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전쟁
이종필 지음 / 비채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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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성황후의 얼굴을 최초로 공개합니다.

 

폭우가 쏟아지던 7월 어느 날 광화문 사거리 이순신 동상에 의문의 시체가 내걸린다.

드론이 이송한 시체의 목은 잘리고 몸통만 남아있다.

그리고 그 몸통엔 수많은 타카핀이 박혀서 하나의 문양을 이루고 있었다.

일어날 수 없는 일이 일어나고 있었다.

 

성환은 과학기자 하영란에 의해 의문의 사건에 합류하게 되고

이 사건의 배후에 인공지능이 관여하고 있다는 걸 알아낸다.

물리학자, 과학기자, 형사 세 사람은 대명대학교의 문혜진 교수를 찾아간다.

양자인공지능연구소 소장 문혜진은 물리학자 홍경수 교수를 남편으로 두고 있다.

그들은 세상에 단 하나뿐인 슈퍼컴퓨터 황진이를 국정원 감시하에 운영하고 있다.

그들의 도움으로 성환의 추리대로 광화문 살인 사건이 인공지능과 관련이 있다는 걸 알아낸다.

 

그러나

성환은 연구소에서 건네준 자료에서 뭔가 이상한 점을 찾아내고 그것을 물어 보기 위해 후배 이찬규와 만나기로 약속하지만

이찬규는 성환과 만나기로 한 날 시체로 발견되고 만다.

그가 자살할 이유가 없다고 의심하던 차에 국정원을 감시하는 국가 안보국 소속의 직원이 성환에게 접근을 한다.

이 이야기는 어떻게 끝이 날까?

 

얇은 분량의 책 한 권을 절반쯤 읽었을 뿐인데 양자역학, 인공지능, 국정원, 국가 안보국 등의 단어들의 등장이 예사롭지 않다.

게다가 드론으로 옮겨져 광화문 사거리에 마치 처형당한 것처럼 걸려진 목 없는 시체라니.

 

"우르드 프로젝트는 양자역학의 기본원리를 이용, 빛 알갱이로부터 과거의 정보를 수집해 이미지로 만드는 프로젝트 입니다. 한마디로 말해 과거투시경입니다. 인공지능과 양자컴퓨터 기술이 발전하면서 예전에는 상상도 못했던 일이 가능해졌습니다. 저는 120여 년 전 을미년 시월의 그 끔찍한 만행의 흔적을 찾기 위해 이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신박한 소재였다.

양자역학의 원리를 이용해 빛 알갱이로부터 과거의 정보를 수집한다는 이론을 인공지능 컴퓨터와 연결해서 과거를 투시한다는 발상이나

그 기술로 명성황후 살해를 도운 역적들을 처단하기 위해 그 후손들을 이용한다는 발상도

고종의 밀지를 받은 선조의 사명을 이어 받은 후손들이 아직까지 활동하고 있다는 발상까지.

양자역학에서 과거투시와 사람의 뇌를 인공지능의 양분으로 삼는다는 색다른 소재들이 이 짧은 분량의 소설에 모두 들어있다.

 

물리학자의 글은 담백하다.

복잡한 이론들을 최대한 쉽게 표현하려는 수고가 보인다.

사실은 좀 짜릿한 뭔가를 더 원했었는데 너무 짧게 끝나 버려서 아쉬웠다.

 

한국이 미래의 과학을 주도한다는 설정에

미처 청산하지 못한 과거의 유령들까지 한꺼번에 처리 한 이 이야기 앞에서 나도 한동안 설레었다.

만약, 정말 이 이론뿐인 기술이 이 이야기에서처럼 실현된다면?

그래서 과거를 투시해서 역사를 바로 알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면?

이 끝없는 질문들이 머릿속에 떠다니는 중이다.

잠시지만 책 속에서 우리의 과거와 미래를 생각해보게 되었다.

대의명분을 위한 인권의 침해는 어디까지 허용되어야 하는지도.

 

읽고나면 여러가지 생각을 많이 하게 되는 이야기다.

독서모임에서 이 책을 같이 읽으면 풍성한 수다가 이루어질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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