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가의 이유로 우리는 모두 자신의 자리가 있다.
원했던 자리던 원치 않았던 자리던.
각자가 맡아야만 하는 자리.
그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만이 삶을 "잘" 살아낼 수 있다.
묵묵히.
쥐스킨트는 그런 사람들에 대해 말하고 싶었던 거 같다.
그 사람들도 그 일을 원해서 하는 건 아니라고.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이니까 하는 거라고.
돋보이지 않고, 있는지도 모르며, 거추장스럽고, 자리만 차지하는 거 같아도
그들이 없으면 완벽해지지 않는다고.
그러니 당신이 지금 누리는 모든 안락함은 바로 그런 사람들의 수고로움이라고.
조근조근 이야기하다 흥분하고, 사랑에 빠진 연민을 보여주다 갑자기 극적인 결심을 하지만
결국 똑같은 나날을 보내고 같은 일상으로 되돌아올 거 같은 콘트라바스 연주자.
언제나 일탈을 꿈꾸지만 언제나 제자리인 콘트라바스 연주자.
그의 모습은 우리의 모습이기도 하다는 걸 느끼게 되면 그가 호기롭게 자신이 하고자 하는 바를 해내기를 바라게 된다.
콘트라바스 연주자가 할 수 있는 최대치의 반항.
그것이 불러올 반향이 어떠할지는 지켜보는 우리 모두의 몫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