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주얼로는 천재에 맞먹는 매력적인 젊은이가 상대적으로 후줄근하고 별 볼일 없는 체스 장인에게 도전한다.
그 모습 자체가 젊음과 노년의 대결처럼 보였다.
읽는 내내 패기롭게 수를 두는 청년과 그 앞에서 쩔쩔매는 고수의 모습에 통쾌해 하는 구경꾼들을 보며
젊음은 어디서나, 누구에게나 틀려도, 실수를 해도, 엉뚱해도, 물불 안 가리고 돌진해도 이해받고, 응원받고, 격려 받는다고 생각했다.
체스 장인도, 구경꾼들도 화려한 겉 멋에 굴복하고 말았다.
천재도 아니고, 체스를 잘 두는 사람도 아니고, 기본을 아는 사람도 아닌 사람에게
그곳에 있던 모든 사람들과 체스 장인까지 겉모습에 속아서 스스로 쫄았다.
세상은 그런 것이다.
겉모습에 속아서 스스로 비굴해지고, 스스로 자신을 낮추고, 스스로 그와 대결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사실 아무것도 아닌 사람인데.
그것을 알아차리기 전까지는 그렇게 땀을 삐질삐질 흘릴 뿐이지.
고수가 하수도 아닌 사람 앞에서 정성껏 수를 두는 모습도
둘러서서 자신이 갖지 못한 과감함을 응원하며 그를 영웅 취급하던 구경꾼들도
읽으면서 조마조마했던 나조차도 다 웃음거리가 되는 이야기 승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