망과 외로움이 절절하게 다가왔다.

 

누구나 자신의 것을 지키기 위해 싸운다.

바튼 역시 자신의 것을 지키기 위해 싸웠다.

그가 지키려고 한 것은 돈도, 명예도, 사랑도 아니었다.

그가 살아온 삶. 그 자체였다.

 

고속도로가 비집고 들어올 그곳은 바튼 같은 사람들의 삶이 담겨 있는 곳이었다.

열심히 일하고, 열심히 사랑하고, 열심히 하루하루를 살았던 사람들의 삶을 차들이 무서운 속도로 내지르는 곳이 되어 버릴 곳.

784번 고속도로.

 

바튼은 최후의 일인이 되어 그곳에 남았다.

모두는 알게 될 것이다.

바튼이 그냥 다른 사람들처럼 떠났다면 묻혔을 정부의 비리를.

 

재개발과 각종 도시 발전을 위한 것들이 그곳에 뿌리박고 살았던 사람들의 삶을 송두리째 앗아 가는 걸 로드워크가 보여준다.

내가 살면서 보아왔던 장면들이 겹쳐지면서 바튼의 외로운 싸움을 맥없이 바라보게 된다.

 

784번 고속도로는 예정보다 일찍 완공되었다.

바튼의 다큐를 찍은 기자는 퓰리처상을 받았다.

바튼은

어디로 갔을까...

 

784번 고속도로

그 길에 깔려 있는 건 고속도로가 아니었다.

수많은 이름 모를 사람들의 추억을 아스팔트로 덮어 버린 곳이었다.

수많은 차들이 그들의 추억을 짓밟고 사라지도록...

 

스티븐 킹이 리처드 바크만이란 필명으로 서슬 퍼렇게 써 내려간 로드워크

가장 사랑하고, 가장 의지했던 사람을 잃은 심정이, 수많은 추억이 사라지는 외로움이 절절하게 그려지는 이야기 로드워크.

우리의 어딘가에서 현재진행형이 되고 있을 로드워크.

무엇이 지켜져야 할 것인지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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