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편집자의 이야기가 아니더라도 글을 읽다 보면 문학 작품 속에서 현대사를 읽는 기분이 든다.
모나지 않은 둥글둥글한 자갈들이 물결에 부딪혀서 자그락자그락 소리로 이야기해 주는 느낌이다.
그래서 고통을 이야기하는데 덜 고통스럽다.
그리고 그 덜 고통스러운 마음은 희망을 느끼기에 최적화된다.
암울하고, 기약 없이 우리에겐 언제 좋은 정치인이 생길까?라는 부질없는 생각들을 가지고 있었는데
우리는 이미 그런 정치인을 한 명 알게 되었다.
이 책을 통해 내가 어려서, 정치를 알지 못해서, 역사의 흐름 속에 있었으면서도 제대로 알지 못했던 현대사를 되짚어 보았다.
그리고 현역으로 역사를 관통해 온 사람의 이야기를 통해 그 고통의 시간을 괴롭지 않게 깔끔하게 정리했다.
항상 이분법에 휘둘리다 이렇게 양쪽의 경계를 디디고 선 사람의 이야기를 듣자니 뭔가 균형이 생기는 기분이 든다.
영리함과 젠틀함을 탑재한 정치인의 글은 독자들에게 새로운 시각을 줄 수 있다.
지나 온 시간이 고통일지라도 그것을 어떻게 보여주느냐에 따라 덜 고통스럽게 직시할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한쪽의 시선을 강요당하지 않고
고른 시선으로 현대사를 바라볼 수 있는 책이 나와서 기쁘다.
그리고 무엇보다 재치 있는 글담이 읽는 이들의 마음을 가볍게 만들어 준다.
머리가 복잡해지지 않는 정치를 체험한 기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