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이웃의 식탁 오늘의 젊은 작가 19
구병모 지음 / 민음사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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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곳으로 와서까지 설마 첫 대면에 첫 질문이 그리 나올 줄은 몰랐지만, 어딘들 사람이 둘이상 사는 곳이라면 참견의 깊이와 농도 정도만 차이 날 뿐 마찬가지일 터였다.

[꿈미래실험공동주택]

높은 경쟁률을 뚫고 입주한 사람들에게 "공동" 이라는 말은 멀리 눈에 띄지 않게 휙~ 던져 놓은 물건과 같았다.

공동주택에 따라오는 '공동'의 무게는 걸머지고 싶지 않지만 같은 평수 대비 저렴하고 자연친화적인 환경을 원하던 그들에겐 일단 넣고 보자는 심리가 있었을 터.


그렇게 모인 사람들 중엔 오지랖 넓게 꼭 나서서 뭔가 해야 하는 사람이 있게 마련이고

누구의 지지 없이도 좌중을 휘어잡아 당연하게 리더가 되는 사람도 있게 마련이며

자신의 잣대로 다른 사람을 재어보고 못마땅해하는 사람도 있는 법이고

'공동'주택에서 '공동'을 지우고 자신만의 영역을 누리고 싶은 사람도 있게 마련이다.


공동육아에는 언제나 누군가의 희생이 필요한 법이고

세상 모든 일은 내 생각처럼 정리되지 않고

세상 사람들의 마음은 모두 내 맘 같지 않다.


남의 가정사를 속속들이 알길은 없지만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닌 것처럼 그들의 속 사정은 그들만 알뿐.

한 번도 '공동'의 무언가를 누려보지 못한 사람들은 '공동'의 가치를 알지 못했을 뿐이다.

알지 못했으므로 누려야 할 것과, 지켜야 할 것과, 나눠야 할 것과, 같이 해야 할 것들에 대한 준비가 미흡했을 터.

그러한 모든 것들이 뭉뚱그려져서 네 이웃의 식탁이 되었다.


붙박이처럼 옮길 수도 없는 단단한 식탁은

뒷마당에서 수많은 이웃들을 마주하겠지만

온전한 이웃은 맞기 어려울 터.


언젠간 터질 일들이

삭막한 도시에서는 그럭저럭 눈 가리고 아웅했던 일들인데

다정함으로 적막을 메워보려던 사람들에 의해 와해되었을 뿐.


'선'을 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하며 살고 있지만

그 '선' 이라는 것도 내 '선'과 네 '선'의 긋기가 다른 만큼 쉽지 않다.


단숨에 읽히는 책인데 상당히 복잡함을 느꼈다.

마치 무성영화의 변사처럼 읊조리는 문체가 구병모 작가의 특기지만 이런 문제를 그런 문체로 읽다 보니 나도 모르게 마음이 복작복작해졌다.


세상 어느 살갗에 앉은 티눈도 어떤 버려진 선반에 쌓인 먼지도, 그것이 모이고 쌓였을 때 고작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은 하나도 없었다.

고작.

무엇을 얘기하는 거냐고 묻는다면

고작.

몰라서 묻는 거냐고 되묻고 싶어진다.


다들.

고만고만한 문제들을 안고 살고

다들.

견딜 만큼 견디다

다들.

그렇게 떠나고 만다.


그러나.

떠날 거 같았던 이들은 남는다.

언제나 그렇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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