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의 발견 - 나의 특별한 가족, 교육, 그리고 자유의 이야기
타라 웨스트오버 지음, 김희정 옮김 / 열린책들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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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이루는 모든 결정들, 사람들이 함께 또는 홀로 내리는 결정들이 모두 합쳐져서 하나하나의 사건이 생기는 것이다. 셀 수 없이 많은 모래알들이 한데 뭉쳐 퇴적층을 만들고 바위가 되듯이.

언제나 현실은 영화나 드라마보다 더 잔인하고, 더 쇼킹하고, 더 판타스틱하다.

이 소설 같은 에세이를 읽으며 나는 "배움" 이란 말에 대해 가지고 있었던 느낌들을 새롭게 재정비했다.


배움의 발견.

제목이 주는 느낌을 책을 읽어가면서 오롯이 느낄 수 있었다.

타라가 그 지긋지긋한 집을 벗어나 대학에서 첫 발을 내디디며 느꼈을 그 당혹감과 몰라서 했던 실수들을 깨달아 가며 느꼈을 그 희열들을 같이 느꼈기 때문이다.

아는 만큼 볼 수밖에 없는 사람으로서 타라가 부모가 마련한 울타리 안에서 보고 배우고 들은 모든 것들은 이 세상을 헤쳐나가기에 너무나도 빈약하고, 암담한 것이었다.


그것을 깨고 나아가는 모습들이 마치 인간이 가진 불굴의 의지를 눈으로 보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타라의 부모는 독실한 모르몬교 신자다.

특히 아버지는 종말론 신봉자이며 공교육뿐만 아니라 정부가 제공하는 모든 것들을 부정하는 삶을 산다.

7남매를 두었지만 아이들의 출생신고도 하지 않은 채로 홈스쿨링을 핑계로 학교를 보내지 않고 아이들은 아버지의 폐철 처리장에서 노동력을 착취당할 뿐이다.

큰 아이들이 하나 둘 집을 떠나고 타라마저 폐철 처리장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일을 해야 했다.


집 바깥의 세상은 넓어, 타라. 아버지가 자기 눈으로 보는 세상을 네 귀에 대고 속삭이는 것을 더 이상 듣지 않기 시작하면 세상이 완전히 달라 보일거야.

타일러 오빠의 충고를 듣고 타라는 ACT 시험을 보기로 한다.

그리고 당당하게 합격해서 대학으로 간다.




타라에겐 오빠들이 있었다.

그중 숀은 상당히 폭력적이며 타라에게 창녀라는 말을 각인시킨 당사자이기도 하다.

모두 알고 있었지만 침묵했다. 숀이 휘두르는 폭력을 아버지는 묵인했고, 엄마는 외면했다.


타라의 내면에 새겨진 깊은 상처는 극복하기 쉽지 않았고, 타라가 그것을 공개했을 때 부모는 타라를 가족 범위에서 제외했다.

이 글이 쓰인 순간까지 그녀의 부모는 그녀를 외면하고 있었다.


교통사고로 뇌진탕을 당한 아내를, 추락해서 머리를 다친 아들을, 화상을 입은 아들을, 폭발로 엄청난 화상을 입은 자기 자신도 병원에 가지 않았다.

종교, 신념이 수많은 희생자를 내고 있었지만 누구 하나 그것에 반기를 들지 않는다.

조현병과 가스라이팅의 복합체로 보이는 증상들은 다만 주님의 뜻일 뿐이었다.


타라가 부모의 눈으로 보았던 세상에서 빠져나온 뒤에 만나게 된 세상은 그녀를 무지한 사람으로 만들었다.

하지만 그녀가 원석이라는 사실을 알아 본 교수님들의 도움으로 타라는 케임브리지와 하버드를 거쳐 박사학위를 따게 된다.


학생은 가짜 사금파리가 아니에요. 그런 가짜는 특별한 빛을 비출 때만 빛이 나지요. 학생이 어떤 사람이 되든, 자신을 어떤 사람으로 만들어 나가든, 그것은 학생의 본 모습이에요. 늘 자기 안에 존재했던 본질적인 모습. 케임브리지여서 그렇게 보이는 것이 아니라. 학생 안에 가지고 있는 거예요. 학생은 순금이에요.

교수들은 그녀의 지성이 빛날 거라는 걸 알아보았다.

주저하는 그녀에게 기회를 주고, 악착같이 따라오게 만드는 충고를 하고, 어려울 때 손을 잡아 주었다.

그리고 그녀는 그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해냈다.

그녀 안엔 아버지의 불도저 같은 뚝심과 엄마의 창의력이 존재했다.


과거는 영향을 끼칠 수 없는, 대단치 않은 유령에 불과했다.

무게를 지닌 것은 미래뿐이었다.

과거의 자신에 발목 잡히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는 그 뚝심은 타라 안에 있었다.

외부의 자극보다 자신 안에 갇혀있던 본능을 그녀는 끄집어 내는 용기를 가졌다.


"배움"이라는 것이 앎을 향해 나아간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나는 타라를 통해 경험했다.

자신의 삶을 만들어 간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타라를 통해 배웠다.


부모 탓, 환경 탓, 탓,탓,탓 을 하는 이들에게 이 책을 읽게 하고 싶다.

소설이라고 믿고 싶은 일들이 현실에서 버젓이 일어났고, 그것을 극복하고 자신의 길을 결정하고 나아간 사람이 바로 타라니까.

타일러가 타라에게 해준 한 마디 말이 타라의 인생을 바꿨듯이 나도 누군가에게 길을 열어 주는 한 마디를 해줄 수 있는 그런 어른이고 싶다.


자신의 의지만이 자신의 인생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우리에게 각인시켜 주는 글이다.

에세이고 회고록이지만 한 편의 심리 소설을 본 듯 하다.

배움의 발견. 이 제목이 주는 느낌은 책을 다 읽고 나면 점점이 커져서 그 의미를 증폭시킨다.

더불어 '아는 만큼 보인다' 이 말이야 말로 끝없이 배워야 하는 이유가 된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다시 한 번 깨닫게 되었다.


내게 배움의 발견은

배운다는 것과 책을 읽는 기쁨을 깊이 있게 알려주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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